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정애(노정의)는 판자촌에서 아픈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의 이름이 적힌 ‘연고자 확인 의뢰서’가 들어 있는 편지가 날아오기 시작하고, 정애는 편지 한장을 들고 자신이 어릴 적 집을 나간 엄마를 찾아가기로 한다. 정애와 여정을 함께하는 건 단짝 친구 효정(김고은)이다. 효정 역시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친아빠를 찾고 싶어 한다. 효정이 가진 건 아빠의 젊은 시절 사진과 주소뿐. 두 소녀는 소풍 가듯 길을 떠난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납치범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차를 얻어 탔다가 도망쳐 나오는 소동을 겪고, 그 과정에서 정애는 효정의 친아빠와 이름이 같은 경찰 현웅(박희순)을 만난다. 현웅의 호의가 따뜻하게 느껴진 정애는 현웅에게 의지하고 싶어진다.
최근 한국 독립영화에선 10대와 20대 소녀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소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녹록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히치하이크>도 마찬가지다. 정애의 형편은 <소공녀>(2017)의 미소(이솜)나, <이월>(2017)의 민경(조민경)보다 나을 게 없다. 암에 걸렸지만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한 아버지는 딸 정애에게 말한다. “포기하면 된다.” 발버둥과 발악이 아닌 순수한 포기, 그럼에도 두손으로 꼭 쥐어보고 싶은 한줌의 행복에 대해 <히치하이크>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