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항거: 유관순 이야기> 황인준 미술감독 - 인물 중심의 공간 설계
2019-03-18
글 : 장영엽
사진 : 백종헌

“3·1절마다 보아도 부끄럽지 않을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의 미술을 담당한 황인준 미술감독의 소회다. 그는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과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장훈 감독의 <의형제> 등 규모가 큰 상업영화에서 미술을 구현해온 베테랑 스탭이다. 그런 그가 순제작비 10억원의 저예산 독립영화 <항거>를 택한 것은 이야기의 힘 때문이었다. “위인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을 보면 주인공을 영웅시하는 경우가 많다. <항거>는 유관순 열사라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강렬하고도 압축적으로 담겨 있어 좋았다.”

대부분의 장면이 흑백이며 유관순 열사가 수감된 서대문 형무소 밖을 조명하는 일이 드문 <항거>는 배경보다 인물이 더 부각되는 영화다. “미장센보다 인물의 액션과 표정이 잘 보이는 공간 설계에 주력했다”라는 황인준 미술감독은 <항거>의 미술에 있어 가장 큰 영감을 얻은 대상으로 독일 화가 케테 콜비츠의 판화와 영국 사진가 리 제프리스의 사진을 언급했다. 거대 권력과 맞서는 민초의 강렬한 이미지(케테 콜비츠)와 강한 콘트라스트로 거리의 행자를 담아낸 리 제프리스의 사진은 <항거>의 인물과 시대를 분석하는 데 의미 있는 자극제가 되었다고 한다.

황인준 미술감독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영화잡지 <키노>의 일러스트, 독립 단편영화의 미술 작업을 이어가던 그는 영화사 신씨네에서 민병천 감독과 함께 작업한 단편 <몽골리안 후드>, 역시 그와 함께한 공일오비(015B)의 SF 뮤직비디오 <21세기 모노리스>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장편 상업영화 <유령>의 미술감독으로 입봉했다. 영화 현장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미술감독으로 경력을 시작해 부침도 많았지만, 24년간 16편의 영화를 거치며 “즐겁고 행복하게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근본”이라는 교훈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차기작은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고훈 감독의 독립영화 <종이꽃>. “독립영화를 연달아 세편 해보니 스탭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절감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 스탭들의 인건비를 지원해줬으면 한다. 이 말은 꼭 써달라.”

영화의 미술을 완성하는 ‘3종 세트’

“하나만 꼽을 수 없어서 세 가지 소품을 들고 왔다. 10년 넘게 쓰고 있는 줄자, 세트 드레싱팀한테 선물로 받은 수제 칼. 현장에서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단계별로 메모할 수 있는 3색 펜이다. 영화 현장에 있는 미술감독에게 없어서는 안 될 3종 세트다.”

2019 <종이꽃> 2019 <항거: 유관순 이야기> 2018 <어멍> 2018 <사라진 밤> 2016 <루시드 드림> 2012 <남쪽으로 튀어> 2009 <의형제> 2009 <해운대> 2008 <순정만화> 2007 <숨> 2006 <로망스> 2006 <라디오스타> 2004 <남극일기> 2003 <튜브> 2000 <반칙왕> 1999 <유령>

최신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