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그때 그 시절’ 90년대 청춘스타 출신 배우들
2019-02-25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왼쪽부터) <증인> 속 정우성, <사바하> 속 이정재

현재 나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증인>과 <사바하>.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영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우성, 이정재 두 90년대 청춘스타들이 활약했다는 것. 한때 청춘의 초상이었던 두 배우는 이제는 중견배우로서 다양한 작품,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처럼, 90년대 청춘스타에서 최근까지도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정우성, 이정재를 포함해 X세대의 마음을 훔쳤던 7인의 풋풋했던 ‘그때 그 시절’을 알아봤다.

정우성

<본 투 킬>(1996)
<비트>(1997)

멋지다고 따라하면 절대 안 된다. 90년대를 주름잡던 정우성의 영화 속 캐릭터를 두고 하는 말이다. 1994년 데뷔작 <구미호>를 통해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외모 자랑한 정우성. 그러나 그를 청춘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이와 상반되는 거친 캐릭터들이다. 본격적으로 반항아적 이미지를 구축한 작품은 장현수 감독의 <본 투 킬>. 이미 <마지막 승부>로 하이틴스타 대열에 합류한 심은하와 출연한 영화로, 정우성은 과거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킬러 길을 연기했다. 느와르적 상상을 동원해 ‘멋’을 온몸에 덕지덕지 바른 캐릭터.

이후 출연한 것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성수 감독과의 첫 영화 <비트>다. 정우성이 청춘들의 아이콘이 되는데 결정적 한 방이 됐던 작품. 영화는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방황하는 청춘들을 담아냈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와 설정들이 난무하지만 극강의 비주얼로 그마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정우성. 그가 사용했던 라이터, 티셔츠 등의 아이템도 불티나게 팔리며 당시에는 ‘정우성 신드롬’이 일어났다.

이정재

SBS 드라마 <모래시계>(1995)
<태양은 없다>(1999)

이정재는 정우성보다 조금 앞서 스타덤에 올랐다. KBS 드라마 <느낌>, 영화 <젊은 남자> 등에서 마초적인 이미지로 인지도를 쌓아가던 그는 평균시청률 50%를 넘으며 국민 드라마가 된 <모래시계>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정재가 연기한 재희는 혜린(고현정)을 경호하는 보디가드로, 과묵한 성격과 순애보로 주인공 태수(최민수) 못지않은 인기를 구사했다. 방송국에 그를 죽이지 말아 달라는 편지가 쇄도했을 정도.

이후 <비트>의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 이정재를 동시에 캐스팅한 것이 <태양은 없다>다. 청춘스타였던 두 배우의 퇴폐미를 끌어올린 영화. 이정재가 연기한 홍기 역은 돈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인물로, 전작들과는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줬다. 연기 변신에 성공한 이정재는 1999년 청룡영화제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박중훈, <텔 미 썸딩>의 한석규, <쉬리>의 최민식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나이 27세로 청룡영화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이었으며, 이 기록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장동건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1994)
<친구>(2001)

<모래시계>가 국민 드라마였다면, 19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드라마는 MBC의 <마지막 승부>다. 이를 통해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한 이 중 한 명이 장동건. CF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우리들의 천국>, <일지매> 등의 드라마를 거쳐 <마지막 승부>의 주연으로 낙점됐다. 그는 친구였던 동민(손지창)에게 피해의식,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농구부의 에이스 철준을 연기했다. 청춘물에서 빠질 수 없는 까칠하지만 의리 있는 캐릭터.

<마지막 승부> 이후 장동건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중퇴한 뒤 출연한 드라마 <아이싱>, 영화 <패자부활전> 등은 모두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1999년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주조연 격 캐릭터로 등장,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으며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청춘’ 타이틀을 뗀 그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30세에 접어든 시기, <친구>에서 고등학생과 성인을 모두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다.

김민종

KBS 드라마 <느낌>(1994)
SBS 드라마 <미스터 Q>(1998)

1990년대 청춘스타 하면 김민종도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영화 <아스팔트위의 동키호테>로 데뷔한 김민종은 1990년대에 접어들며 드라마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 초석이 됐던 것은 배우가 아닌 가수 활동. 그중에서도 손지창과 함께 1992년 결성한 듀오 ‘더 블루’는 엄청난 팬덤을 형성했다. 이를 그대로 유지해 손지창, 이정재와 함께 KBS <느낌>에 주연으로 출연, 주제가까지 부르며 청춘스타가 됐다.

