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 한상호 감독, “점박이는 아이들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2019-01-03
글 : 송경원 | 사진 : 백종헌 |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 한상호 감독, “점박이는 아이들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아동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공룡은 언제나 통하는 치트키라고 한다. 절반은 맞는 이야기다. 공룡 관련 콘텐츠는 인기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게다가 단발 흥행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공룡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다. 2012년 개봉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은 105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장편 창작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누군가는 치트키가 제대로 먹혔다고 쉽게 말하지만 <점박이> 시리즈는 좀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프로젝트다. 2008년 EBS의 3부작 TV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점박이>는 이후 30개국에 수출되고 관련 출판물이 100만부 이상 팔리는 등 성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하지만 교육용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던 만큼 한계도 명확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점박이>의 아버지 한상호 감독은 5년 만에 신작 극장판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이하 <점박이2>)을 공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느덧 10년을 <점박이> 시리즈와 함께해온 한상호 감독에게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디딘 점박이의 모험에 대해 물었다.



-5년 만의 신작이다. 길다면 길고, 애니메이션 제작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축하드린다.



=감사하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때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3년이 걸렸는데, 2편을 만드는 데 5년이 걸릴 거라곤 솔직히 예상 못했다. 사실 애니메이션이 워낙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긴 해도 1편의 노하우가 있어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웃음) 이번에도 역시 완전히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하나씩 과제를 풀어나가는 기분이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섞여 있었던 1편과 가장 큰 차이는 완전한 극영화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점박이의 10년은 처음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2006년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한반도의 공룡>을 기획했다. 팩션 다큐멘터리가 당시 세계적인 트렌드였는데 <BBC>에서 6부작으로 제작한 <공룡대탐험>을 보며 가능성을 발견했다. 물론 <공룡대탐험>은 28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작품인 만큼 차이가 있지만 조건이 턱없이 모자라도 방향은 따라갈 수 있을 거라 판단했고, 다행히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한반도의 공룡>은 당시 EBS 평균 시청률의 3배를 기록했고 30여개국의 해외 방송사에 수출됐다. 극장용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으로 확장할 때 역시 도전이었다.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주인공 점박이에 대한 감정이입이었다. 완전한 극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은 고난 끝에 살아남은 점박이와 막내가 해변을 걸어가며 끝난다. 그리고 <점박이2>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점박이와 막내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둘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졌다. 그때 생각난 이야기를 4장 분량으로 짧게 정리해뒀는데 그게 <점박이2>의 뼈대가 됐다. 극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 쉽게 시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점박이>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고 세계를 향한 브랜드로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스토리텔링이 필수라고 판단했고 주변을 하나씩 설득해나갔다.



-필요한 발상이고 용기 있는 시도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적절히 섞여 있는 것이 <점박이>의 장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충분히 동의한다. 제작과정에서 그런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으려면 전달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3인칭 내레이션이 아닌 점박이의 목소리로 점박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사실적인 요소를 살리되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점박이는 아이들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도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극영화를 선택하는 순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잔뜩 생긴다. 우선 공룡들이 다큐멘터리처럼 관찰되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해야 한다. 실제로 <점박이2>에는 목소리 연기에 맞춘 입모양과 미세한 표정 연기들이 구현되어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했다. 내가 원한 건 ‘뽀로로’나 ‘미키마우스’처럼 캐릭터화된 연기가 아니라 존 파브로 감독의 <정글북>(2016)이나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처럼 사실적인 동물 연기였다. 2019년에 개봉할 디즈니의 실사영화 <라이온 킹>과 비교해도 좋겠다. 문제는 한국에서 아무도 이런 작업을 해본 적 없었기에 애니메이터들이 동물 연기 묘사에 낯설어했다는 것이다. 작업에 진척이 없을 때 <미스터 고>(2013)에서 고릴라 연기를 한 김흥래 배우를 만나 동물 액션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동작과 표정을 일일이 연기하고 1200컷이 넘는 전체 분량을 스토리보드 앵글 그대로 촬영했다. 그걸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작업에만 2년이 걸렸다. 거기까지가 딱 절반이었다.



-공룡들의 연기만큼이나 공룡의 육중한 덩치를 살린 액션 장면이 돋보인다.



=‘공룡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대원칙이었기 때문에 꼬리를 활용하는 등 공룡만이 할 수 있는 액션들을 구상했다. 동시에 멀리서 관찰하는 것보다 훨씬 생생한 동작들이 필요했다. 가령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좋을 점박이와 랩터들의 대결 장면은 90초가량의 롱테이크 컷으로 구성했는데 그 장면을 위해 애니메이터 한명이 6개월을 꼬박 매달렸다.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1편 배경은 전부 뉴질랜드에서 로케이션 촬영한 데 반해 이번에는 60%가량을 CG로 제작했다. 계곡, 거대 전갈과 대결을 벌이는 협곡, 용암지대 등 무대가 한층 넓고 다채로워졌다.



=이야기를 설득하고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려면 공간을 생생히 살려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적당한 배경을 찾기 위해 로케이션을 꽤 많이 했는데 스토리상 필요한 공간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예산과 스케줄 모두가 난제였지만 디테일과 완성도를 위해 CG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사실 새끼공룡들의 사육장 같은 경우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미니어처를 제작해 촬영하기도 했지만 원하는 디테일이 나오지 않아 전량 폐기하고 3D 모델링으로 새로 작업했다.



-박희순, 라미란, 김성균 등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흥미롭다.



=홍보 목적을 위한 연예인 더빙이 아니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위해 극영화 경험이 풍부한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다. 김성균 배우가 맡은 싸이의 경우 목소리 녹음을 먼저했는데 이후 캐릭터 CG 작업을 할 때 감정을 살린 표현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캐릭터와 한몸이 된 연기를 해준 배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점박이2>의 제작비가 92억원가량이라고 들었다. 얼핏 많은 것 같아 보이지만 비슷한 완성도의 다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제작비와 비교해볼 때 결코 넉넉한 예산이 아니다.



=물론 넉넉하지 않다. 한편으론 주어진 조건에서 원하는 형태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것이 창작의 숙명이다. 그마나 <점박이>는 연관 콘텐츠가 충실하여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판단이 있기에 그 정도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을 강화하여 지속 가능한 킬러 콘텐츠로 확장하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작업을 통해 한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영역에서 애니메이터들의 숙련도가 쌓였다. 그렇게 하나씩 축적되다 보면 50년, 100년 가는 캐릭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길잡이가 굳이 내가 아니라도 좋으니 점박이의 모험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