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생일>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수호의 생일
2019-04-03
글 : 이주현

<생일>은 2014년 4월 16일에 삶의 시계가 멈춰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다. 아빠 정일(설경구)은 해외 출장 중에 좋지 못한 일이 생겨 아들 수호(윤찬영)의 사고 소식을 듣고도 귀국하지 못했다. 홀로 아들의 죽음을 감당해야 했던 순남(전도연)은 마트에서 일하며 어린 딸 예솔(김보민)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외면한 채 슬픔을 끌어안고 사는 순남은 너무 늦게 돌아온 정일에게 말없이 이혼 서류를 내민다. 오빠의 부재를 큰 슬픔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린 초등학생 예솔도 물에 대한 트라우마만은 선명히 안고 있다. 엄마에게 따스한 사랑을 받아본 지 오래된 예솔에게 아빠의 존재는 반갑기만 하다. 한편 올해도 어김없이 수호의 생일이 다가온다. 안산의 활동가들은 수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수호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생일 모임을 제안한다. 생일 모임에선, 수호를 믿고 따랐던 옆집 동생, ‘수호가 구명조끼를 건네줬다’고 용기내 말한 생존자 친구, 고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간 어린 시절 단짝 친구 등이 돌아가며 수호에 대한 추억을 꺼내 들려준다.

30분 가까이 이어지는 생일 모임 장면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 집약된 장면이자 <생일>의 진심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 장면은 실제 상황의 재연처럼 연출되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하는 카메라 앞에서, 전도연과 설경구를 비롯한 그 공간에 모인 모든 배우들은 너무 오래 울어 눈과 코가 새빨개진 얼굴로 애도의 진심을 전한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가 유가족만이 아니라는 점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수호의 옆집 식구들이 함께 겪은 고통과 수호의 또래 친구들이 이고 진 고통까지 이야기함으로써 집단의 슬픔을 보여준다. 이창동 감독의 <시>(2010), <밀양>(2007)에서 연출부와 스크립터로 일한 이종언 감독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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