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상> 그날의 사고로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2019-03-20
글 : 김성훈

구명회(한석규)는 합리적이고 원칙적인 정치인으로 명성이 자자해 차기 도지사감으로 꼽히는 도의원이다. 해외 견학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낸 뒤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사고가 사건이 됐다. 명회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자수시킨다. 명회의 아들이 낸 사고로 죽은 사람은 유중식(설경구)의 아들 부남이다. 중식에게 부남은 자신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중식은 아들이 세상을 떠나 절망하고, 사건을 쫓는다. 중국 하얼빈에서 밀입국한 련화(천우희)는 부남의 부인이자 중식의 며느리다. 그는 사건 당일 부남과 함께 있었다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믿음이 과하면 맹목이다. 때로 맹목은 의도나 목적과 다른 결과를 낳는다. 교통사고 가해자의 아버지인 명회와 피해자의 아버지인 중식, 살면서 한번도 마주치지 않을 것 같은 두 남자가 충돌하는 것도 그들의 신념이 흔들리거나 균열을 일으키는 순간이다. <우상>은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명회와 사건에서 진실을 길어올리려고 하는 중식이 충돌하면서 그들의 믿음과 사건 진실의 민낯을 들추어낸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인물은 련화다. 련화는 명회와 중식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자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맥거핀이다. 세 인물의 욕망이 충돌할 때마다 긴장감은 넘치지만, 세세한 설정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도 있어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자세한 내용을 얘기할 수 없지만 차기 도지사감이자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인 명회가 아무리 이성을 잃어도 아들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납득되지 않는다. <우상>은 <한공주>(2013)를 연출한 이수진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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