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나 실은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인 유관순을 다루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1919년 4월 1일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되어 서대문 감옥 8호실에 수감된 유관순 열사의 1년여를 흑백 영상에 담는 방식이다. 누울 자리가 없어 서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퉁퉁 부운 다리를 이끌고 수인들이 원을 그리며 천천히 걸어다니는 8호실의 풍경은 많은 이들에게 처음 마주하는 진실일 것이다. 유관순(고아성)이 이곳에서 만나는 여성 독립운동가들 또한 과거에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으나 만세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역사의 중요한 얼굴들이다. 수원 지역 기생들의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김향화(김새벽), 개성 지역의 시위를 이끌었던 권애라(김예은), 그리고 허구의 인물이지만 평안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분단 이전의 민족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이옥이(정하담)가 유관순의 주요 동료로 등장한다. 생애 전체를 훑는 전기영화가 아니기에 세부적인 상황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뚜렷하고, 적은 제작비를 감안하면 만듦새의 아쉬움도 덜 부각되는 편이다. <항거>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배우다. 제각기 개성 있는 분위기를 지닌 네명의 배우들은 흑백 화면이 자칫 단조롭거나 차가우리란 무심한 편견을 그들의 등장만으로 무용하게 만든다. 특히 유관순 열사에게 열일곱 소녀의 천진함과 강한 기백을 동시에 불어넣은 고아성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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