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사라진 아이’를 찾지만,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는 아이가 살아 있던 자취를 찾는다. 아동상담사 차우경(김선아)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아이를 차로 치고 만다. 무연고자로 죽은 아이의 장례를 대신 치른 우경은 아이가 왜 거기 있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내려 애쓴다. 우경의 남편은 아내가 죄책감 때문에 이미 끝난 일에 집착한다고 생각하지만, 우경은 유품 속 그림에 자그마하게 그려진 아이의 동생을 찾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매달린다.
기이한 죽음은 계속 이어진다. 아동학대 혐의로 형을 살고 출소한 여자를 불에 태워 살해한 남자는 자신을 칼로 수십번 찔러 목숨을 끊었다. 악마를 처단했다고 유서를 남긴 남자의 거창한 사명감은 어떤 죄책감을 깔고 있을까? <붉은 달 푸른 해>는 죄책감과 사명감, 학대와 자해, 환각과 망각을 중첩하며 끊임없이 의문을 생산한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방치되다가 죽어서 드러나는 목숨들을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나 편리한 선악 구도로 해명할 수는 없다. 거듭되는 사건의 원인과 결과 사이를 비집고 새로 의문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맡는 우경과 형사 강지헌(이이경)도 알기 쉽게 투명한 사람들이 아니다. 집요한 성정이나 종종 보이는 편향된 사고는 이들이 억누른 어둠을 가리킨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봉인한 과거가 있고, 트리거가 되는 사건을 겪으면서 죄책감이 사명감의 형태로 발현되는 과정이 서늘하다 못해 뼈가 시리게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