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덤보> 몸보다 훨씬 큰 귀로 하늘을 나는 아기 코끼리
2019-04-03
글 : 임수연

1919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찾아가는 서커스단 ‘메디치 브라더스’는 망하기 직전이다. 동물도 다 팔고 남은 건 늙고 병든 암코끼리 점보뿐. 설상가상으로 그가 낳은 새끼 코끼리 덤보는 몸보다 훨씬 큰 귀를 가진 ‘괴짜’라서 공연에 세우기도 난감하다. 하지만 자식을 떼어놓으면 미친듯이 날뛰는 점보보다 구경거리라도 될 수 있는 덤보가 낫다는 판단하에 인간들은 점보를 팔아버린다. 1차 세계대전에서 한쪽 팔을 잃고 돌아온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콜린 파렐)와 그의 딸 밀리(니코 파커), 아들 조(핀리 호빈스)는 서커스단의 골칫덩어리 덤보를 돌보게 된다. 시큰둥한 홀트와 달리 덤보의 귀가 멋지다며 감탄하던 남매는 우연히 덤보가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덤보가 메디치 브라더스의 깜짝 스타로 떠오르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 반데비어(마이클 키튼)가 메디치 브라더스를 찾아와 단장 맥스(대니 드비토)에게 솔깃한 동업을 제안한다.

원작의 설정만 남기고 대부분의 내용이 새로 창작됐다. 강제로 엄마와 헤어진 덤보와 엄마를 잃은 주인공 남매의 깊은 연관성을 통해 인간 캐릭터에 보다 힘을 실어줬고, 기업 합병이나 동물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녹아 있다. 기본적으로 귀엽고 동화 같은 세계를 지향하는 <덤보>의 색깔은 일견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기괴한 감성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서커스 단원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거나 반데비어의 테마파크 ‘드림랜드’를 섬뜩하게 묘사하는 순간엔 그의 인장이 감지된다. 지나치게 평면적인 악역 묘사나 순진함이 지나쳐 개연성까지 놓친 후반 전개는 아쉽지만, 전설적인 캐릭터를 실감나게 실사화한 CGI 기술력과 환상적인 서커스 신의 완성도가 이러한 단점을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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