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모털 엔진>과 같은 ‘스팀펑크’ 장르의 영화, 또 어떤 작품이 있을까
2018-12-08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모털 엔진>

이토록 ‘스팀펑크’(SteamPunk) 장르의 속성을 강하게 내세운 영화는 드물었다. 12월5일 개봉한 <모털 엔진>은 ‘견인 도시’를 중심으로 장르적 볼거리를 극대화했다. 주로 영화보다는 소설이나 게임에서 빈번히 등장한 스팀펑크 장르인 만큼, <모털 엔진>은 시각적 신선도 면에서는 이미 합격한 듯하다.

스팀펑크란 전자 기술 대신, 증기기관 등 1차 산업혁명 시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SF 하위 장르다. 주로 유럽을 배경으로 했으며 대표되는 이미지로는 증기기관, 이동 요새, 비행 전함, 톱니바퀴 등이 있다. 발전된 기술력을 보여주면서도 고전적인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장르.

<모털 엔진> 외에, 지금껏 등장한 스팀펑크 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누가 봐도 스팀펑크 장르인 영화들부터 스팀펑크의 세부 요소들을 살려 캐릭터, 장면 등에 이용한 영화들까지. 가지각색의 스팀펑크 영화들을 모아봤다. 실사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주를 차지한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스팀보이>

<스팀보이>

이미 제목부터 “나 스팀펑크다”를 외치고 있는 <스팀보이>. 일본의 명작 애니메이션 <아키라>(1988)를 연출한 오토모 가츠히로가 공동 각본, 감독으로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아키라>가 전자 기술이 발달한 미래의 ‘네오 도쿄’를 그렸다면 <스팀보이>는 철저히 ‘스팀’(증기기관)에 초점을 맞췄다. 1차 산업혁명이 절정에 이른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했으며, 내용 역시 압도적인 위력의 발명품 ‘스팀볼’을 두고 벌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마저 레이 스팀. ‘스팀의, 스팀에 의한, 스팀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작화와 함께 쉴 새 없이 등장하는 하얀 증기들을 보고 싶다면 <스팀보이>를 추천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들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그 역시 스팀펑크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붉은 돼지> 등이 있다. 그의 영화 속 ‘진보된 기술력’은 늘 스팀펑크로 구현됐다. 낡고 바랜 기계들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

그러나 이런 스팀펑크 요소들이 단순히 아름답게 그려진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을 포함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여러 작품 속에서 전쟁에 대한 경각심,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강조했다. 새빨간 불꽃, 거대한 연기를 내뿜는 스팀펑크 기계들은 인간의 욕심을 대변하는 장치로 그려지기도 했다.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일본 애니메이션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스팀펑크 애니메이션도 있다.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뱅자맹 르그랑이 각본, 각색에 참여한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다. 디테일하고 사실적인 작화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 환상성이 돋보인 작품.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는 증기기관이 고도로 발달한 1940년대의 파리가 배경이다. 도시 전체가 증기기관으로 돌아가지만, 그중 스팀펑크 요소가 가장 돋보인 것은 이동 수단이다. 현재의 지하철, 버스처럼 대중화된 커다란 비행선 모양의 케이블카는 독특한 상상력이 보였다. 스팀펑크와 많은 교집합이 있는 대체 역사물(역사적 사건이 현재와 다르게 전개된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탐구하는 장르)의 묘미도 살렸다. 영화의 포스터에도 실린 두 개의 에펠탑과 산업도시 속 잿빛 하늘은 색다른 파리의 전경을 선사했다.

<9:나인>

<9: 나인>

기계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무거운 주제가 빈번히 등장하는 사이버펑크에 비해 스팀펑크는 상대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띄고 있다. 그러나 쉐인 액커 감독의 <9:나인>은 과학문명의 폭주로 인류가 멸망한 지구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결합해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동시에 스팀펑크 기계들의 특징인 투박하고 거친 생김새를 통해 그로테스크함을 강조했다.

