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부모가 된다는 것’ 각양각색의 육아 소재 영화들
2018-11-28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툴리>

밤낮없이 울어대는 아기, 미운 일곱 살, 중2병까지. 육아는 부모라면 누구나 겪었을 전쟁 같은 경험이다. 11월22일 개봉한 <툴리>는 이런 고된 육아 과정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영화다.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기도 육아. <툴리>는 그런 이들에게 있어 영화로나마 육아의 힘겨움과 어머니의 위대함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툴리> 외에도 육아 과정을 담은 영화들은 종종 등장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부터 극단적 상황을 결합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툴리>의 개봉과 함께, 각양각색의 육아 소재 영화들을 소개한다.

만남과 이별 <늑대아이>

<늑대아이>

사자, 늑대 등 많은 동물들은 적정 시기가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는 늑대인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만남, 이별을 그려냈다. 사랑했던 남편(늑대인간)을 잃고, 홀로 두 늑대아이를 키우는 하나(미야자키 아오이). 아이들은 씩씩하게 자라지만 곧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한 딸 유키(쿠로키 하루)와 늑대의 삶을 선택하는 아들 아메(니시 유키토). 그러나 하나의 눈에 그들은 인간 혹은 늑대가 아니라, 그저 언제나 보살펴줘야 할 것 같은 아이들이다. 결국 훌쩍 커버린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그를 놓아주는 하나. 늑대와 인간이라는 벽을 통해 그 이별이 더욱 부각됐지만 그녀의 모습은 자식을 떠나보내는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 듯했다.

환상에서 현실로 <해피 이벤트>

<해피 이벤트>

육아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현실로 바뀌는 큰 지점이다. 프랑스 영화 <해피 이벤트>는 그 지점을 가감 없이 집어냈다. 영화는 주인공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과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부모가 되는 과정 전반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서로 모든 것을 내어줄 듯한 마음은 육아라는 현실을 만나며 조금씩 무너진다. 쉴 틈 없는 육아, 산후우울증 등으로 날카로워지는 바라라와 그런 그녀에게 지쳐가는 니콜라스.

그렇다고 <해피 이벤트>를 흔한 로맨스 영화라 생각하지는 말자. 영화에서는 흔히 말하는 ‘극적 사건’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갈등도 누구의 ‘명백한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숙함에서 오는 결과일 뿐. 아이를 키우는 흔하다면 흔한 과정 자체가 얼마나 커다란 일인지를 보여준 <해피 이벤트>는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하는 현실감을 자랑했다.

가장의 무게 <행복을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는 미국의 유명한 사업가 크리스 가드너의 초창기 생애를 그린 영화다. 사업 실패로 노숙생활까지 하게 되는 크리스(윌 스미스)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일을 하지만, 그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업무량이 아니다. 그것은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아들(제이든 스미스)를 챙겨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사명감이다.

잘 곳이 없어 아들과 화장실에서 잠을 청하는 크리스. 그는 애써 웃으며 감정을 숨긴다. 그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과 맞물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삶의 원동력이었던 아들을 보며 노력한 크리스는 끝내 정규직이 된다. 회사를 나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는 그의 모습은 차곡차곡 쌓였던 고난과 비례해 큰 울림을 선사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미 해피엔딩은 정해져 있었지만, 실제 아들과 함께 출연한 윌 스미스의 연기는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피와 시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늘 독특한 시각으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의 2013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뀐 두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공한 건축가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6년 동안 키운 아들과 친자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결국 친자를 키우기로 결심하는 그. 그러나 이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통해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시간’에서 오는가, ‘피’에서 오는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해 너무나 간단한 답을 보여줬다. 바로 이 물음 자체가 의미 없다는 것. 후반부, 료타는 자기반성에 이르지만 이는 그가 혈연을 선택해서가 아니다. 그가 후회하는 이유는 ‘선택’을 하려 했기 때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목 그대로 아버지가 되는 과정의 우문현답을 제시했다.

그릇된 선행은 금물 <아이 엠 샘>

<아이 앰 샘>

아이, 육아를 바라보는 사회의 그릇된 시선을 꼬집은 영화도 있다. 아역 시절 다코타 패닝의 열연으로 유명한 <아이 엠 샘>. 지적 장애로 7살에 머물려 있는 샘(숀 펜)은 홀로 사랑스러운 딸 루시(다코타 패닝)를 키운다. 그러나 아동보건국, 사회복지기관은 그가 아버지로서의 양육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아이 엠 샘>에서 샘과 루시를 떼어놓는 인물, 단체들의 행동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올바름이란 믿음 하에 진심으로 아이를 위해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버지 샘, 딸 루시 모두 ‘Yes’를 외치지만 연민과 정의로 똘똘 뭉쳐 ‘No’를 밀고 나가는 그들. 그 첨예한 대립은 무엇이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가를 상기시켜줬다.

육아와 극단이 만났을 때 <케빈에 대하여>

<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의 <케빈에 대하여>는 육아 소재의 영화 중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접목시킨 영화일 것이다. 자식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혹은 사이코패스)일 경우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 상황 속, 에바(틸다 스윈튼)는 케빈(에즈라 밀러)의 어머니로서 모성과 혐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케빈에 대하여>는 모성이란 것이 얼마나 거대하고 어려운 것인지, 그것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해 이야기했다. 어릴 적부터 영악하다 못해 잔혹한 행동을 보였던 케빈. 에바는 진즉에 그를 포기한 듯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이 터지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케빈에게 귀 기울이는 에바. 그 모습은 어머니라는 이름은 그냥 되는 것인 아닌, 수많은 노력과 고통이 선행된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른아이의 성장 <아기와 나>

<아기와 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다. 이처럼 많은 육아 소재 영화들에는 ‘어른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를 키움으로서 철없던 어른이 오히려 성장한다”는 식. 대표적으로는 일본 영화 <버니드롭>, 차태현 주연의 <과속스캔들>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들보다 더욱 어른아이에 집중한 영화가 있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독립영화 <아기와 나>. 제목만 보면 장근석 주연의 동명 영화가 떠오르지만, <아기와 나>(2017)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타의 영화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아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영화는 군대를 전역하고, 이제 겨우 20대 중반에 접어든 도일(이이경)의 심리에 오롯이 초점을 맞췄다. 친자의 의심, 여자친구(정연주)의 실종, 어머니의 건강 악화 등 ‘막장’스러운 소재까지 등장하지만, 이는 모두 도일의 답답한 마음을 위한 장치들일 뿐. <아기와 나>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찾아오는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겪는 애어른의 성장을 담담히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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