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주> 권보람 프로듀서 - 사람 냄새 나는 기획자
2018-12-10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CGV아트하우스의 산학협력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인 <영주>는 차성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동시에 권보람 프로듀서의 데뷔작이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영주(김향기)가 부모를 죽게 만든 가해자 부부를 만나는 이야기인 <영주>의 트리트먼트를 읽고 권보람 프로듀서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렇게 <영주>의 프로듀서를 자처했고, 일면식도 없던 차성덕 감독과 2년여를 동고동락했다. “내겐 일종의 믿음이 있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 <영주>가 차성덕 감독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이야기라는 점도 권보람 프로듀서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내 첫 영화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감독님을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해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미안한 것도 많았다. 제작비 2억2천만원으로는 감독이 구상한 그림을 온전히 구현하기 어려웠다. “적은 예산 때문에 시나리오도 많이 바뀌었다. ‘이 장면은 못 찍을 것 같아요.’ 그런 말을 해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영화의 엔딩 신인 육교 장면도 한 테이크 만에 완성한 장면이다. 현장에서 감독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자, 돈이 없어도 영화에 돈 없는 티가 나게 하지 말자, 어떻게든 영화를 잘 마무리 짓자는 세 가지 결심은 권보람 프로듀서의 소박하지만 절실한 결심이었다.

권보람 프로듀서가 이토록 현장에서 감독을 존중했던 이유는 그 스스로가 작가 지망생이던 시절이 길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5년 가까이 신춘문예에 글을 써서 냈지만 당선되지 않았다. 문득 내가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소설만큼이나 가까운 친구였다. 소설가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뉴욕필름아카데미에 시나리오 전공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시나리오 첫 수업을 들은 뒤 프로듀서 전공으로 바꿨다. “프로듀서 과정 첫 수업 때 들은 이야기다. ‘촬영 현장에서 누가 그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프로듀서다.’ 그 말이 너무 멋있어서 프로듀서가 되기로 했다.” 뉴욕에서의 7년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 영화기획 전공으로 입학했다. “원래는 장르영화를 좋아했지만, <영주>를 하고 난 뒤 사람 냄새 나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권보람 프로듀서의 변치 않는 바람은 “직접 좋은 글을 쓰는 좋은 기획자”가 되는 것이다.

만년필

“모든 글을 손으로 쓴다. 일정 정리부터 일기까지. 트리트먼트도 노트에 손으로 쓴다. 이런 나를 잘 아는 친한 친구들이 내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을 선물해줬다. 만년필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결심한다. 좋은 글을 써야겠다. 좋은 시나리오를 개발해야겠다. (웃음)”

프로듀서 2018 <영주> 2016 단편 <소녀, 질주> 2015 단편 <아겔다마> <로즈마리> <어른이 되기 전에> <구덩이> 2012 단편 <Round Trip> <Lucky Day> 2011 단편 <The Question, Your Answer> 2010 단편 <The Reply Letter>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