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장미>는 딸 현아(채수빈)를 헌신적으로 키워온 엄마 장미에 관한 영화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장미가 겪었던 굵직한 사건들이 거의 10년 단위로 펼쳐지기에 상황에 맞는 여러 시대를 미술로 재현해야 했다. 덕분에 신유진 미술감독은 “일반적인 제작과정에서는 보통 몇 회차 진행하는 헤드스탭 회의를 15번 넘게 가질 정도로” 어느 때보다 더 꼼꼼하게 준비했다. 특히 “생활감을 보여주되 성격상 활발하고 강한 장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공간이길 원했다고. 극중 젊은 시절의 장미(하연수)는 낮에는 미싱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클럽은 “장미의 꿈이 담긴 곳”이기에 “경쾌하고 밝은 색감”을 부여했다. 동시에 “1970년대에 흔히 쓰이던 굴곡이 있고 무늬가 들어간 타일 하나하나도 고증을 거쳤다”. 어린 현아와 장미가 살던 단칸방 역시 1980년대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서 “실제로 한달 간격으로 방을 빌려주던 여관의 방문을 떼어” 오기도 했고, 여관 주인이 살던 실제 공간을 참고하기도 했다. IMF 외환 위기 때의 장미(유호정)와 현아가 살던 아파트도 “당시의 아파트 옵션으로 제공되던 둥근 식탁, 넓은 다리미판 등을 그대로 재현”했다. 신유진 미술감독은 “화려한 색감이나 패턴의 구현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평범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장미와 현아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사실 그가 이번 영화의 시대성을 어느 때보다도 잘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엄마 찬스 덕분”이었다. 본가가 군산인데 촬영 세트장이 있는 전주까지 본가에서 실제로 쓰던 가재도구나 소품을 실어 나른 것. 극중 현아가 어릴 때 쓰는 곰인형이나 밍크 이불은 모두 신유진 미술감독의 물건이다. 중학생 때 아버지가 처음 사준 책상은 현아의 고등학생 시절 책상으로 등장한다. 장미를 연기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한 유호정 배우가 “여기 있는 것들 다 내가 한번은 써봤던 것”이라고 이야기해줘 너무 뿌듯했다고.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다가 모집 공고를 보고 영화 현장에 뛰어든 그는 “생애 첫 작업한 영화가 엎어졌지만 한편은 마무리하고 가자는 심정으로” 현장을 버텼고, 이후 장박하 미술감독 밑에서 여러 현장을 경험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다>(2013)처럼 색감이 느껴지는 흑백영화의 미술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새로운 미술 작업을 꿈꾸는 신유진 미술감독. 그의 다음 영화는 또 어떤 찬스로 꾸며질까.
공구 가방 속 도구들
“현장에 있는 미술팀원은 모두 개인별 공구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사실 감독 입봉하면 거의 안 들고 다니지만 나는 강박증 같은 게 있어서 내 공구는 내가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즐겨 쓰던, 세월이 묻은 도구들이다. 한때 잃어버렸다가 다시 돌아온 줄자는 경력이 꽤 오래됐고 만년필은 팀원 친구가 생일 선물로 사줬다.”
미술감독 2018 <그대 이름은 장미> 2017 <검객> 2017 <덕구> 2016 <더 테이블> 2014 <오피스> 2014 <상의원>(공동) 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