<9:나인>은 그로테스크하면 빠질 수 없는 팀 버튼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기도 하다. 팀 버튼 감독의 1990년작 <가위손> 속 주인공 에드워드(조니 뎁)의 탄생 과정에서도 톱니바퀴를 이용한 낡은 기계들이 등장, 스팀펑크 요소들을 볼 수 있었다.

<해저 2만리>

<해저 2만리>

스팀펑크의 개념이 확립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기원은 19세기 SF 소설들에서 찾을 수 있지만, 스팀펑크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과학 소설 작가 K.W. 지터가 1987년, 빅토리아 시대(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1837년~1901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들을 스팀펑크라고 칭하면서부터다.

<해저 2만리>는 그 한참 전인 1868년에 출간된 쥘 베른의 고전 과학 소설이다. <해저 2만리>는 1916년, 1954년 두 차례 영화로 제작됐다. 그중 1954년작에서는 소설 속 스팀펑크 이미지가 사실적으로 구현됐다. 해저탐사를 그린 영화 속에는 19세기 기술력으로 창조한 듯한 선박, 잠수함 등이 등장했다. CG 기술이 없었던 당시, 실제로 제작한 기계들에서는 스팀펑크의 이미지가 보였다. <해저 2만리>(1954)는 완벽히 스팀펑크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해당 장르의 요소를 볼 수 있으며 그 기반이 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모털 엔진> 이전 스팀펑크 요소를 가장 부각시킨 영화는1960년대 방영한 동명 TV 드라마를 영화로 각색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1999)다. 서부극을 원작으로 했지만, 영화는 여러 장르가 결합됐다. 기본적인 배경은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이며, 비밀요원이라는 캐릭터 설정은 첩보물에서 착안했다. <맨 인 블랙>의 윌 스미스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듯하다.

그리고 스팀펑크가 있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줄거리, 캐릭터에서는 서부극과 첩보물의 색이 강했지만, 비주얼 면에서는 스팀펑크 비주얼을 강하게 내세웠다. 끊임없이 19세기 기술력의 동력을 이용한 온갖 기계들이 등장했다. 악역인 아리스(케네스 브래너) 박사의 모습도 인간과 증기를 이용한 기계가 결합된 생김새. 톱니바퀴와 고철로 이루어진 거대 로봇이 주인공들과 대적하기도 한다. 미국판 스팀펑크의 끝을 볼 수 있었던 영화.

<헬보이> 시리즈

(왼쪽부터) <헬보이> 속 칼 루프렉트 크로엔, <헬보이 2: 골든 아미> 속 조앤 크라우스
<헬보이 2: 더 골든 아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 시리즈에서도 틈틈이 스팀펑크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캐릭터. 고대 괴수, 초능력자 등 여러 판타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속에는 스팀펑크 장르를 앞세운 캐릭터들도 보였다. 1편의 악역, 칼 루프렉트 크로앤(래디스라브 버랜)과 2편에서 새롭게 합류한 헬보이(론 펄먼)의 동료 조앤 크라우스(세스 맥팔레인)가 그들이다.

크로앤은 독특한 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태엽을 돌려 움직이는 개조 인간, 크라우스는 증기기관으로 만든 잠수복 모양의 수트로 이루어진 인물이다. 판타지와 스팀펑크를 결합해 탄생한 두 캐릭터는 주인공이자 고대 악마인 헬보이 못지않은 개성을 자랑했다. 또한 <헬보이 2: 더 골든 아미> 속 톱니바퀴 전투신에서는 영화 특유의 고딕 분위기와 스팀펑크의 결합도 엿보였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 시리즈는 스팀펑크의 특성을 파악해 판타지를 위한 여러 요소 중 하나로 활용한 사례. 이처럼 곳곳에 스팀펑크 요소들을 활용한 판타지 영화로는 <젠틀맨리그>, <황금나침반>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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