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황소> 마동석 -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린다
2018-11-20
글 : 이주현 |
<성난황소> 마동석 -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린다


<신과 함께-인과 연>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황소>까지, 올해 마동석이 출연한 개봉영화는 5편이다. 출연작 모두가 흥행하거나 호평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범죄도시>(2017)의 성공 이후 마동석의 자기 캐릭터 복제가 이제는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들이 나올 법도 한 상황. 다시 말해 <베테랑>(2014)의 아트박스 사장님과 <부산행>(2016)의 맨주먹으로 좀비 때려잡는 ‘마블리’ 캐릭터가 시효를 다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내미는 분위기. 그럼에도 마동석은 꿋꿋하다. 그의 행보에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자의 확신이 느껴진다. <성난황소> 역시, 마동석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창작 집단 ‘팀 고릴라’가 마동석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만든 액션영화다. 영화에서 마동석은 사랑하는 아내 지수(송지효)를 납치한 사이코 악당 기태(김성오) 무리를 일당백으로 해치우는 동철을 연기한다. 마동석의 주먹맛은 여전히 매섭고, 마동석의 캐릭터는 이번에도 인간적이다. 편하게 즐겨 찾는 단골집의 익숙한 그 맛을 보장하는 마동석표 영화 <성난황소>를 보고 있자면, 그리고 마동석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진득하게 한우물을 파는 이 배우에게 좀더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동석의 진정성에 설득당할지 말지는 물론 관객 각자의 몫이겠지만.



-<범죄도시> <챔피언> 등과 마찬가지로 <성난황소>는 팀 고릴라가 기획한 작품이다. 팀 고릴라의 대표이자 일원으로서 이 작품의 미덕은 무엇이라 생각했나.



=<범죄도시>의 흥행 이후 팀 고릴라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굉장한 축복이고 행운이라 생각한다. 반면 영화의 흥행과 관련해서 회사에 대한 책임감은 배가 되었다. <범죄도시>의 기획과 더불어 준비했던 여러 작품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성난황소>다. <성난황소>의 공동 제작자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김민호 감독이 수년 전에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수정 기간을 거쳐 진행해온 작품이다. ‘성난 황소’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가 주인공인 캐릭터영화이자 액션영화로서,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쾌감을 주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심각한 액션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통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액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내부적으로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 한국의 영화관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더불어 영화라는 콘텐츠 역시 극장 유통망을 넘어서 다양한 채널, 글로벌한 채널을 통해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이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명쾌한 결말을 향해 돌진하는 <성난황소>라는 영화가 한국을 넘어 해외 관객에게도 새롭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화끈하고 통쾌하게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즐거운 액션영화이자 팝콘무비임을 강조하고 싶다.



-<성난황소>의 동철은 아내 지수에겐 순한 양이고 지인들에겐 쉽게 사기당하고 그러다 불의 앞에선 성난 황소처럼 돌변하는 인물이다. 동철이라는 캐릭터의 핵심을 어떻게 파악하고 연기했나.



=인간은 아주 복합적인 성격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간관계나 상황에 따라 캐릭터는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동철에게 지수는 거칠고 험난했던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인도하게 해준 인물이다. 또한 무한한 사랑을 주는 관계이기 때문에 오롯이 지수를 구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과 함께 지수가 납치된 전후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불의 앞에선 성난 황소처럼 무조건 돌진하는 캐릭터인데 이런 부분은 동물적이고 육감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설정이나 액션 설정에선 ‘마동석다운’ 영화가 될 수 있길 바랐다.



-거친 외모와 달리 귀엽고 순수한 인물, 그러나 악당들 앞에선 정의로운 남자로 돌변하는 캐릭터를 자주 연기해왔다. 최근엔 이른바 ‘마동석표 반전 캐릭터’ , ‘마동석 표 정의로운 주먹’ 캐릭터가 반복되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혹시 이미지 소모에 대한 걱정을 하진 않나.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우선 공교롭게도 영화의 배급 시기가 몰린 부분이 있다. <범죄도시> 이전에 찍은 작품과 <성난황소>처럼 가장 최근에 찍은 작품이 연이어 개봉하는 상황이 되면서 반복에 대한 얘기를 더 듣게 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 이건 팀 고릴라를 세팅한 의도와도 관련이 있다. 팀 고릴라가 잘할 수 있는 영화, 우리만의 특화된 장르영화와 캐릭터영화를 만들기 위해 팀원들이 의기투합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경우, 드웨인 존슨이나 제이슨 스타뎀처럼 특정 장르, 예를 들면 액션 장르에 특화된 배우들이 있지 않나. 그런 영화들의 매력과 필요에 공감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 발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난황소>는 액션이 중심인 영화다. 액션의 쾌감을 살리기 위해 허명행 무술감독과는 어떤 의견을 나눴나.



