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12살 소녀 옷코가 할머니와 함께 전통 료칸을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많은 작품에 원화 및 작화 감독으로 참여한 고사카 기타로 감독이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2003) 이후 15년 만에 만든 두 번째 연출작이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이다. 영화 속 옷코처럼 “손님에게 정성스레 차를 내어주는 마음으로, 다도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고사카 기타로 감독을 만났다.
-일본에서 20주 연속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 정도 장기상영은 이례적인 일로 안다.
=SNS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5년 전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때만 해도 SNS를 통한 입소문이라는 게 없었다. 무척 생소한 경험이다. 관객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동명의 아동문학이 원작이다. 원작에서 어떤 매력을 느껴 연출을 수락했나.
=요즘 사회에선 자기중심적 인간상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의 원작은 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의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이전에 내가 해본 적 없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귀여운 애니메이션을 한번쯤 그려봐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12살 옷코의 말투, 행동, 패션 등 소녀의 세계를 표현하는 과정은 어땠나.
=아이들을 많이 관찰했다. 그 결과 알게 된 건 아이들이 쓸데없는 행동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쓸데없이 뛰는 등 괜한 움직임이 많다. 그런 움직임이 아이들의 활력을 보여준다. 또 다른 포인트는 귀여움인데, 귀여움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주변 스탭에게 도움을 많이 구했다. (웃음)
-옷코와 할머니, 옷코와 라이벌 마츠키, 옷코와 점성술사 손님 글로리 등 연령대가 서로 다른 여성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유대하는 서사도 좋다.
=옷코가 주변 인물과 주위 환경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노유 온천 마을의 분위기를 상세히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일이 사람을 만든다, 직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일과 환경, 주변 인물의 영향으로 옷코가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게 됐다.
-일본 문화의 특색과 일본인의 장인정신이 진하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만들 땐 일본적이라는 생각보다 요즘의 일본 관객이 이런 접객 정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다. 영화에서 그리는 일본의 전통문화나 정신은 현재 일본에선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재패니메이션의 황금기를 통과한 사람으로서 최근 일본의 2D애니메이션업계 상황은 이전과 비교해 어떤 것 같나.
=작품 수는 많아졌지만 애니메이터 수는 줄었고, 그래서 작품의 질은 전보다 떨어졌다고 느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이후 오랜만에 두 번째 작품을 연출했다. 다음 연출작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아직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없다. 언급했다시피 현재 일본에 애니메이션 인력이 모자란 상황이다.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을 만들 땐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도 은혜를 갚아야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에서 원화 작업을 돕게 될 것 같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