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언더독> 유승배 미술감독 - 영화의 공기를 그리는 사람
2019-02-04
글 : 김소미
사진 : 백종헌

지난 1월 16일 개봉한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언더독>을 보다가 캐릭터 뒤편에 자리한 배경 미술에 눈길을 빼앗겼다. 특히 주인에게 버려진 개 뭉치가 온통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 앉은 장면은 눈이 부실 정도다. “배경 미술은 캐릭터를 살려주는, 전적으로 서브 역할”이라는 유승배 미술감독이 들으면 손사래를 칠 일이다. 그는 “동양화의 안개가 서린 느낌 같은 공기원근법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화려하고 매끈한 3D애니메이션의 홍수 속에서 <언더독>은 서정적인 수채화를, 때에 따라서는 한국 수묵화가 지닌 은은한 기품을 떠올리게 한다. 오성윤, 이춘백 감독이 강조했던 <언더독> 특유의 2.5D 느낌을 구현하는 데에도 유승배 미술감독의 역할이 컸다. 그는 “3D 모델링 공정을 거친 캐릭터의 외곽선, 배경 더미에 얇은 붓선의 느낌을 주거나 손맛이 느껴지도록 텍스처 매핑을 하는 방식”으로 아날로그 정서를 살렸다.

유승배 미술감독의 작업은 표현의 방법만큼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언더독>은 익숙해서 잊고 있었던, 한국 풍경의 소박한 정서를 잘 살려낸 작품이다. 나지막한 숲속 풍경, 서울 폐가촌의 정경 등이 “동화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외국 애니메이션을 흉내내지 않고, 조금 거칠더라도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덕분이다. 유승배 미술감독은 1980년대 초부터 OEM 애니메이션 제작사, 금성출판사 등을 거쳐 1996년에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의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얼마 못 가 외환위기가 찾아왔지만, “외국에서 일을 받아서 하기 보다는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욕망”을 동력 삼아 버텼다. 2011년,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전국에서 220만 관객을 동원했고, 오랜 시간 준비한 <언더독>이 드디어 극장가에 나왔으니 소회가 남다를 법하다. 그가 1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공들인 시간이 6년, 지난 1월 18일 SNS상에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언더독>에 대해 “캐릭터들도 <마당을 나온 암탉>보다 발전했지만 유 감독님의 배경 미술은 아름다워도 너무 아름답다”고 적은 것은 과장이 아니다. 유승배 미술감독은 “엊그제 작업을 시작한 것 같은데 시간이 휙 지났다”고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더불어 “차기작은 오돌또기가 판권을 계약한 중국 소설 <너는 내 동생> 애니메이션 작업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수첩과 스케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메모한다기보다는 ‘마감이 코앞이다~!’라고 외치며 저 멀리서 군사 10만명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올 때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다.” 제작 회의 때마다 수첩부터 펼치는 유승배 미술감독은 스케치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왔다는 베테랑의 수첩엔 그 말을 증명하듯 그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미술감독 2018 <언더독> 2011 <마당을 나온 암탉> 배경감독 2005 <사람이 되어라>(단편) 2003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인트로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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