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세일즈맨 고스케(마쓰모토 준)는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자리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마오(우에노 주리)와 마주친다. 각자 도쿄의 대학에 진학하면서 연락이 끊긴 지 10여년 만에 재회한 것.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에 스파크가 일면서 자석처럼 이끌린다. 두 사람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반가운 일인지를 증명하듯, 과거에 둘 사이에 어떤 애틋한 추억이 있었는지, 영화는 회상 장면을 현재 상황과 번갈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다. 그래서 영화가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2000년대 일본 청춘영화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려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달콤한 두 사람의 데이트 장면과 신혼 생활 장면 이후에 영화는 짐작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양지의 그녀>는 서로를 위해 평생을 바쳐 살고 싶다는 한 연인의 진심이 어떻게 운명을 뒤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약간의 판타지를 섞어 풀어낸다. 반전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던진다면 사랑과 이별과 고양이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비치보이스의 <Wouldn’t it be Nice>의 정서와 가사를 영화에 적절하게 녹여낸 것이 인상적이다. 출간 당시 중년 남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했던 고시가야 오사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