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미중년의 정석, 매즈 미켈슨의 다양한 모습들
2019-04-08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아틱>

3월27일 개봉한 <아틱>으로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 덴마크의 국민배우 매즈 미켈슨. 이번 영화에서 그는 북극에 표류된 채 타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 오버가드를 연기했다. 반면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폴라>에서는 복수를 강행하는 킬러를 연기해 냉혹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선 굵은 연기, 섬세한 감정 연기 등 확실히 그는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우다. 지천명을 넘어서도 여전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미중년의 정석으로 자리 잡은 매즈 미켈슨. 작품 속 캐릭터와 스크린 밖까지 다양한 그의 모습들을 모아봤다.

<폴라>

무용수 시절의 매즈 미켈슨

매즈 미켈슨의 본업은 배우가 아니었다. 유년기부터 기계체조를 한 그는 19세 무렵 스웨덴의 발레학교에 진학해 20대 시절을 무용수로 활동했다. 전공인 발레부터 가요 백댄서까지 다양한 춤으로 무대에 섰다. 그가 수많은 작품에서 보여줬던 날렵한 액션들도 무용수 시절의 경험이 도움이 된 듯하다. 이후 매즈 미켈슨은 30대에 접어들며 1996년 연기 학교로 진학,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배우

<킹 아더>

배우가 된 매즈 미켈슨은 자국인 덴마크를 포함해 여러 유럽 영화들로 경력을 쌓고 2004년 안톤 후쿠아 감독의 <킹 아더>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 아더 왕(클라이브 오웬)의 신임을 받는 기사 트리스탄.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며 적들을 무찌르는 캐릭터다.

이후로도 매즈 미켈슨은 무뚝뚝한 전사 이미지를 살려 여러 시대극에, 특히 중세 시대 배경 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덥수룩한 수염과 장발, 말수가 적고 고뇌에 빠진 듯한 표정이 포인트다. 순례길에 올라 온갖 고역을 겪는 무사를 연기한 <발할라 라이징>, 공권력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기사를 연기한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이 대표적이다. 다만 두 작품은 앞서 말한 <킹 아더>와 달리 액션보다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해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다. 그 결과 <발할라 라이징>과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각각 베니스영화제, 칸영화제 등에서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매즈 미켈슨은 오락에 중심을 둔 블록버스터 영화 <타이탄>, <삼총사 3D>와 18세기 덴마크를 배경으로 한 멜로 <로얄 어페어> 등의 시대극에 출연했다.

<발할라 라이징>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구겨진 매즈 VS 펴진 매즈

<더 도어>
<더 헌트>

국내의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 그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펴진꾸’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 매즈 미켈슨도 캐릭터를 통해 ‘구겨진 매즈’와 ‘펴진 매즈’를 나누어 봤다. 우선 구겨진 매즈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는 소시민 캐릭터가 있겠다.

<더 도어>에서 매즈 미켈슨은 자신의 부주의로 딸을 잃은 아버지 데이빗을 연기했다. 그는 우연히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문을 발견, 자신의 실수를 되돌리려 하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매즈 미켈슨은 작은 욕심에서 시작된 죄가 점점 무게를 더해가며 무너져 내리는 인물을 처절하게 연기했다.

2012년 출연한 <더 헌트>에서는 더욱 안쓰럽다. <더 도어>는 적어도 스스로의 죄로 고통받았다면 <더 헌트>에서 연기한 루카스는 한 아이의 작은 거짓말 때문에 성범죄자로 몰리는 인물이다. 묵묵히 인내하는 루카스였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보였다. 개인의 고통을 세밀히 그려내며 집단 광기를 날카롭게 꼬집은 <더 헌트>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루카스를 연기한 매즈 미켈슨은 2012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손에 쥐었다.

<007 카지노 로얄>
NBC 드라마 <한니발>

펴진 매즈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섹시한 악역이다. <킹 아더> 이후 매즈 미켈슨을 단번에 스타덤으로 오르게 해준 역할이 <007 카지노 로얄>(이하 <카지노 로얄>)의 르 치프레. 정갈하게 쓸어올린 머리와 말끔한 정장, 거기에 여유로운 미소까지. 그야말로 <007> 시리즈에 너무나 어울리는 악역이다. 여유로움을 잃는 후반부, 다소 위압감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는 속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를 난관에 봉착시킨 매력 있는 캐릭터였다.

이후 매즈 미켈슨은 NBC 드라마 <한니발>의 주인공으로 낙점, 그 유명한 한니발 박사를 연기했다.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박사를 연기, 단 16분의 출연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안소니 홉킨스. 매즈 미켈슨은 자신만의 한니발 캐릭터로 그 아성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가장 큰 특징은 앞서 말한 르 치프레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듯한 ‘품위’. 정성스레 요리를 준비하고 음미하는 모습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그 재료가 인육이라는 점이 더해져 독특한 극의 분위기가 극대화됐다.

그에게 이런 모습이?

<푸셔>
<정육점의 비밀>

매즈 미켈슨은 ‘멋’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도 연기했다. 사실 자국에서 배우 생황을 시작할 때의 매즈 미켈슨은 다소 파격적은 모습의 캐릭터들을 자주 연기했다. 영화 데뷔작인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푸셔 1>에서는 삭발을 강행, 뒷골목의 마약 거래상을 코펜하겐을 연기했다. 지금의 중후한 매즈 미켈슨에서는 당최 찾아볼 수 없는 가볍고 껄렁한 캐릭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는 주인공 프랭크(킴 보드니아)가 중심이 됐지만 그의 친구 코펜하겐은 독특한 외관, 성격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이후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2004년 코펜하겐을 주인공으로 한 <푸셔 2>를 제작하기도 했다.

인육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 캐릭터는 <한니발>이 최초가 아니었다! 그는 2003년 <정육점의 비밀>에서 장사를 위해 인육을 판매하는 정육점 사장 스벤을 연기하기도 했다. 아무리 매즈 미켈슨의 팬이라도 스벤의 모습까지 좋아하기는 힘들 것이다. 한니발은 순수한 본능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스벤은 잘못을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악행을 행하는 인물. 거기에 답답함을 자아내는 엉성함까지 더해져 관객들의 짜증을 유발했다.

매즈 미켈슨은 초장기 작품뿐 아니라 최근에도 망가지는 것을 불사했다. 2015년 제작된 <맨 앤 치킨>에서다. 그는 특수분장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을 숨긴 채 등장, 엉성한 남자 엘리아스를 연기했다. <정육점의 비밀>과 함께 매즈 미켈슨의 코미디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

<맨 앤 치킨>

실제 포커 마니아

실제로 포커를 치고 있는 매즈 미켈슨

마지막으로 일상에서의 천진난만한 매즈 미켈슨의 모습도 추가해보자. <카지노 로얄>에서 포커 고수로 등장했던 그는 실제로도 포커 마니아다. 실력도 매우 뛰어나 프로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덴마크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자국에서 열린 포커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는 상을 끌어안고 잤다고. 종종 포커를 치는 매즈 미켈슨의 일상 사진이 포착되기도 했다. 대부분 굉장히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2012년 제작된 <로얄 어페어> 촬영 당시에는 상대 배우였던 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포커를 져서 3일 동안 토라진 에피소드도 있었다.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너무 티가 나서 마치 덩치 큰 어린아이 같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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