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제2의 이제훈, 최우식이 되기를! 2018년 한국 독립영화 속 소년들
2018-11-30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파수꾼>
<거인>

2010년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으로 이름을 알린 이제훈, 박정민. 2014년 김태용 감독의 <거인>으로 눈도장을 찍은 최우식까지. 모두 독립영화가 배출한 스타들이다. 교복을 입은 소년으로 등장해 연기력을 뽐냈던 그들은 이제는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아쉽게도 올해 한국 독립영화 속 소년 중에는 이제훈, 박정민, 최우식같이 큰 주목을 받은 배우는 없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들은 있기 마련. 적으면 10대, 많아도 이제 30대에 접어든 그들은 지금보다는 앞으로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이 제2의 이제훈, 최우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2018년 독립영화 속에서 인상 깊은 소년 연기를 펼친 다섯 배우들을 모아봤다.


<영주> 탕준상

<7년의 밤>
<영주>

그 첫 번째는 <영주>에서 주인공 영주(김향기)의 철없는 동생 영기를 연기한 탕준상이다. 그는 2003년생의 어린 나이지만 7살 때부터 <빌리 엘리어트>, <명성황후>, <레미제라블> 등 쟁쟁한 뮤지컬로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자연스레 노래까지 입증이 된 그는 2016년 영화 <오빠생각>으로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2018년에는 <7년의 밤> 속 아픈 과거에 얽매여 사는 서원(고경표)의 아역으로 등장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가 <영주>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철저히 영주를 따라갔지만, 그녀의 동생 영인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답답’. 그는 고된 상황 속의 영주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나 그 나이 대 소년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마음과 행동. 반항심에 가득 찬 그의 모습은 반대로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어른아이’ 영주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살아남은 아이> 성유빈

<신과 함께-죄와 벌>
<살아남은 아이>

소개하는 배우들 중 가장 익숙한 얼굴일 듯하다. 성유빈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미스터 션샤인>, 영화 <완득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수많은 작품에서 아역배우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중 가장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은 2017년 개봉, 1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죄와 벌>이다. 그는 어린 날의 자홍(차태현)을 맡으며 그 유명한 ‘베개 신’을 통해 관객들의 1차 오열 위기를 유발했다.(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한 장면 설명은 생략한다)

주로 상업영화에서 아역으로 활동했던 그는 2018년 독립영화 <살아남은 아이>의 주연으로 다시 극장을 찾았다. 성유빈이 맡은 기현은 친구를 대신해 목숨을 건진 ‘살아남은 아이’. 그는 목숨을 잃은 친구의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죄책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성유빈은 때로는 미소로, 때로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미성숙한 소년의 얼굴을 표현했다.


<뷰티풀 데이즈> 장동윤

강도를 잡아 SBS 8시 뉴스에 출연한 대학생 시절의 장동윤.
<뷰티풀 데이즈>

이나영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뷰티풀 데이즈>에 출연한 장동윤의 시작은 조금 독특하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2015년 강도를 잡은 용감한 학생으로 뉴스에 출연했다. 그리고 그를 눈여겨본 소속사의 제의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2016년, 25살의 나이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솔로몬의 위증>, <학교 2017>, <미스터 션샤인> 등의 드라마를 거쳐 올해 <뷰티풀 데이즈>로 첫 영화를 장식했다.

탈북여성의 고된 삶을 쫓아가는 <뷰티풀 데이즈>에서 그는 어릴 적, 집을 나간 엄마를 찾아 나서는 조선족 소년 젠첸을 연기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사랑이 공존하는 캐릭터. 한 달 반이라는 급박한 시간 동안 매일 같이 중국어와 연변 사투리를 연습한 장동윤은 무리 없이 젠첸 역을 소화했다. 혹독한 진실을 짊어진 채 말을 아끼는 엄마(이나영)와 반대로 복잡미묘한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던 그는 영화의 의미를 더했다.


<박화영> 이재균

<박화영>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10대의 폭력성을 가감 없이 그려낸 <박화영>에서 일진 영재를 연기한 이재균. 작은 사회 속, 약육강식의 꼭대기에 위치한 영재는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10대.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그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정도였다. 그는 “과연 저 정도의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도,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불안감을 준 캐릭터다. 가히 올해 한국영화 속 최악의 캐릭터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악역을 연기한 배우에게 ‘최악의 캐릭터’라는 말은 그만큼 연기력이 뛰어났다는 것. 이재균은 이렇듯 리얼한 악역 연기에 대한 고충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영재 같은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상상을 했다. 마음을 악하게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영재를 생각하면 이재균은 줄 곳 악역 연기를 선보였을 듯하지만, 그는 다양한 배역으로 연기 경력을 쌓았다. 2014년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서는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줬다. 또한 그는 2012년부터 <쓰릴 미>, <뉴시스> 등의 뮤지컬에서 꾸준히 주연으로 활약, 2015년에는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으로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튼튼이의 모험> 김충길

<튼튼이의 모험>
<튼튼이의 모험>으로 2018년 부일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김충길.

“소년 캐릭터 속에 웬 아저씨?”라고 생각하진 말자. 31살을 앞두고 있지만, 배우 김충길이 고봉수 감독의 영화 <튼튼이의 모험>에서 맡은 역할은 엄연한 고등학생이다. 심지어 함께 고등학생으로 출연한 배우들 중에는 그가 가장 어리다. 이런 그의 모습은 오히려 코미디라는 영화의 장르를 더욱 살려줬다. <쥐포>, <델타 보이즈>로 이미 ‘고봉수 사단’이라는 이름이 붙은 <튼튼이의 모험> 속 배우들. 그들은 오랜 호흡이 빚은 코믹한 케미를 보여줬다.

자신의 실제 이름으로 그대로 영화 속에 등장한 김충길은 오직 열정 하나만으로 고교 레슬링 부를 부활시키려는 고교생 충길을 맡았다. 그는 여러 역경에도 기죽지 않으며 ‘무한 긍정 에너지’를 자랑했다. 우직함을 넘어 바보처럼 보이기도 했던 그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애드리브인지 각본인지 모를 찰진 연기를 펼쳤다.

김충길은 올해 10월 개최된 제27회 부일영화상에서 <마녀>의 김다미와 함께 각각 신인 여우상, 남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는 수상소감으로 영화 속 충길의 시그니처 구호인 “쎄이야~”를 외치며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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