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세먼지 어땠습니까?” 환경운동연합 고문, 미세먼지센터 공동대표,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영화로 보는 환경문제’ 특강에서 관객에게 건넨 첫마디다. 지난 11월 3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CJ문화재단과 <씨네21>이 함께하는 ‘스토리업’ 프로그램의 마지막 시간, ‘영화로 보는 환경문제’ 특강이 열렸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많은 이들이 ‘환경’을 떠올리면 ‘재미없다, 딱딱하다’라는 이야기부터 한다. 하지만 환경은 생존의 문제다. 환경문제가 인간의 삶과 죽음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강연 내내 강조했다. 서울환경영화제 역대 상영작 중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직접 소개한 추천작 3편에 대한 소개와 함께 <씨네21> 주성철 편집장과의 대담을 전한다.
주성철_ 최근 한국영화 중 <판도라>(감독 박정우, 2016나 <해운대>(감독 윤제균, 2009)와 같은 작품들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는 물론 한강에 독극물을 배출하는 <괴물>(2006)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환경문제를 언급했다고 본다. <부산행>(감독 연상호, 2016)에도 바이오 회사의 실험 샘플 유출 사태가 나온다. 해외 블록버스터들 중에서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나 최근의 ‘007 시리즈’에서는 고성능 생화학 무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환경문제는 굉장히 광범위해서 영화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영화 스토리를 개발하려는 이들이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최열_ 예를 들어 심각한 기후변화와 관련한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자. 이때 현상 자체만 담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되어서 피해가 발생하는지, 여러 가지 시스템에 관련한 이야기도 담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는 딱 환경에 국한된 게 아니라 많은 분야와 연결되어 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으로 인한 대구 시민 식수 문제, 영월 동강댐 건설 사건, 4대강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고 관련한 기록을 해뒀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도 영화적으로 충분히 극화할 만한 소재가 아닌가 싶다. 아직은 다큐멘터리로 접근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러한 소재를 영화화하고 싶으면 환경재단이 협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환경문제에서 취할 수 있는 소재들
주성철_ <비포 더 플러드>(2016)의 피셔 스티븐스 감독은 다큐멘터리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2009)을 제작하기도 했다. 일본의 작은 마을 다이지에서 2500여 마리의 돌고래를 잔인하게 사냥하는 이야기인데, 아주 인상 깊게 봤다. 이 작품은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환경문제에는 미세먼지, 기후변화뿐 아니라 전세계의 동물 문제도 포함된다.
최열_ 동물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도 많다. 관련한 영화를 만들면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도 있을 것이고, 흥행도 될 것 같다. 영국은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가 전체 박스오피스 5위 안에 들어가기도 하더라. 동물 보호를 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과거에 비해 많아졌고, 요즘은 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호텔도 생겼다. 그만큼 동물이 인간의 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물에 관한 영화, 동물 보호를 위한 영화는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주성철_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디카프리오는 영화 <비치>(감독 대니 보일, 2000)를 촬영할 때,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을 계기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재단’(Leonardo DiCaprio Foundation, LDF)을 설립하고 환경과 관련해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서 최열 이사장님도 언급했지만,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2015)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개인적인 소감보다 환경문제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은 굉장한 화제가 되었다. “나는 가상의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지금의 환경문제는 가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유엔에서 연설할 때도 이런 얘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디카프리오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한국 배우 중에서 환경보호와 관련해서 눈여겨보고 있는 배우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최열_ 서적이나 컴퓨터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도 많지만, 결국 현장을 많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디카프리오는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를 위해 2년간 여러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시절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유엔 기후변화 특사에 임명했다. 환경보호에 관해 같은 이야기를 해도 학자가 하는 것과 디카프리오가 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내년 서울환경영화제 기간에는 디카프리오가 이미 잡힌 일정이 있다고 들었다. 영상이라도 받고, 디카프리오의 취지를 이어 ‘디카프리오 환경상’을 만들고 싶다. 90년대에 배우 장미희를 처음 만났는데, 나와 만난 이후에 환경에 관련하여 많은 일을 실천하더라. 동강댐 건설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핵폐기물과 관련해서 광화문에서 연설도 했다. 이후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배우 최민식은 새만금 재방을 막기 위해 배를 가지고 부딪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배우 박진희 또한 오래전부터 환경실천가로 유명했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분리배출 철저히 하기, 개인 컵 사용하기, 손수건 사용하기 등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집에 태양광 장치를 설치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알려진 것처럼 배우 정우성도 환경문제를 포함해 난민 문제 등에 관심이 많다. 사실 난민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바로 환경문제다. 난민이 생기는 이유 중에도 기후변화가 있다. 지금 지구상의 난민은 공식적으로는 2500만명, 비공식적으로 5천만명이다. 아프리카 수단은 2005년 심각한 가뭄을 겪었고, 물 부족을 이유로 수단의 원주민과 아랍계 유목민이 충돌했다. 이 사건으로 200만명이 죽고 4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것이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발생의 시작이다.
