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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이시이 유야 감독, 배우 이케마쓰 소스케 - 도시의 불빛은 외로우니까…
2019-02-28
글 : 김현수
사진 : 오계옥
배우 이케마쓰 소스케, 이시이 유야 감독(왼쪽부터).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를 연출한 이시이 유야 감독과 주연배우 이케마쓰 소스케가 영화의 국내 개봉(2월 14일)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언제나 동시대 특정 세대의 문제를 영화에 담아내는 이시이 유야 감독은 소설을 영화화한 전작 <이별까지 7일>(2014), <행복한 사전>(2013)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의 시인 사이하테 다히의 시집을 원작으로 삼았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현재 일본의 동년배 배우 중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다고 해도 무방할 이케마쓰 소스케는 이시이 유야 감독과 <밴쿠버의 아침>(2014), <이별까지 7일>에 이어 함께 작업했으며,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대부분 현실에 발 붙이고 선 평범한 청년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지금의 도쿄는 어떤 곳인지,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막연한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이 서로 기대고 위로하며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이번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해 물었다.

-지난 2월 16일 내한해 여러 차례 한국 관객과 만났다. 인상적인 반응이나 질문이 있었나.

=이시이 유야_ 이 영화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죽음에 관한 질문을 한국에서만큼 많이 받은 적 없었다. 많은 관객이 영화 속 죽음에 주목하는 듯했다.

=이케마쓰 소스케_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심도 있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답변하기는 했지만 관객이 정말 이런 부분까지 궁금해하는 것인가, 내가 더 궁금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면 극중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신지의 눈 연기에 대해 어떨 때는 안 보이는 것 같다가 어떨 때는 두눈이 다 보이는 것 같던데 그건 연기적으로 어떤 차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는 그런 질문을 받은 적 없었다.

-사이하테 다히 시인이 쓴 동명의 시집이 원작이다. 소설과 달리 시집을 영화화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시이 유야_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기분을 시집이 담아내고 있었다. 소설이나 만화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느낌이 궁금하다.

이케마쓰 소스케_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감독님이 도쿄를 무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스토리로 풀어낼까 궁금했다. 처음부터 서사를 만들어가기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을 담아내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자연스레 모여서 이야기가 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내게 있어 주인공 신지는 현대의 히어로 같았다.

-어떤 면에서 신지가 히어로 같았는지.

이케마쓰 소스케_ 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가 지닌 진실성, 절실함 같은 면이 그렇다. 신지는 세계의 모든 면을 바라보려고 하고 또 세상과 호흡하려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전쟁이나 실업 등 살아가면서 외면하고 싶은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신지는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에게 제대로 다가가려고 하는 정말 착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신지야말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미카(이시바시 시즈카)의 불안감, 그녀가 안고 있는 어두운 측면을 신지가 많이 메워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집은 언제 읽었나.

이케마쓰 소스케_ 어느 날 이시이 유야 감독과 술을 마시는데 내게 슬쩍 시집 한권을 건네더라. 그때만 해도 ‘빌려줄 테니 너도 읽어봐라’라는 의도로 읽혔지, 영화 출연 제의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뒤 일주일 만에 시나리오를 다 썼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한번 놀랐다.

-시집을 건넬 때 이미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

이시이 유야_ 그냥 우연히 가지고 있었던 책이 재미있기에 준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술집에서 시집을 건네는 게 멋지지 않나? 지성이 느껴진다. (웃음)

-두 주인공의 직업을 설정한 계기도 궁금하다. 이시바시 시즈카가 연기하는 간호사 미카는 죽음을 가까이 대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건설노동자 신지는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건물을 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시이 유야_ 시집을 읽고 떠올렸던 이미지를 기반으로 만든 설정인데, 남자는 무거운 짐을 계속해서 운반하고 있고 여자는 죽음 앞에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을 바탕으로 직업을 정했다.

-신지를 비롯해 건설노동자들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건물을 짓고 있는데 올림픽 개최를 앞둔 도쿄, 혹은 지금의 도쿄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시이 유야_ 다들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는 중이다. 내가 왜 불안한지 그 원인도 모른다. 아마 그 정체를 제대로 알게 되면 그것은 공포로 바뀌게 될 거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싶었고, 그리고 이런 현실에서 살아가면서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멈출 수 없다는 것도 표현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다.

-<사와코, 결심하다>(2010)에서 여러 면에서 사와코를 힘들게 하는 이혼남 겐이치 과장의 입을 빌려 “도쿄는 끝났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때의 도쿄와 지금의 도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나.

이시이 유야_ 그때 “도쿄가 끝났다”고 대사를 쓴 이유는 아무래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힘든 상황을 그리고자 했으니까.

-그렇다면 도쿄라는 도시에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는 뭘까.

이시이 유야_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한참 고민한 후에) 무엇이 도쿄를 싫어하게 만드는지를 먼저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선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이 넘쳐난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멋대로다.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도쿄에서 꿈꿀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 같아서 싫어하는 이유와 좋아하는 이유가 같을 수 있다. 서울을 보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라고 느끼지만,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그 도시의 에너지와 같은 질량의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20대에 이렇게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작을 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과 이 영화가 관련이 있을까.

이케마쓰 소스케_ 정말 원동력이란 뭘까. 기합? (웃음) 나는 어려서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했는데 특히 20대 들어 25살 무렵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가 좀 쉬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다. 내 20대의 전환점이 되어준 영화다.

-이시이 유야 감독의 차기작은 제20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수상 작가인 안도 유키의 동명 만화를 실사화하는 <마치다군의 세계>다. 만화 원작 영화의 각색 작업은 또 어떻게 다를까.

이시이 유야_ 이미 완성했다. 올해 안에 소개될 텐데 내가 연출한 영화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즐겁고 명랑한 영화다. (웃음) 그 영화도 즐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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