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충무로에서 가장 ‘열일’한 배우는 누굴까? 작품 수로 따지자면 유재명을 빼놓을 수 없다. <명당> <영주> 등 유재명은 올해만 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20살 이후 10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실력을 갈고 닦은 그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고서부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건 아니다. 2001년 영화 <흑수선>으로 영상매체 데뷔를 치른 그는 이후 긴 시간 무명 배우로 활동했다. 알아주는 충무로 다작 배우가 되기까지! 오늘날의 유재명을 만들어준 그의 단역 시절 모습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청연(2005)
<청연>은 그의 세 번째 영화 출연작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지혁(김주혁)을 고문하는 헌병수사관2 역으로 출연한 그를 만나볼 수 있다. 고문 수위가 다소 악독하니 관람 시 주의를 권한다.
무방비 도시(2008)
그는 단역 시절에도 다작 배우였다. <사생결단> <눈부신 날에>에 이어 출연한 <무방비 도시>에선 감식반 역을 맡았다. 영화의 후반부, 김명민이 부검실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장면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찰나의 순간 등장하니 그를 확인하고 싶다면 순발력을 발휘하자.
바람(2009)
<바람>에서 유재명은 짱구(정우)의 과외 선생이자 매로 학생들을 다스리는 문학종 선생, 1인 2역을 연기했다. 극 중 짱구에게 공부 좀 하라고 다그치는 1분 30초의 롱테이크 속사포 대사 장면이 압권. 후에 그를 캐스팅하는 <응답하라> 시리즈 신원호 PD의 마음을 훔친 장면이기도 하다.
범죄와의 전쟁(2012)
온갖 예비 톱스타 다 출연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유재명이 빠질 수 없다. 영화의 오프닝, 최익현(최민식)을 연행하는 형사가 바로 그. 배역명은 ‘팀원1’로, 극 중에선 주로 조범석 검사를 연기한 곽도원의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관상(2013)
<관상>에선 뇌물관리 2 역을 맡았다. 유재명은 한 인터뷰에서 “<관상>에선 아마 편집되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경(송강호)에게 관상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인삼과 곶감을 바치던 위 스틸 속 인물들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관상>으로부터 5년 뒤,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명당>에 출연했단 점이 인상 깊다.
황제를 위하여(2014)
<황제를 위하여>에선 극 초반, 이환(이민기)과 함께 야구 경기의 승부조작에 가담한 브로커를 연기했다. 억센 부산 사투리와 강렬한 패션이 인상 깊던 캐릭터.
제보자(2014)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에서 역시 짧게 등장했다. 극 중 유재명은 윤민철(박해일) PD가 파헤치는 사건의 핵심 증거를 보유한 불임 클리닉의 병원 원장을 연기한다. “원장님 좀 뵙고 싶다” 외치며 끌려나가는 윤민철 PD의 뒤로 그를 아니꼽게 쳐다보는 유재명을 만날 수 있다.
베테랑(2015)
<베테랑>에서 유재명은 화물 기사 2 역을 맡았다. 극 초반, 운송사무소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해 항의하는 화물 기사들 중 한명으로 출연한다. 짧게 등장하는 데다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팔을 휘젓는 등 통 큰 모션으로 화물 기사 중 존재감 갑을 담당했던 역할이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2015)
<내부자들>에선 그를 만나볼 수 없다. 통편집되었기 때문. 대신 50분을 더한 확장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엔 그의 출연분이 실렸다. 유재명은 이강희(백윤식)가 다니는 조국일보의 수석기자3 역으로 출연한다. 신문사 편집회의 장면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다.
대호(2015)
<대호>는 <응답하라 1988>이 방영중이던 2015년 12월 개봉한 작품이다. 유재명은 극 중 만덕(최민식)과 함께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 포수 역을 맡았다. 그의 감초 연기가 빛났던 작품.
4등(2016)
<4등>은 악독한 유재명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다. 유재명은 금메달 유망주였던 어린 광수(정가람)를 폭력으로 가르치던 국가대표 감독, 박 감독 역을 맡았다. 광수(박해준)에게 상처를 안겨준 인물.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그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비밀은 없다(2016)
실종된 딸을 찾는 엄마의 고군분투를 그린 <비밀은 없다>. 유재명은 선거에 정신이 팔린 종찬(김주혁)의 주변 인물, ‘도의원 1’ 역으로 짧게 등장한다. 전형적인 정치인 역할이었으나…! 스틸만 보면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의 동룡 아버지(위), <비밀의 숲> 이창준 검사(아래)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인 유재명!
영화 <하루>(위) <골든슬럼버>(아래)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미친 존재감을 자랑했고,
세 편의 단편을 묶은 <봄이 가도>(위), 올해 최고의 독립영화로 손꼽힌 <죄 많은 소녀>(아래)
추석 영화 <명당>(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영주>(아래) 등 다양한 규모의 영화에 출연했다.
긴 무명 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누구보다 쉴새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그! 대작들이 한 데 몰린 12월 극장가에서도 존재감을 뽐낼 예정이다. 유재명의 차기작은 <마약왕>. 이두삼(송강호)를 돕는 밀수단속반 김 반장을 연기한다. 이후엔 이영애 주연작 <나를 찾아줘>와 범죄 누아르 <비스트>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