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청춘영화 스타인 고마쓰 나나가 중학생 시절의 실제 육상부 경험을 살려 달리기를 사랑하는 17살 소녀로 분했다. 타 학교 선수들의 동경과 질투를 한몸에 받는 최고의 에이스였지만 갑자기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서 더이상 트랙 위에 오르지 못하게 된 타치바나 아키라(고마쓰 나나)는 재활 훈련을 포기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이유는 단 하나, 레스토랑 점장 콘도 마사미(오이즈미 요)가 보여준 자상함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진실이든 일탈이든 아키라의 사랑이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을 것임을 헤아린 마사미는 서두르지 않되 분명하게 아키라가 다시 꿈을 좇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득한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마유즈키 준이 연재해온 동명의 인기 만화가 지난해 완결되면서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다. 45살의 아저씨를 사랑하는 여고생이라는 컨셉은 호불호가 갈릴 법하지만 엄밀히 말해 둘의 로맨스가 극의 핵심을 이룬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아키라의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시작된 관계가 새롭게 확장되는 방향성에 주목하는 서사다. 삶의 어떤 정체구간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를 일깨우는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가볍지 않은 감정을 다루면서도 장마가 그친 뒤 드러나는 티 없는 하늘처럼 쾌활한 분위기를 잃지 않은 점은 돋보이나, 남자주인공의 태도와 달리 카메라가 종종 10대 여성에 대한 관음적인 시선을 취하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