“이렇게 잘되는 작품은 작가 생활 중 처음이다.” 개봉한 지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달성한 <완벽한 타인>의 순항 속에 각본을 쓴 배세영 작가를 만났다. 동창생들의 부부 동반 모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서로의 스마트폰을 공유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캐릭터의 설정은 물론, 모든 갈등과 위기를 대사로 풀어내는 것”이 작가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이재규 감독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시나리오 탈고 전 제작진이 함께 속초 여행을 다녀온 것 또한 영감의 원천이 됐다. “성형 전문의인 석호(조진웅)는 제작자인 박철수 대표님의 친구에게서 외형을 빌려왔다. 물곰탕, 아바이순대 등은 속초에서 직접 먹어본 뒤에 혼자서 몰래 시나리오에 넣자고 결심했다. (웃음)” 영랑호 역시 여행자가 들을 법한 여러 이야깃거리 중 하나였다. “사람의 이면에 한가지 성질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완벽한 타인>의 테마라면 바다와 민물이 섞인 영랑호는 우리 영화에 더없이 걸맞은 상징이었다.”
이탈리아 원작 <퍼펙트 스트레인저스>(2016)에 기반한 <완벽한 타인>은 배세영 작가에게 “원작의 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질감이 없도록 우리 현실로 가져오는 작업”이었다. 그는 작품의 매력을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른 점으로 꼽았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두고 불륜을 비난한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조장한다고 하더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관객이 보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다.” 특히 신경 쓴 부분도 있었다. “남자들의 이야기로 초점이 맞춰진 원작을 한국으로 가져오면서, 여성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보다 재밌게 살리려고 했다.” 특히 수현(염정아)에겐 작가 자신이 결혼 후 느낀 답답함을 반영했다.
2007년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각본으로 데뷔해 올해 12년차, <킹콩을 들다> <적과의 동침> <바람 바람 바람> 등 드라마와 코믹을 주로 써왔다. 문예창작과 재학 시절부터 코미디에 심취했다는 그는 “같은 주제라도 정색하며 말하기보다는 웃으면서 해보자는 쪽이다. 특히 풍자 코미디가 좋다”고 말한다. 장진 감독과 함께 작업하던 당시 <SNL 코리아>에 합류해 만든 정치 풍자극 <여의도 텔레토비>는 <SNL 코리아>의 전성기를 이끌며 두터운 팬층도 남겼다.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코미디들도 있지만, 공감으로부터 나오는 웃음은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완벽한 타인> 또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풍자와 공감 속에서 진정한 웃음이 나온다.”
<완벽한 타인> 속 식탁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소품이었던 식탁이 지금은 우리 집에 와 있다. 감독님이 촬영 끝난 뒤 선물로 주셨다. 7인의 배우가 둘러앉을 수 있도록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식탁인데, 이제는 내가 매일 아침 앉아서 글을 쓰는 작업용 책상이 되었다.”
각본 2017 <바람 바람 바람> 2014 <우리는 형제입니다> 2012 <미나문방구> 2011 <적과의 동침> 2009 <킹콩을 들다> 2007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각색 2018 <원더풀 고스트> 2012 <미쓰GO> 2010 <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