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김향기)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동생 영인(탕준상)과 집안을 이끌어나가야 할 처지가 된다. 하지만 이제 겨우 10대인 영주가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많다. 우선 친척들이 몰려와 부모의 장례 절차 등을 처리하느라 돈을 많이 썼으니 집을 처분해야겠다고 말한다. 영주는 이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영인이 격하게 반대하며 친척들을 내쫓는다. 하지만 곧 누나의 고충도 몰라준 채로 자꾸 엇나가기만 하던 영인이 도둑질을 하다 경찰에 붙잡혀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영주>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두 남매가 여러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영화다. 영인은 대책 없이 막연한 불만을 토해내며 사고만 치고 다니며, 뒷수습을 해야 하는 영주는 영악하지 못해서 갈팡질팡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출 사기까지 당한 영주가 택하는 방법은 어른들에 대한 막연한 분노, 그리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구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뒤엉킨 채로 부모의 교통사고 가해자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하필 가해자라는 어른들이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위태로운 처지라는 점이 영주와 보는 관객의 마음을 내리누른다. 영주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여린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철부지 동생을 챙기는 모습을 배우 김향기가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CGV아트하우스의 첫 번째 산학협력 프로젝트이자 차성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
[인터뷰] ‘좁은 도시 속 넓은 사랑’,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레이 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