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유학하던 경제학자 영민(이범수)은 친구 무혁(연우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내(박주미)와 두딸 혜원(이현정)과 규원(김보민)을 데리고 북한으로 월북한다. 살기 좋은 환경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해주겠다는 납북 공작 책임자 김참사(박혁권)의 회유에 넘어갔기 때문. 하지만 영민 가족이 막상 북한에 들어가본 실상은 그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결국 첩보원 훈련을 억지로 받던 영민은 베를린 교민들을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고 독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가족과 탈출을 시도하지만 혼자만 서독과 CIA측에 인계되고 나머지 가족은 북한 책임자들 손에 남게 된다.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족을 잃은 영민이 동독과 서독을 오가면서 각국 첩보원들의 뒤를 쫓으며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큰 틀에서 첩보 스릴러란 장르적 특징은 가족을 잃은 아빠의 울분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만 기능한다. CIA를 비롯해 한국의 안기부, 북한의 통일전선부, 동독과 서독의 보안기관 담당자들이 총출동하지만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영민의 가족을 구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 영민이 대단한 정보를 소유한 이중간첩도 아니고 그저 체제의 틈새에서 가족을 부양할 궁리를 한 죄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가족을 잃게 된 아빠의 통한이 정보당국의 실랑이 속에서 휘발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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