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월> 생존을 위해 자꾸만 나쁜 선택을 하는 여자
2019-01-30
글 : 이주현

민경(조민경)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만두 가게에서 돈을 빼돌리다 들켜 해고된다. 공무원 학원에선 강의를 몰래 듣다가 가방을 싸고, 보증금까지 까인 지하 월세방 입구엔 방을 곧 빼겠다는 쪽지가 붙어 있다. 집 대신 머물곤 하는 주인 없는 컨테이너에선 가끔 돈을 받고 진규(이주원)와 섹스를 한다. 갈 곳이 없어진 민경은 룸메이트 여진(김성령)이 자살기도 후 요양하고 있는 시골집으로 향한다. 여진은 민경을 반갑게 맞으며 자신의 것을 내주지만, 민경은 유복한 가정환경의 여진을 질투하며 호의를 동정으로 받아들인다. 여진의 집에서도 도망치듯 나온 민경은 진규집에서 그의 어린 아들과 함께 며칠을 보낸다.

“미워하는 마음을 아무리 숨기고 숨겨도 상대방은 다 알잖아.” 어디 미움뿐일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가난도 마찬가지다. 민경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행의 조건을 헤쳐나가지만 민경의 생존방식은 도둑질과 거짓말과 험담 같은 것들이다. 민경의 악의는 다시 칼이 되어 민경을 겨눈다. <이월>의 민경은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20대 여성이다. 뻔뻔하게 버티고 버티다 궁지에 몰리면 냅다 뭐라도 물고 도망치는 여자. 생존을 위해 자꾸만 나쁜 선택을 하는 여자. 미워할 수도 연민할 수도 없는 여자. 김중현 감독은 민경을 통해 지금 시대와 세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가시>(2011)를 만든 김중현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감독상, 넷팩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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