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이시바시 시즈카 - 배우는 절대 안 될 거야, 그러나 배우가 될 숙명
2019-02-21
글 : 김현수

늦은 밤, 두 번째 출근을 해야 하는 청춘의 눈에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푸른색이다. 미카는 낮에는 간호사로 일하며 밤에는 걸즈바에서 일한다. 이중생활이라기보다는 도시 빈민의 고단한 발버둥에 가깝다. 도쿄에서 살려면 늘 돈이 필요하고, 그것은 악착같이 힘을 내야만 주어지는 것이다. 미카가 입버릇처럼 죽음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이유도 어쩌면 낮이나 밤이나 그녀가 하는 일이 모두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촬영 구도나 조명으로 돋보이게 하는 식의 기교가 일절 없는 이 영화에서 이시바시 시즈카는 종종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 표정이 말 그대로 텅 비어 있다. 덕분에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을 부드럽게 죽이는 것”이라거나, “연애는 아무 데서도 배우지 않았는데 누구나 하고 있으니 무슨 의미가 있냐”는 그녀의 대사가 온전히 미카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이시바시 시즈카는 자신의 첫 주연 데뷔작을 연기하면서 이 영화가 “거울 같다”고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되레 관객이 스스로를 직시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의미에서다. 그것은 배우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배우 이시바시 료와 하라다 미에코의 둘째 딸로 태어나 4살 때부터 클래식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한때 “배우의 딸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배우는 절대 안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유학 시절, 연극에 재미를 느껴 2015년 연극 <은하철도의 밤>으로 데뷔했는데, 미카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선택을 하는 영화 속 성장 과정이 오버랩된다. 심지어 이시바시 시즈카는 이번 영화로 모두 8개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2019년 영화 개봉 스케줄도 꽉 찼으니, 부모의 후광을 등에 업었다는 선입견은 출발선에서부터 떨쳐버린 셈이다.

영화 2019 <니카이도 집 이야기> 2019 <딸기의 노래> 2019 <21세기의 여자> 2019 <낙원> 2018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사랑> 2018 <울보 숏탄의 기적> 2018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2017 <파크> 2017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2016 <소녀> TV 2019 <어둠의 기어> 2018 <절반, 푸르다> 2018 <SUITS>

사진 디오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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