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선희(정다은)가 봉착한 난관은 자신을 드러낸 채 떳떳하게 살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선 친구들 무리에 끼지 못해 소외당하고, 집에 오면 무관심한 부모의 태도에 상처받는다. 선희는 그래서, ‘거짓말’을 택한다. 아이돌 기획사에 아는 오빠가 있고, 키 크고 잘생긴 대학생 남자친구가 있는 ‘멋진 아이’로 자신을 포장한다. 거짓으로 쌓아올린 주변의 ‘환대’는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선희의 거짓말로 친구가 자살을 하게 되고, 선희는 끔찍한 현실을 등지고 도피한다. 연고 없는 선희를 돌봐준 보육원,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기숙학교 모두에서 선희는 ‘슬기’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괜찮은 아이’로 자신을 연기한다.
“이름이 뭐니?” 선희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내놓는다. 가짜 이름을 발설하는 순간, 그에 걸맞은 또 다른 거짓말이 증식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집요하게 선희의 표정에 밀착한 카메라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주눅 들어 굳어 있던 소녀의 표정이 단 한번 웃는 순간, 바로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선희의 거짓말로 인한 서스펜스의 한가운데, 남는 것은 결국 “선희는 왜 그토록 집요하게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가”이다. 성장의 시간 속, 사람들의 관심을 갈망하는 사춘기 소녀의 상처가 불러온 파국을 효과적으로 조명한 영화다. 단편 <1킬로그램>(2015)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박영주 감독의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