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드라마? 스릴러? 코미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제)는 어떤 영화가 될까
2018-11-24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조커> 촬영 현장 사진
<조커> 카메라 테스트 영상

2018년 7월, 제작이 확정되며 꾸준히 화두에 오르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솔로 무비 <조커>(가제, 네이버 영화에는 <조커 오리진>이라는 제목으로 등록되어 있다). 11월19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연예매체 <저스트 자레드>(Just Jared)가 새로운 촬영 현장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 속 호아킨 피닉스는 지금껏 봐왔던 조커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의 분장은 앞서 공개된 카메라 테스트 영상, 현장 사진에서도 등장했지만 이번 사진 속 그는 기괴보다는 코미디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조커의 내면을 깊게 파고든 드라마, 그의 범죄 행위를 따라가는 스릴러, 광대라는 점을 부각시킨 코미디. 여러 정보들이 점점 공개되고 있지만, <조커>가 어떤 분위기의 영화가 될지는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 현시점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조커>의 정보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그 흔적들을 세세히 살펴보면 <조커>에 대한 윤곽이 그려지지 않을까.

호아킨 피닉스

<조커> 속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캐릭터 이미지.

역시 <조커>에서 가장 큰 화두는 호아킨 피닉스다. 2000년 리들이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황제 코모두스를 연기하며 스타덤에 오른 호아킨 피닉스. 그는 <빌리지>, <호텔 르완다>, <앙코르> 등의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갔다. 이후 2012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2017년 린 램지 감독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 하면 빠질 수 없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를 연기한 <그녀>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호아킨 피닉스는 어떤 장르의 영화, 어떤 성격의 캐릭터도 찰떡같이 소화할 것 같은 신뢰가 생긴 배우다. 다만 그의 출연작 대부분이 강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은 유념해야 한다. 스릴러, 멜로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 그이지만 가벼운 분위기를 보여준 영화들은 거의 없었다. 초창기 <클레이 피전스>, <버팔로 솔저> 등의 코미디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이후 그의 출연작들에서 코미디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이런 그의 작품 선택을 보면 <조커>도 무거운 분위기의 스릴러,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과장된 연기가 아닌 절제된 연기로 유명한 그이기에 조커의 시그니처 같은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등장할지, 등장한다면 어떻게 표현될지도 주목된다.

세부 줄거리

DC 코믹스 <배트맨: 더 킬링 조크>
<조커> 촬영현장

<조커>는 DCEU에 포함되지 않은 단독 영화다. 즉 화려한 CG, 액션 자랑하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는 것. 영화는 배트맨의 숙적 조커가 아니라, 평범한 코미디언 아서 플렉이 수많은 좌절을 겪은 뒤 범죄자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제작비 역시 기존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해 매우 적은 액수인 약 5500만 달러(약 622억 원)가 투입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기본적으로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조커의 기원에 다룬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시작은 1988년 출간된 DC의 단편 코믹스 <배트맨: 더 킬링 조크>(이하 <킬링 조크>). <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 등의 그래픽 노블을 배출한 앨런 무어가 스토리를 맡은 <킬링 조크>는 조커 캐릭터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등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2016년에는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이번 <조커> 영화는 <킬링 조크>을 실사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패한 코미디언’이라는 과거와 그를 마냥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킬링 조크>에서 착안했다. <조커> 촬영 현장 사진에서는 공중전화에서 통화를 하고 좌절한 듯한 그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제작진

연출은 토드 필립스 감독이 맡았다. 그는 세 친구들의 난장 파티를 그린 <행오버>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이다. 이외에도 토드 필립스는 <올드 스쿨>, <듀 데이트> 등의 코미디 영화로 두각을 나타낸 감독이다. 이런 그의 필모그래피는 호아킨 피닉스 캐스팅과는 반대로 <조커>가 사회 풍자를 담은 블랙 코미디 영화가 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8 마일>, <파이터> 등을 집필한 스콧 실버가 토드 필립스 감독과 함께 각본을 맡았다. 또한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다고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지만 최근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제작진에서 발을 뺐다.

이외 캐스팅

<조커>의 소피(재지 비츠) 캐릭터 이미지.
<조커> 촬영 현장 사진 속 호아킨 피닉스와 재지 비츠.

호아킨 피닉스 이외에도 <조커>에는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첫 번째는 <데드풀 2>로 스타덤에 오른 재지 비츠. 그녀는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미혼모, 소피를 연기한다. 그녀의 등장에 많은 팬들은 소피와 아서/조커와 러브라인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킬링 조크>에서 조커의 극단적 선택에 그의 아내가 큰 영향을 미쳤듯, <조커>에서도 비슷한 역할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직 그녀가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로버트 드 니로도 출연한다. 그는 아서(조커)를 미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토크쇼 호스트, 메레이 역을 맡았다. 영화 속 중심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또한 그의 캐스팅은 단순히 명배우의 합류를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조커> 제작진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지만 여전히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블랙코미디 <코미디의 왕>(1983)에서 과대망상에 빠진 코미디언, 루퍼트를 연기한 바 있다. 그는 범죄로 번지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여주며, 결국 자칭 ‘코미디의 왕’이 되는 데 성공하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인디와이어>, <스크린 랜트> 등의 외신은 “<조커>의 각본이 <코미디의 왕>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쓰리 빌보드> 등의 영화로 연기력을 입증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아서/조커의 병든 어머니 역으로 제안받았지만, 역할을 거절했다. 그녀를 대신할 배우는 알려지지 않았다.

배트맨과의 접점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
<조커> 촬영 현장 사진 속 호아킨 피닉스(왼쪽)와 브래트 컬렌.

사실 조커하면 배트맨이 빠질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코믹스 <킬링 조크>에서도 배트맨은 중심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러나 <조커>에 배트맨이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고 배트맨과의 접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커>에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이 등장한다. 브루스 웨인이 이름 언급, 혹은 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토마스 웨인의 성격이 원작과 180도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2018년 8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배우 알렉 볼드윈이 토마스 웨인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곧 “<조커>에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역할에 캐스팅된 적 없다”고 직접 해명했다.

이에 <할리우드 리포터>는 “박애주의자 의사로 등장했던 코믹스와 달리, <조커>에서 토마스 웨인은 가식적인 비즈니스맨으로 묘사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포브스>에서는 “(토마스 웨인의 캐릭터가 각색됐다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보도는 오보”라고 지적했다.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만약 <할리우드 리포터>의 보도대로 토마스 웨인이 악인으로 등장한다면, <조커>는 기존의 <배트맨> 영화 속 캐릭터의 선악이 뒤바뀌는 독특한 영화가 될 듯하다.

한편 <반지의 제왕> 속 아라곤을 연기한 비고 모텐슨도 토마스 웨인 역에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 최종적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시의원으로 잠깐 등장했던 브래트 컬렌이 토마스 역으로 확정됐다.

진행 상황 & 촬영 현장 사진

<조커> 현장 사진
토드 필립스 감독이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호아킨 피닉스의 휴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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