영화 현장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
주성철_ <노 임팩트 맨>(2009)을 보면서 2004년 모건 스펄록 감독이 만든 <슈퍼 사이즈 미>(2004)가 떠올랐다. 패스트푸드를 지속해서 먹으면서 자신의 신체에 나타나는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패스트푸드로 인해 미국인들의 삶의 가치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까지 나아간다. <노 임팩트 맨>과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개인의 의지와 실천이라는 문제에 있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결은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노 임팩트 맨> 속 콜린의 가족은 환경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를 실천하는데, 사실 영화 속에서 아내와 아이가 굉장히 힘들어한다. 나의 선의나 의지와 무관하게 이러한 실천이 어디까지 가능하냐는 생각도 들었다.
최열_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에 관련해서 기능적인 것만 가르쳐주면 대부분의 사람이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분리수거하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쓰레기장에 가서 직접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독일에서는 만 3살이 되면 쓰레기장에 가고, 만5살이 되면 재생용지 만드는 현장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런 기회가 전혀 없다. 체험은 아주 중요하다. 어린이를 위해 환경과 관련된 동화책도 여러 권 썼는데, 책을 읽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편지를 보내왔다. 겨울에 난방을 줄이고 두꺼운 이불을 덮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부모님도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그런 어린이들도 우리나라에서 입시를 준비하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환경과 관련된 과목 또한 필수로 만들어서 지속해서 교육하고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성철_ 영화 촬영 현장의 환경에 대해서도 꼭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영화 촬영 현장은 굉장히 반환경적이다. 물론 요즘은 디지털이 주인 시대지만, 과거 필름은 아주 대표적인 산업폐기물이었다. 다양한 지역 로케이션의 이동 수단인 비행기와 자동차 모두 환경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든 드라마든 촬영 현장에서 남용되고 있는 일회용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영화 촬영 현장에 대해 조언이나 제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가.
최열_ 최근 촬영 중인 한 배우와 만날 일이 있었다. 60, 70명이 모여 지하에서 촬영하고, 미세먼지로 대기 질도 좋지 않다 보니 목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배우와 스탭들의 건강 문제도 영화 현장의 환경문제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사실 세트장을 만드는 것 자체도 이후에 재활용이 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 환경파괴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주성철_ 최근 한국영화 현장에서는 표준근로계약서도 자리잡아 가고 있고, 성폭력 예방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촬영 전에 환경에 관한 교육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열_ 요즘 현장에 유행처럼 밥차나 커피차를 많이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다량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한 사전교육도 굉장히 좋다고 본다. 그렇게 환경보호에 대한 개개인의 자각을 넘어 현장의 제도화 또한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추천하는 환경영화
<비포 더 플러드> (감독 피셔 스티븐스, 2016)
“2018년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이며,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틴 스코시즈 감독 등이 영화에 참여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디카프리오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완전한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한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전5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도, ‘기후변화, 지금 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늦었다’라는 환경문제와 관련한 소감을 얘기해 주목받았다. 인도는 1년 내릴 비의 절반이 5시간 만에 와서 농토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남태평양 투발루섬의 주민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가장 추천하는 영화다.”
<노 임팩트 맨> (감독 로라 가베트, 2009)
“2010년 제7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으로, 미국의 다큐멘터리다.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콜린이 2살 된 딸, 아내와 함께 지구에 무해(無害)한 생활을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한다. 자동차 운전 대신 자전거나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지역 농산물 사먹기, 전기에너지 사용 줄이기 등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모든 것들을 간소화한다. 콜린 가족이 겪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전 연령층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웨이스트 랜드> (감독 루시 워커, 2010)
“2011년 제8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인데 아주 감명 깊게 본 영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세계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인 ‘자르징 그라마슈’가 있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카타도르’라 부른다. 어느 날, 세계적인 사진작가 비크 무니스는 ‘카타도르’가 수거한 쓰레기를 재료로 삼고, 이들을 모델로 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2년여간 비크 무니스를 통해 예술을 접하게 되는 ‘카타도르’들은 작업이 진행될수록 꿈과 희망, 인간의 존엄성 등을 되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