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더 와이프> 작가 남편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내
2019-02-27
글 : 이주현

작가 조셉 캐슬먼(조너선 프라이스)과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스) 부부의 집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조셉과 조안은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날아온 수상 소식을 두대의 전화기로 동시에 듣곤 뛸 듯이 기뻐한다. 조셉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안 덕분이라는 얘기를 빼놓지 않고 하지만 조안은 수상 소감에서 자기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평생 고생한 아내로 취급받긴 싫다면서. 과거 조셉과 조안은 매력적인 유부남 문학 교수와 젊고 능력 있는 학생으로 만났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결혼과 함께 조안의 글쓰기 재능은 남편을 위해 희생됐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위해 스톡홀름에 도착한 조안은 조력자로서의 희생을 더이상 감내하지 않기로 한다. 한편 조셉의 전기를 쓰려는 작가 나다니엘(크리스천 슬레이터)은 조셉이 저지른 부정들, 가령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거나 하는 가십 그 이상의 비밀을 캐고 싶어 한다.

재능과 성공의 상관관계에서 성별이 주요 변수가 됐던 시절이 있다(굳이 과거형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더 와이프>는 여성 작가를 반기지 않았던 시대와 업계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킹메이커’로 살아야 했던 혹은 살기로 한 여성의 내면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조셉이 명성을 쌓는 사이, 조안은 일과 사랑 사이에서 타협점을 고민한다. 거장으로 존경받는 조셉을 복합적인 감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조안의 내면은 여성 원작자와 여성 각본가의 손에 의해 다층적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글렌 클로스가 그 다층적 내면을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참고로 글렌 클로스의 실제 딸인 애니 스털크가 젊은 시절의 조안을 연기했다. 2003년에 출간된 메그 울리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새벽>(2003), <해피 엔드>(2011) 등을 만든 스웨덴 감독 비에른 룽에가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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