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치 히데아키 작가의 원작 만화 <은혼>은 2004년부터 15년째 연재되고 있는 만화다. 농담과 과장을 약간 섞자면, 이 만화는 황당무계하면서도 독특한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SF 대체 역사 미스터리 탐정 어드벤처 코믹 스릴러다. 막부 시대의 사무라이가 몰락한 이유가 외계인의 침공 때문이라는 SF 설정을 바탕으로 해결사로 활약하는 주인공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21세기 이후 등장한 수많은 일본 만화 가운데 가장 별난 작품 중 하나인 <은혼>의 실사화는 흥행이 보장됨과 동시에 그만큼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를 과감하게 정면 돌파한 <변태가면> 시리즈의 후쿠다 유이치 감독과 ‘천년돌’이란 별명을 지닌 일본 아이돌 중의 아이돌 하시모토 간나가 시리즈의 두 번째 실사화 프로젝트 <은혼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의 국내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포스터에 사인을 요청하자 주인공인 오구리 슌사인을 대신 해줄 정도로 장난기 넘치는 후쿠다 유이치 감독과 호쾌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인 하시모토 간나와의 즐거웠던 대화를 전한다.
-만화를 극장판으로 각색할 때 1편 <은혼>(2017)이 썼던 구성 전략은 코믹하고 소소한 에피소드와 무거운 주제를 지닌 연작 에피소드를 섞어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것이었다. 2편의 구성도 이와 흡사하다. 하지만 2편에서는 주인공인 해결사 3인방 긴토키(오구리 슌), 신파치(스다 마사키), 카구라(하시모토 간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기보다는 경찰조직 신센구미의 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를 택했다. 원작 만화의 장군 접대 편과 신센구미 동란 편을 2편의 이야기로 선택한 이유는 이 에피소드가 지닌 액션 스케일 때문이었나.
=후쿠다 유이치_ 1편 개봉 때 코미디 요소가 너무 적다는 반응이 종종 있었다. 2편은 코미디를 많이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또 1편을 통해서 코믹한 에피소드와 진지한 에피소드가 함께 등장하는 밸런스를 관객이 좋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역시 코미디에만 치우치지 말고 웃음과 우정과 감동을 동반해야 <은혼>답다고 느꼈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신센구미 동란 편이었다.
-원작자인 소라치 히데아키는 실사영화의 각색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주던가.
후쿠다 유이치_ 그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웃음)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만들라고만 했다.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원작자다. 영화를 보고는 굉장히 만족해했다.
-<은혼> 시리즈의 카구라 역에 처음 캐스팅됐을 때를 되새겨보면 어떤가. 평소 만화 <은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하시모토 간나_ 카구라 역에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이미 굉장히 유명한 원작이라서 물론 잘 알고 있었다. 배우로서는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를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후쿠다 감독이 옆에서 캐스팅 이야기가 오갈 때 다른 배우는 누가 정해진 상태였냐고 묻자) 오구리 슌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캐스팅됐다.
-카구라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실은 전투에 능한 외계인 캐릭터이면서 애니메이션상의 독특한 억양과 말투 때문에 개성적인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
하시모토 간나_ 말투 때문에 연기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감독님이 애니메이션을 참고하라고 일러주셔서 애니메이션 성우의 억양을 많이 참고했다.
후쿠다 유이치_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는 굳이 애니메이션을 권하지 않았는데 간나에게는 꼭 보라고 권유했다. 너무나 독특한 카구라의 말투 때문이었다.
-<은혼> 시리즈 두편 모두 장재욱 무술감독이 함께 참여해서 만들었다. 그와의 협업은 어땠나.
후쿠다 유이치_ 장 감독은 현장에서 친절했다. 왜냐하면 늘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봐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액션을 잘 모르니까 이미지로 뭉뚱그려 설명하는데 그럴 때마다 놀랍게도 장 감독은 그것을 매우 구체적으로 실현해주었다. 나날이 발전해가며 새로운 액션이 쏟아져 등장하는 이 시대에 늘 새로운 것을 업데이트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번 영화는 전편과 액션의 색이 많이 달라졌는데, 영화 후반부에 어떤 결전이 등장한다. 굉장히 애크러배틱한 액션이 등장하는데 장 감독에게 <킹스맨> 시리즈에 나올 법한 액션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정말로 훌륭한 액션을 만들어줬다. 아주 박력이 넘친다. 전편에서는 카구라의 액션도 장 감독이 열심히 설계했는데 이번에는 아까 말한 후반부 결전의 액션장면에만 장 감독이 참여했다.
-그 때문인지 카구라의 액션도 전편과 상당히 달라 보인다. 카구라는 특히 전투에 능한 종족이란 설정이라 액션 분량이 많았을 텐데 연습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하시모토 간나_ 장 감독님은 액션 연기에 대해 코치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본인만의 고집이 굉장히 세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내가 다리를 높이 올리는데 본인이 원하는 높이까지 다리가 올라가지 않으면 절대로 오케이를 외치지 않는다.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보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해도 모니터에서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기에 옆에서 객관적인 모니터를 꼭 해줘야 한다. 너무 힘들고 괴로운 액션을 선보였는데 하나도 안 힘든 것처럼 보일 때가 있고 반대로 단순한 행동이 굉장히 애크러배틱하게 담길 때가 있다. 액션은 어렵다.
후쿠다 유이치_ 내가 보기에 장재욱 감독은 화려한 액션을 좋아한다. 총을 쓰거나 와이어를 이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번 영화에서 카구라의 액션은 쿵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은혼> 시리즈에는 다른 일본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패러디 개그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1편에서는 건담을 활용했다면 2편에서는 에반게리온을 활용한다. 이는 어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삽입된 것인가. 그리고 1편에 이어 이번에도 스튜디오 지브리 관련 장면이 등장하는데 저작권 협의를 어떻게 이뤄낸 것인가.
후쿠다 유이치_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건 절대로 에반게리온이 아니다. (일동 폭소) 에반게리온처럼 보이지만 절대 아닌, 왠지 닮은 듯한 로봇과 정체를 모르는 괴수가 등장한다. 난 에반게리온을 본 적도 없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영화에 고양이버스가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절대 아니다. 지브리와 우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웃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오구리 슌의 출연작에 대한 언급 역시 외부와 전혀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든 것인가.
후쿠다 유이치_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패러디인 <소의 간을 먹고 싶어>는 오구리 슌 출연작이니 이해해주겠지? (웃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불쾌해하지 않을까? 실은 그와 만나게 됐을 때 화낼까봐 무섭긴 하다.
-<은혼>의 카구라는 배우로서 어떤 에너지를 얻은 캐릭터로 기억될까.
하시모토 간나_ 카구라 역을 맡게 됐을 때 내 주변에서 가장 반응이 많았다. 나로서는 신경지를 개척한 거나 다름없다. 이런 독특한 역할을 한번도 연기해본 적 없었으니까. 언제부턴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코미디언’ 소리도 들어봤다. 그러고보니 ‘내가 웃긴 사람이 아니었나?’라고 되묻게 되더라.
후쿠다 유이치_ <은혼> 전에는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미소녀”였지. (일동 웃음)
하시모토 간나_ 지금 과거형으로 말씀하셨다. (웃음)
후쿠다 유이치_ 예전에는 하시모토 간나라고 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이란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약간 달라진 것 같다.
하시모토 간나_ 그렇다. 주변에서 나보고 “괜찮냐?”고 많이들 물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