=<성난황소>는 오랫동안 나의 액션을 전담했던 허명행 무술감독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명행 감독과 함께 <부산행>에선 좀비를, <범죄도시>에선 악당을 가뿐히 때려잡을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았다. <성난황소>에선 한국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쾌감의 액션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회의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다. 허명행 감독은 내 신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액션의 합을 짜거나 앵글을 만들 때 확실히 수월하다. 예를 들면 <범죄도시>에선 내가 연기한 캐릭터가 형사여서 사람을 심하게 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상대를 기절시키는 정도의 액션을 구사하기 위해 손바닥을 많이 사용했다. 반면 <성난황소>에선 ‘사랑하는 아내가 납치됐고, 반드시 구해야 한다’ 라는 하나의 미션을 향해 돌진하기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고 주먹을 사용하는 액션 시퀀스를 많이 만들었다. 권투를 기반으로 한 주먹 액션 외에도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동철과 기태 일당이 대결하는 시퀀스는 마치 히어로영화처럼 리듬감 있게 하나씩 악당을 해치워가는 데 주안점을 뒀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나면 천장 액션 및 핵주먹 액션 등이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웃음)



-광기가 번득이는 악당 기태와 동철이 맞붙는 장면에선 둘의 에너지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두 인물의 기싸움과 힘싸움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불꽃이 튀었을지 궁금하다.



=작품의 초반 기획 단계에서, 김민호 감독과 기태 역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김성오 배우가 아니겠냐는 의견을 나눴다. 기태는 납치의 대가로 돈을 지불하겠다고 말하는 신개념 악질 납치범이다. 때로는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 같기도 하고 허당 기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당 기태의 독보적인 존재감과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고자 하는 동철의 위력이 부딪힐 때 관객이 통쾌하게 느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사력을 다해 촬영에 임했다. 사실 마지막 대결 전까지는 기태와 전화로 엄청난 육성 액션을 한다. 납치범인 기태가 발신자정보제한 전화를 걸어오는데, 그때마다 기태의 지시에 따라 이동하며 육성 액션을 했다. (웃음)



-<성난황소>는 김민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신인감독들과의 작업에 적극적인 모습인데, 영화의 기획자로서 신인감독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작용한 결과처럼 보인다.



=김민호 감독은 2003년 영화 <실미도>의 제작부 막내로 커리어를 시작한, 나름 영화 현장의 베테랑이다. 오랫동안 감독 준비를 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중도에 영화를 포기하려 한 적도 있었다. 그를 현장에서 만났을 때, 전직 야구선수답게 체력, 인내력, 지구력은 끝내줬다. 뚝심이 있어 보였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현실에선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30대 중·후반이 된 그에게, 진심으로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신인감독들에게 기회를 준다기보다 그만큼 노력했던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난황소>의 최초 기획 자체가 김민호 감독의 것이고, 이 영화를 완성한 사람도 김민호 감독이니까.




-올해 개봉한 영화만 5편이다. 게다가 현재 <악인전>(감독 이원태)은 후반작업 중이고,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제, 감독 손용호)를 촬영중이며, 내년에는 <신과 함께> 시리즈를 함께했던 김용화 감독의 <백두산> 촬영에 들어간다. 다작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할텐데 그럼에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얘기하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최근엔 부상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건, 이 하루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무한으로 쓰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성난황소>처럼,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려보고 싶고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한번 해보고 싶다. 그러고 보면 영화라는 마력이 결국 나의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



-2018년도 두달이 채 남지 않았다. 돌아보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애정을 쏟은 <성난황소>가 올해 마지막으로 개봉하는 것? (웃음) 팀워크가 남달랐던 작품이라 부디 이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올해도 열심히 달려서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