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에세이부터 소설까지, 작가로 변신한 국내 배우들
2019-01-07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걷는 사람, 하정우>

김병우 감독의 <PMC: 더 벙커>로 돌아온 하정우. 대세 배우, 최연소 1억 배우 등 이제 그는 충무로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하정우에게 ‘배우’라는 수식어는 너무 좁은 단어일 수 있다. 그는 배우를 넘어 감독, 화가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영화 외 가장 최근 그의 행보는 작가다. 하정우는 11월28일 그의 두 번째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를 발표했다. 평소에도 걷는 것을 사랑한다는 하정우. 그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걸으면서 느꼈던 일상의 소중함, 스스로의 가치관, 지금까지의 발자취 등을 담았다. 그렇다면, 하정우처럼 책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한 국내 배우들은 또 누가 있을까. 포토북,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책으로 작가 변신에 성공한 배우들을 모아봤다.

배두나 <두나’s 서울놀이> 외

<두나’s 서울놀이>

한국을 넘어 일본, 할리우드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두나. 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녀는 ‘여행’을 주제로 세 권의 포토북을 선보였다. 2006년 <두나’s 런던놀이>를 시작으로 2007년 <두나’s 도쿄놀이>, 2008년 <두나’s 서울놀이>(이하 <서울놀이>)를 출간했다. 오랫동안 취미로 사진을 찍어온 만큼 필름, 디지털, 폴라로이드 등 여러 종류의 카메라로 각 도시의 모습을 포착했다.

개인 블로거로도 활동했던 만큼 풍경 사진뿐 아니라 일상적인 내용의 글도 틈틈이 풀어냈다.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 전 남자친구와의 일화 등도 서슴없이 담겼다. 배우 배두나보다는 인간 배두나에 대해 한걸음 다가가 볼 수 있는 책. 마지막 <서울놀이>를 제외하고는 타지 여행을 주제로 했지만 마치 집 앞을 거닐 듯 묘사한 점도 독특하다. 반대로 <서울놀이>에서는 오히려 ‘여행’을 왔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적었다고.

공효진 <공효진의 공책>

<공효진의 공책>

언어유희를 이용한 제목 센스가 돋보이는 <공효진의 공책>(이하 <공책>). 단순한 일상 혹은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공효진의 패션 서적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공책>은 ‘환경’을 주제로 한 책이다. 공효진은 패션 못지않게 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배우다. 그녀는 책 도입부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인간을 포함해서 지구상의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이 함께 행복하기를”라고 말했다.

‘너무 원대한 목표’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공효진은 이에 대해 작고 일상적인 방안들을 세세히 제시했다. 화초 사랑, 옷 리폼, 약 수거 등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운동법들을 소개했다. 호평을 받으며 약 3만 부가 넘는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공책>. 공효진은 “<공책>을 통해 누군가가 조금만 따라 해줘도 지구가 바뀔 수 있고, 내 주변을 바꿀 수 있다면 책을 쓴 보람이 느껴질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혜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3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며 박애 정신을 발휘해온 김혜자. <꽃으로 때리지 말라>는 2004년 그녀가 10년 넘게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것을 적은 에세이다. 제목은 유명한 영어 속담에서 따온 것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김혜자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책 속에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근 문제, 전쟁의 참상 등이 세세하게 실렸다. 부모가 진 6만원 가량의 빚을 갚지 못해 몇 년씩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 800원 가격의 약이 없어 죽는 이들 등 참혹한 일화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동시에 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김혜자의 고통 역시 현실적으로 묘사됐다. 그녀의 진심 어린 외침이 담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많은 이들의 경각심을 깨워주며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박정민 <쓸 만한 인간>

<쓸 만한 인간>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윤동주(강하늘)와 함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문학청년, 송몽규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은 박정민. 그는 실제로도 문학적 관심과 소양을 지닌 듯하다. 박정민은 2016년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발표했다. 월간지 <톱클래스>에 ‘언희’라는 이름으로 연재하던 3년간의 산문들을 모은 책이다. 3년간 매월 글을 연재한 것부터 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쓸 만한 인간>이라는 제목만 보자면 스스로의 존재 의미에 대한 무거운 내용이 담겼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찌질했던 연애담, 대학생이 된 후 신이 나서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린 사건 등 코믹한 일화 등이 담겼다. 슬픈 상황임에도 이를 풀어낸 유머러스한 문체도 돋보였다. 그 사이 긍정적인 태도 등 스스로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부분도 담겼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로부터 때로는 코믹한, 때로는 진중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글이다.

구혜선 <마리 이야기 & 미스터리 핑크> 외

<마리 이야기 & 미스터리 핑크>

<마리 이야기 & 미스터리 핑크>는 배우 구혜선이 아니라 감독 구혜선의 책이라 하는 것이 맞겠다. 최근 연출한 <미스터리 핑크>와 영화화되진 않았지만 20대 중반 작성한 <마리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모았다. <마리 이야기>는 사랑, 트라우마 등 인간의 욕망을 간직한 뱀파이어의 이야기다. <미스터리 핑크>는 증오, 사랑 등의 감정을 두 남녀의 짧은 행동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낸 각본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본격적인 스타덤에 오르기 이전의 구혜선과 현재의 구혜선의 독특한 상상력을 볼 수 있다.

화가로도 활동 중인 그녀는 2009년에는 일러스트 픽션 <탱고>를, 2017년에는 직접 작곡한 곡들의 악보를 수록한 악보집 <구혜선 악보집>을 출간했다. 이외에도 첫 번째 연출작인 <요술>의 메이킹 북 <첫번째 요술이야기> 등을 집필한 바 있다.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활동 중인 그녀는 스스로의 작품을 책으로 마무리하는 듯하다.

신동욱 <씁니다, 우주일지>

<씁니다, 우주일지>

<씁니다, 우주일지>는 소개하는 책 중 유일한 소설이다. 저자는 영화 출연작은 없지만 드라마 <소울 메이트>, <쩐의 전쟁> 등으로 알려진 배우 신동욱. 그는 2011년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은 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 그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글을 쓰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우주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있었던 신동욱. <씁니다, 우주일지>는 엘리베이터 건설을 위해 우주로 떠난 주인공 맥이 사고로 인해 표류하게 되는 이야기가 담겼다. 맥은 암담한 상황이지만 유쾌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신동욱은 주인공 맥에 스스로를 투영했다. 그는 “저같이 갑자기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삶의 의욕을 잃는 일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스스로 시련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성공적으로 소설 작가 데뷔를 한 그는 이후 드라마 <파수꾼>, <라이브> 등의 드라마로 복귀해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동욱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