이후로도 김희선과 함께 KBS 드라마 <머나먼 나라>, SBS 드라마 <미스터 Q>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드라마계의 블루칩이 됐다.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 Q>는 역대 만화 원작 드라마 중 최고인 45%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김민종은 주로 마초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구사했던 또래 배우들과 달리,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로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다. 연기 활동과 음악 활동을 모두 성공적이었던 멀티플레이어.

안재욱

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1997)

음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배우로는 안재욱도 있다. 김민종이 가수로 청춘스타가 된 후 배우로 이를 이어갔다면, 안재욱은 반대로 배우로 스타덤에 오른 뒤 가수로도 활동했다. 드라마 <눈먼 새의 노래>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강영우 박사를 연기하며 데뷔한 그는 <전쟁과 사랑>, <그들의 포옹> 등을 통해 연기 경력을 쌓아갔다. 그리고 1997년 차인표, 고 최진실과 함께 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연기한 역할은 톱스타 강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의 비밀을 알고 삐뚤어지는 인물이다. 앞서 언급한 <마지막 승부>의 철준(장동건)과 유사한 포지션이다. 연기와 함께 출중한 노래 실력도 보여준 안재욱은 이를 계기로 실제 가수로 데뷔, 1집 <Forever>를 발매하며 가요 프로그램 1위를 달성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긴 뒷머리가 특징인 그의 헤어스타일이 유행하기도. 또한 안재욱을 필두로 한 <별은 내 가슴에>는 2000년대 초 중국, 대만, 베트남, 멕시코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되며 한류 드라마의 원조격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고소영

<구미호>(1994)
<비트>

1992년 KBS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고소영. 그녀는 데뷔 때부터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로 화제가 됐다. 그 이미지를 살려 첫 스크린으로 진출한 것이 정우성의 데뷔작인 <구미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고소영은 여우로 변하는 하라 역을 맡았다. 현시점에서는 조잡해 보이는 효과이지만, 당시 분장이 아닌 CG로 화면 이동 없이 구미호로 변하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앞서 언급한 <비트>도 그녀에게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주인공(민)의 첫사랑 로미로 출연한 고소영은 기존의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를 살려 오렌지족들의 우상으로 등극했다. 영화 속 그녀의 패션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느낌. 이외에도 분위기를 바꿔 <비트>의 조연이었던 임창정과 출연한 로맨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정우성과 또다시 재회한 <러브>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2017년에는 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10년 만에 복귀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김희선

KBS 드라마 <컬러>(1996)
SBS 드라마 <토마토>(1999)

1990년대 후반, 최고의 파급력을 보여준 배우 중 한 명은 김희선이다. 다만 김민종, 안재욱처럼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 역대급 성공을 기록했다. 1993년 SBS 청소년 드라마 <공룡선생>을 통해 데뷔한 그녀는 1996년 KBS 드라마 <컬러>까지 꾸준히 브라운관에서 활약했다. 1996년 영화 장동건과 함께한 <패자부활전>으로 스크린 데뷔를 했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김희선의 ‘포텐’이 터진 것은 김민종과 함께 출연한 <머나먼 나라>부터. 김희선은 (종영 기준)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간 무려 아홉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뉴욕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시청률 30%를 넘긴 흥행작이라는 것. 그중 <토마토>에서는 구두 디자이너 이한이를 연기, 최고시청률 50%를 넘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드라마계에서는 가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던 배우.

또한 작품을 넘어 패션 아이콘으로도 등극해 <미스터 Q>, <토마토>에서 착용했던 머리띠를 전국적으로 유행시키기도 했다. 2009년 출산을 계기로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지만 2012년 드라마 <신의>로 복귀, 최근까지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배우에서 은퇴, 연기 활동을 하지 않다는 점에서 제외했지만 위의 7인 외에도 1990년대를 풍미했던 여러 청춘스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마지막 승부>에서 장동건 이상의, ‘더 블루’에서 김민종 이상의 인기를 구사하기도 했던 손지창. <마지막 승부>의 히로인이자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등 스크린에서도 돋보였던 심은하. 또한 1990년대 초부터 영화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2000년대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았지만 2008년 세상을 떠난 고 최진실도 있다.

<마지막 승부> 속 손지창
<느낌> 속 손지창
<마지막 승부> 속 심은하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심은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속 최진실(왼쪽), 박중훈
<별은 내 가슴에> 속 최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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