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제작이 확정되며 꾸준히 화두에 오르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솔로 무비 <조커>(가제, 네이버 영화에는 <조커 오리진>이라는 제목으로 등록되어 있다). 11월19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연예매체 <저스트 자레드>(Just Jared)가 새로운 촬영 현장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 속 호아킨 피닉스는 지금껏 봐왔던 조커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의 분장은 앞서 공개된 카메라 테스트 영상, 현장 사진에서도 등장했지만 이번 사진 속 그는 기괴보다는 코미디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조커의 내면을 깊게 파고든 드라마, 그의 범죄 행위를 따라가는 스릴러, 광대라는 점을 부각시킨 코미디. 여러 정보들이 점점 공개되고 있지만, <조커>가 어떤 분위기의 영화가 될지는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 현시점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조커>의 정보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그 흔적들을 세세히 살펴보면 <조커>에 대한 윤곽이 그려지지 않을까.
호아킨 피닉스
역시 <조커>에서 가장 큰 화두는 호아킨 피닉스다. 2000년 리들이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황제 코모두스를 연기하며 스타덤에 오른 호아킨 피닉스. 그는 <빌리지>, <호텔 르완다>, <앙코르> 등의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갔다. 이후 2012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2017년 린 램지 감독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 하면 빠질 수 없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를 연기한 <그녀>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호아킨 피닉스는 어떤 장르의 영화, 어떤 성격의 캐릭터도 찰떡같이 소화할 것 같은 신뢰가 생긴 배우다. 다만 그의 출연작 대부분이 강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은 유념해야 한다. 스릴러, 멜로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 그이지만 가벼운 분위기를 보여준 영화들은 거의 없었다. 초창기 <클레이 피전스>, <버팔로 솔저> 등의 코미디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이후 그의 출연작들에서 코미디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이런 그의 작품 선택을 보면 <조커>도 무거운 분위기의 스릴러,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과장된 연기가 아닌 절제된 연기로 유명한 그이기에 조커의 시그니처 같은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등장할지, 등장한다면 어떻게 표현될지도 주목된다.
세부 줄거리
<조커>는 DCEU에 포함되지 않은 단독 영화다. 즉 화려한 CG, 액션 자랑하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는 것. 영화는 배트맨의 숙적 조커가 아니라, 평범한 코미디언 아서 플렉이 수많은 좌절을 겪은 뒤 범죄자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제작비 역시 기존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해 매우 적은 액수인 약 5500만 달러(약 622억 원)가 투입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기본적으로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조커의 기원에 다룬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시작은 1988년 출간된 DC의 단편 코믹스 <배트맨: 더 킬링 조크>(이하 <킬링 조크>). <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 등의 그래픽 노블을 배출한 앨런 무어가 스토리를 맡은 <킬링 조크>는 조커 캐릭터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등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2016년에는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이번 <조커> 영화는 <킬링 조크>을 실사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패한 코미디언’이라는 과거와 그를 마냥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킬링 조크>에서 착안했다. <조커> 촬영 현장 사진에서는 공중전화에서 통화를 하고 좌절한 듯한 그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제작진
연출은 토드 필립스 감독이 맡았다. 그는 세 친구들의 난장 파티를 그린 <행오버>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이다. 이외에도 토드 필립스는 <올드 스쿨>, <듀 데이트> 등의 코미디 영화로 두각을 나타낸 감독이다. 이런 그의 필모그래피는 호아킨 피닉스 캐스팅과는 반대로 <조커>가 사회 풍자를 담은 블랙 코미디 영화가 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8 마일>, <파이터> 등을 집필한 스콧 실버가 토드 필립스 감독과 함께 각본을 맡았다. 또한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다고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지만 최근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제작진에서 발을 뺐다.
이외 캐스팅
호아킨 피닉스 이외에도 <조커>에는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첫 번째는 <데드풀 2>로 스타덤에 오른 재지 비츠. 그녀는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미혼모, 소피를 연기한다. 그녀의 등장에 많은 팬들은 소피와 아서/조커와 러브라인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킬링 조크>에서 조커의 극단적 선택에 그의 아내가 큰 영향을 미쳤듯, <조커>에서도 비슷한 역할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직 그녀가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로버트 드 니로도 출연한다. 그는 아서(조커)를 미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토크쇼 호스트, 메레이 역을 맡았다. 영화 속 중심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또한 그의 캐스팅은 단순히 명배우의 합류를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조커> 제작진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지만 여전히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블랙코미디 <코미디의 왕>(1983)에서 과대망상에 빠진 코미디언, 루퍼트를 연기한 바 있다. 그는 범죄로 번지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여주며, 결국 자칭 ‘코미디의 왕’이 되는 데 성공하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인디와이어>, <스크린 랜트> 등의 외신은 “<조커>의 각본이 <코미디의 왕>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쓰리 빌보드> 등의 영화로 연기력을 입증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아서/조커의 병든 어머니 역으로 제안받았지만, 역할을 거절했다. 그녀를 대신할 배우는 알려지지 않았다.
배트맨과의 접점은?
사실 조커하면 배트맨이 빠질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코믹스 <킬링 조크>에서도 배트맨은 중심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러나 <조커>에 배트맨이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고 배트맨과의 접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커>에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이 등장한다. 브루스 웨인이 이름 언급, 혹은 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토마스 웨인의 성격이 원작과 180도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2018년 8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배우 알렉 볼드윈이 토마스 웨인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곧 “<조커>에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역할에 캐스팅된 적 없다”고 직접 해명했다.
이에 <할리우드 리포터>는 “박애주의자 의사로 등장했던 코믹스와 달리, <조커>에서 토마스 웨인은 가식적인 비즈니스맨으로 묘사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포브스>에서는 “(토마스 웨인의 캐릭터가 각색됐다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보도는 오보”라고 지적했다.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만약 <할리우드 리포터>의 보도대로 토마스 웨인이 악인으로 등장한다면, <조커>는 기존의 <배트맨> 영화 속 캐릭터의 선악이 뒤바뀌는 독특한 영화가 될 듯하다.
한편 <반지의 제왕> 속 아라곤을 연기한 비고 모텐슨도 토마스 웨인 역에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 최종적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시의원으로 잠깐 등장했던 브래트 컬렌이 토마스 역으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