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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우시지마 신이치로 감독, 다카하시 유마 프로듀서 - 원작의 독후감을 쓰듯 만든 애니메이션
2018-11-15
글 : 김현수
사진 : 오계옥
다카하시 유마 프로듀서, 우시지마 신이치로 감독(왼쪽부터).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올해 제22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2018)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지난 8월 23일 이미 팬들과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미리 설명해둘 것이 있다. 애니메이션은 작가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이 인기를 얻었을 때 영화와는 별개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모두 제작이 결정된 상태였다. 지난해 개봉(2017년 10월 25일 국내개봉)했던 실사영화의 애니메이션 버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실사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익숙한 제목과 줄거리겠지만, 실사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소설에 더욱 충실한 작품이다. SICAF2018 개막식에 참석했던 우시지마 신이치로 감독과 다카하시 유마 프로듀서를 만나 애니메이션의 기획 방향과 매력에 대해 물었다.

-작가 스미노 요루의 데뷔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을 맡으면서 가졌던 고민은 무엇이었나. 영화를 어떤 방향으로 각색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다카하시 유마_ 우선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애초 별개로 기획된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도호 영화사에서는 실사를 맡고 애니메이션은 애니플렉스에서 맡아 따로 진행됐다. 애니메이션이 제작공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제 개봉하게 된 것이다. 작품을 읽자마자 애니메이션으로 옮겨보고 싶었고, 1년여를 고민하다가 생각이 비슷한 우시지마 신이치로 감독을 만나 추진하게 됐다.

=우시지마 신이치로_ 제작사인 스튜디오 볼른으로부터 연출 의뢰를 받았을 때 이미 원작을 읽은 후였다. 방향에 대해서는 제작사는 물론 나도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어서 크게 이견이 없었다. 그것은 ‘독후감’을 표현하자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과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일치시키자는 쪽이었다.

-원작자인 스미노 요루 작가에게 작품의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나.

우시지마 신이치로_ 작업 내내 스미노 요루와 만나 함께 논의했다. 내가 각본을 쓰기도 했지만 그림 콘티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모두 검토했다. 특별한 요구가 있었다면 독자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프로듀서와 나, 그리고 작가까지 2인3각 경기처럼 진행했다.

-소설에서 강조하듯 다뤘던 나와 사쿠라의 대화를 거의 그대로 옮기려고 한 인상을 받았다. 각색 방향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우시지마 신이치로_ 이 부분 역시 스미노 요루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가 이미 캐릭터에 대해 구축해놓은 정보가 많았다. 대사를 쓸 때도 “~다요”라는 어미를 쓰는 인물이 정해져 있는 식이었다. 내가 괜히 바꾸려 했다가는 의도를 해칠 것 같더라. 그럼에도 소설 전체를 정해진 시간 안에 모두 담을 수 없으니 최대한 문장의 이음새가 자연스러워지도록 줄이는 식의 접근을 했다.

-작품의 전체 톤 앤드 매너에 원작 소설 표지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런드로의 이미지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우시지마 신이치로_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웃음) 런드로의 일러스트를 분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기술적인 문제이긴 한데 그의 그림 중에서 어떤 특징을 뽑아내 애니메이션에 담을까를 고민했다.

다카하시 유마_ 소설의 팬들은 표지를 보면서 이미 그림이 참 아름답다고 여겼을 것 같더라.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겨놓고 싶다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엔딩 크레딧에 원작 일러스트라며 런드로의 이름을 표기한 것도 그런 존경심의 표현이다.

-학교 도서관이나 마을 건물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공간이자 배경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과 색감을 띠고 있다.

우시지마 신이치로_ 미래가 배경이면 소녀의 병을 의학적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되도록 전자기기 같은 표현을 자제하면서 일부러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공간을 만들어갔다. 마을의 풍경은 주로 도야마현의 다카오카시를 테마로 삼아 그렸다. 그곳은 70년대, 80년대의 레트로한 감성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영화 속 장소를 물색하며 찾다보니 노인 세대가 많이 사는 도시로 갈수록 병원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 그래서 영화의 배경으로 더 잘 어울리기도 했다.

-풍경과 색감뿐만 아니라 건축양식도 독특하다. 요즘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철교도 그려넣었고, 카페와 주인공의 집 인테리어도 감독의 취향에 따른 표현이었나.

우시지마 신이치로_ 철교는 1960년대에 지어진 후쿠이현과 나고야시의 다리를 직접 참고해서 그렸고, 다른 건물 내부의 경우에는 아르누보와 아르데코라는 건축양식의 차이에 기초해서 그렸다. 엠파이트스테이트빌딩 건축에도 쓰인 사각형 기반의 아르데코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있어 도서관 같은 배경 공간에 주로 활용했고, 식물을 모티브로 곡선을 주로 사용하는 디자인은 사쿠라의 집 파티션이나 벽지 곳곳에 쓰였다. 카페 디자인은 전적으로 오가와 유키코 감독의 취향에 따른 표현이었다.

-아마도 개봉하면 불꽃놀이 장면과 엔딩의 <어린 왕자> 장면을 많이 이야기할 것 같다. 영화가 표현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만의 독창적인 접근이면서 동시에 소설의 분위기를 잘 옮겨놓은 장면 같았다.

우시지마 신이치로_ 불꽃놀이 장면은 전개가 확 바뀌면서 두 사람의 감정이 고조되는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최대한 아름답게 꾸며야겠다고 생각했다. 불꽃놀이는 이미 식상한 소재라서 차별화하기 위해 드론이 촬영하는 느낌을 첨가했다. 엔딩의 <어린 왕자> 장면은 연출팀의 이타무라 도모유키 감독에게 대략적인 느낌을 전달했더니 완성도 높은 장면을 만들어주었다. TV만화 <바케모노가타리>(2009)를 연출한 감독이기에 아예 믿고 맡겼다.

-<너의 이름은.>(2016)의 흥행 이후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그 영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만들 때도 <너의 이름은.>의 파급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다카하시 유마_ <너의 이름은.> 개봉 당시에 이미 제작 중이었기에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 딱히 의식한 바는 없었다. 한 가지, 음악 사용에 있어서는 배운 바가 컸다. 그래서 우리 영화의 주제가를 만든 밴드 스미카가 <너의 이름은.>의 래드윔프스 곡을 본보기로 삼았던 것 같다.

-죽음을 앞둔 순간의 무게에 치중하기보다는 두 어린 남녀가 서서히 깨달아가는 첫사랑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그려낸 것 같다. 하루키와 사쿠라의 성장을 통해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바가 있다면.

우시지마 신이치로_ 관객이 보는 관점에 따라 두 사람의 인연은 러브 스토리로 보일 수도, 혹은 깊은 우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한 가지 메시지에 치중하기보다는 작품 전체가 전해주는 메시지, 즉 소설을 읽고 난 직후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 독후감 기능에 충실하고자 했다.

다카하시 유마_ 큰 틀에서 동의한다. 두 가지 방향을 나눠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먼저 관객으로 하여금 나도 저 아름다운 세계에 살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누구에게나 한때 지나가버린 청춘의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삶의 용기를 북돋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달콤 쌉싸름한 인생 이야기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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