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가 되어서 앞에 나오니 정말 떨린다.”(이범수) <씨네21>과 CGV 용산아이파크몰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 용씨네의 9번째 주인공은 <자전차왕 엄복동>이었다. 2월 19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이날 시사회에는 <자전차왕 엄복동>을 기획·제작하고 독립운동가 황재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범수가 참석했고, <씨네21>의 이화정·김소미 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자전거를 팔던 평범한 조선인 엄복동이 1913년부터 자전차 대회에 출전해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무패 신화를 기록했던 일제강점기 당시 실화에 바탕한 이야기다. 기록에 의하면 엄복동의 경기를 보기 위해 당시 약 30만명이었던 경성 인구 중 10만명이 용산 경기장에 운집할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는 ‘자전차 대왕’, ‘동양 자전거왕’ 등으로 불렸던 엄복동의 초창기 활약상을 중심으로 다룬다. 이범수는 “배우로서 작품에 임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눈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고, 부족한 점도 있지만 마무리 작업까지 꼼꼼하게 붙들었다.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관객의 마음에 따뜻하고 보편적으로 다가가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먼저 이화정 기자는 “제작자가 GV에 참석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데,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모셨다. 우선은 <자전차왕 엄복동>의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고 운을 뗐다. 이범수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제작 영화”라면서 2017년 대표로 취임한 회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자기 분야에 매진한 순수한 인물의 성취가 민중에게 희망을 던져주는 이야기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곧바로 내가 찾던 작품이라고 확신했기에 진정성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 이어 김소미 기자는 “한동안 할리우드·중국 영화계에서 활동하던 배우 정지훈(비)이 오랜만에 한국영화계에 돌아온 작품”임을 언급하며 “정지훈에게서 발견한 엄복동다운 면모”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질문했다. 이범수는 “화려한 스타처럼 보이지만 매우 소박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정지훈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이유로 “타고난 밝은 에너지, 신체적으로도 강인한 면모가 스포츠 영웅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믿음”을 꼽았다. 이화정 기자가 “제작자 본인은 자전차 선수로 출연하지 않고, 레이스 바깥에서 활동하는 멋지고 편안한 독립운동가를 연기했다”라고 농담을 던지자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웃음) 나를 캐스팅한 이유는 제작비 절감 차원도 있었다”며 응수했다. 한편 김소미 기자는 황재호 캐릭터가 ”총칼이 아니라 자전차 경주를 통해서도 독립운동을 할 수 있다고 믿는 매우 이상적인 인물”인 점을 짚었다. 이범수는 “당대에 황재호처럼 무장투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민족의 사기를 고취하고 계몽하고자 하는 인물들도 많았다. 재미있는 건 황재호도 필요할 때가 되면 결국 총을 든다는 사실이다. 투쟁을 위해 두 방향성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지점에 나 역시 충분히 심정적으로 동의한다”고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들려줬다.
배우 이범수의 첫 제작 영화
이화정 기자는 “배우 이범수는 1990년에 드라마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이후, <오! 브라더스>(2003) 같은 코미디영화를 비롯해 한국영화계에서 매우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베테랑 배우”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배우로서 쌓은 역량이 제작 전반에 어떤 장점으로 발현되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잠시 고민한 이범수는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매니지먼트사에 시나리오를 보내면 반응이 돌아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배우 생활이 제작에 도움이 된 부분이라고 한다면 주변 동료 배우들에게 바로 시나리오를 건넬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웃음)” 이와 관련해 이화정 기자는 배우 강소라가 연기한 애국단의 행동대원 김형신 캐릭터를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사례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 기자는 “한동안 시대극이 트렌드라고 할 정도로 경향성이 뚜렷했다. 그만큼 창작자들에게 시대극은 매혹적인 장르”라고 진단했다.
이범수 역시 “시대극만의 진중한 매력이 있다. 어린 시절에 봤던 영화들의 향수와 감동을 떠올리며 작업한 작품이 <자전차왕 엄복동>”이라고 긍정하면서도 “어려움도 많았다. 사료를 연구하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기도 하고, 팩트가 달라지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라고 제작자로서 고심한 부분을 밝혔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 자전차 대회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장 관리에 있어서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겠다”라는 김소미 기자의 예상에는 “아이스크림이 문제였다. 혹시 한 사람이라도 못 먹는 일이 생길까봐 아주 넉넉한 양을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남아서 혼자서 7, 8개는 먹은 것 같다. 나중에 배우들 매니지먼트사에서도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곤혹스러웠다”고 유쾌한 후일담을 털어놨다. 끝으로 이화정 기자는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를 맞아 <자전차왕 엄복동>뿐 아니라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개봉하는 등 역사영화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라고 시기적인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제작자로서 첫 작품을 자평하자면 몇점 정도 줄 것 같은지”를 묻자 이범수는 “스스로 어떻게 점수를 매기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 관객에게 진심이 다가갈 것이라 믿는다”라고 전했다. <씨네21>과 CGV용산아이파크몰의 용씨네 PICK은 앞으로도 매달 진행되며, <씨네21> 독자 인스타그램과 CGV 홈페이지, 모바일 앱 이벤트 페이지에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