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험악한 꿈> 아이들은 아직 서툴고, 어른들은 너무나 차가운 세계
2019-02-20
글 : 김소미

시골의 깊은 숲속에서 마주친 조나스(조시 위긴스)와 케이시(소피 넬리스)는 서로가 외로운 존재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금세 가까워진다. 조나스는 부모의 권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농장에서 일하고, 케이시는 경찰관인 아버지 웨인(빌 팩스턴)을 따라 막 이곳으로 이사를 온 상태다. 기댈 곳이 없던 소년과 소녀는 그렇게 서로를 탈출구 삼아 일상을 견딘다. 그리고 여기까지 영화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광활한 갈대밭과 호수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감각적인 로맨스의 길을 걷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영롱한 한때가 곧 짓이겨지고 말 것이라는 예감은 제목에서부터 익히 드러난 바다. 폭력을 휘두르는 케이시의 아버지 웨인으로부터 도망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 웨인이 훔친 100만달러를 발견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년과 소녀의 가출 소동극이 될 뻔한 이야기가 어느새 범죄 스릴러의 급류에 휘말린 모양새다. 달콤하다가도 돌연 잔혹해지는 꿈처럼 희망적인 로맨스였던 둘의 행로는 춥고 굶주린 추격전으로 접어든다. 이 두 가지 상반된 무드와 함께 몰입감을 유지하는 네이선 몰랜도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아이들은 아직 서툴고, 어른들은 너무나 차가운 세계. <험악한 꿈>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폭력을 택하는 아이들을 비춤으로써 더욱 잔혹해지는 이야기다. 주제와 대비되는 감성적인 촬영과 음악 또한 정서를 쌓아가되 결코 과하지 않은 절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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