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저니스 엔드> 최전방 참호에서 불안에 떨던 병사들의 최후 4일
2018-12-05
글 : 이주현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18년 3월 프랑스 북부 지역. 독일군의 전면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무렵, 신임 장교 롤리(에이사 버터필드)가 이곳에 도착한다. 롤리는 친분이 있는 스탠호프 대위(샘 클라플린)와 함께 근무하고 싶다며 최전방 격전지로 자진해서 들어간다. 전장에서 만난 스탠호프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그는 전쟁의 공포를 술로 버티고 있다. 그런 스탠호프가 의지하는 장교는 건강하고 인간적인 오스본 중위(폴 베타니). 한편 롤리가 최전방에 도착한 다음날, 독일군 참호를 기습 공격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기습 공격에 나설 장교 두명으로 오스본과 롤리가 지목되고, 스탠호프는 자신이 아끼던 이들을 전장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 고통스러워한다. <저니스 엔드>는 최전방 참호에서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던 병사들의 최후 4일을 기록한 전쟁영화지만, 전쟁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클리셰가 없다. 영웅시되는 인물도 없고, 화려한 전투 신도 없고, 눈물겨운 전우애도 없고,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도 없다. 그럼에도 <저니스 엔드>가 훌륭한 전쟁영화인 이유는 오직 전쟁이 파괴한 순수와 휴머니티에 집중하며 전쟁의 본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가득 채우는 건 피 튀기는 전투 신이 아닌 죽음이 상시 대기 중인 전장으로 교대 근무를 하러 나가는 병사들의 표정이다. 영국의 극작가 로버트 케드릭 셰리프가 1차 세계대전에 장교로 복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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