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9, 4월 8일 캐치온에서 국내 최초 방송된다
2019-04-11
글 : 김소미
더 끈끈해진 결속력, 더 화려해진 스펙터클

수사물의 명가, 미국 <CBS>의 최장수 TV시리즈 중 하나인 <하와이 파이브-오>가 시즌9으로 돌아왔다. 하와이 전역에서 일어나는 온갖 범죄를 일망타진하는 특수수사팀 파이브-오(five-0)의 활약상을 담은 드라마다. 청명한 하와이의 하늘 아래 근심 한점 없는 휴양지의 풍경 너머로 온갖 흉악 범죄와 첩보전의 실상이 드러난다. 범죄 수사극이 안기는 특유의 스릴과 액션은 극대화하되 일말의 피로감도 안기지 않는 산뜻한 엔터테이닝 드라마의 미덕이 돋보인다. 2010년 방영을 시작해 올해로 9년차, <하와이 파이브-오>가 믿음직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시리즈가 지닌 전통의 힘이 컸다. <하와이 파이브-오>는 1968년부터 1980년까지 12부작을 방영하여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했던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의 탄탄한 원천 소스는 물론, <CSI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와 <NCIS> 시리즈 등을 보유한 <CBS>표 범죄물의 정체성에도 뚜렷한 영향을 받았다. 오프닝 크레딧에 삽입되는 록 밴드 벤처스의 오리지널 테마곡 <Hawaii five-O>는 1990년대부터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사용돼 향수마저 자극한다. 미국에서 2018년 9월 28일 방영을 시작해 총 25부작으로 5월 종영을 앞둔 <하와이 파이브-오>는 4월 8일부터 캐치온1 채널을 통해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저 친구는 신과 주지사의 명령만 따르지.” 파이브-오팀의 리더 스티브 맥개럿(알렉스 오로린)을 소개하는 한 CIA 요원의 대사는, 하와이 주지사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결성된 파이브-오팀이 천하무적의 권한을 자랑한다는 사실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본토와 동떨어진 섬에서 최소 인력으로 거대 범죄를 타진하기 위해 선발된 요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주인공인 팀장 스티브 맥개럿은 해군 정보부 소령 출신으로 거의 불사의 존재에 가깝다. 위험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기를 즐기는 주인공 스티브야말로 드라마를 시원하게 앞으로 전진시키는 동력이다. 스티브와 시종 티격태격하는 만담 콤비인 형사 대니 윌리엄스(스콘 칸)는 뉴저지 출신의 베테랑 경찰 출신으로 코미디에서 감초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범죄 심리학자인 제리 오르테가(조지 가르시아)와 하와이 경찰특공대 SWAT 캡틴 출신인 루 그로버(치 맥브라이드)도 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시즌8부터 눈에 띄는 두명의 젊은 피가 합류해 활력이 배가됐다. 타니 레이(메간 래스)는 경찰 아카데미에서 쫓겨난 뒤 호텔 풀장에서 안전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스티브의 감식안에 포착된 신예 요원이고, 주니어 레인스(비우라 코알레)는 지원자의 80%가 탈락할 정도로 훈련 과정이 혹독하다는 미 해군의 엘리트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의 에이스다. 배우 이언 앤서니 데일, 테일러 와일리, 키미 발밀레로, 데니스 천 등이 연기하는 캐릭터들도 시즌8부터 비중이 확대돼 고정 캐릭터로 만날 수 있다. 지난 시즌이 새 캐릭터의 합류, 기존 캐릭터의 비중 변화 등을 시리즈의 기존 팬들에게 안정적으로 흡수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시즌9부터는 본격적으로 신진 캐릭터들의 활약과 개성이 두드러진다.

장르적 변주가 돋보이는 다양한 에피소드

시즌9의 첫화, ‘코쿤(고치)’은 해변가에서 발견된 한구의 변사체에서 시작한다. 스티브는 시신을 보자마자 한때 자신과 협업했던 CIA 요원임을 알아차린다. 정황상 수영을 하러 바다에 들어갔다가 익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죽은 동료가 수영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스티브는 타살을 확신하고 그의 집을 찾아간다. 때마침 죽은 남자의 집에는 검은 복면을 쓴 특수요원이 침입해 서랍 속의 노트를 불태우고 있던 상황. 스티브와 대니가 요원을 제압하면서 이 사건이 단순 타살이 아닌, CIA 내부의 이중첩자와 관련된 거대한 음모임이 드러난다. 남자의 수첩에 적힌 노트의 단서를 해독하던 파이브-오팀은 그것이 곧 바다에 선박을 띄워 활동하는 범죄 집단의 선박명임을 발견한다. 동료를 죽인 진짜 살인범을 찾기 위해 스티브는 일부러 범죄 집단의 선박에 침투해 그들의 정보원이 되는 속임수를 쓰려 한다. 가장 큰 난관은 그들이 이른바 감각 차단 기술을 동원해 브레인 워싱(세뇌)을 일삼는다는 사실이다.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선박 속의 비밀 기지, 그곳에서 온몸을 감싸는 붉은 슈트에 누에고치 같은 기괴한 마스크를 뒤집어쓴 스티브, 물속에 사람을 띄워놓고 첨단장비를 동원해 감각을 차단하는 세뇌 과정은 순식간에 일상적 색채를 지우고 SF영화의 한 장면으로 이동한 듯한 느낌을 준다. 시즌 첫화부터 더욱 커진 스케일과 다양한 장르 실험에 대한 포부가 공고히 드러나는 시퀀스다.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도 과감한 시도들은 여전하다. 청소년 캠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1930~40년대 사립탐정 이야기, 슈퍼영웅과 코믹북 세계 등 이전 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장르적 변주가 이뤄진다. 흡사 게임의 다양한 퀘스트를 깨는 쾌감과도 비슷하다. 각 에피소드간의 연결고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범죄 수사물이 지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컬 수사극의 매력적인 배경 묘사

이처럼 개별 에피소드들이 다루는 세계의 간격이 너른 와중에도 하와이라는 지역적 특성만큼은 공고하다. 어느 곳을 비춰도 시야가 확 트이는 숲과 바다, 낭만적인 도심 풍경이야말로 로컬 드라마로서 <하와이 파이브-오>가 지니는 강력한 매력이다. 실제 촬영지는 하와이의 오아후섬. 미국 드라마 <로스트>, 영화 <쥬라기 공원> <진주만> 등에도 오아후섬의 모습이 담겼지만 <하와이 파이브-오>만큼 긴 시간 오아후섬을 그려낸 작품은 없었다. 관광지는 물론 하와이 주민들의 일상적인 공간부터 각종 범죄가 피어나는 사각지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제 50번째 주가 진정으로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다. 시즌 첫화가 밤의 해변가에 정박된 선박 속의 비밀 기지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2화에선 하와이 정글 한복판이 펼쳐지는 식이다. 2화에선 휴가차 호놀룰루로 향하던 남성이 비행기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낙하산에 묶인 채 강제 추락한 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대니, 타니 그리고 주니어 레인스가 함께 정글로 뛰어든다. 아직도 화산 활동 중인 하와이의 원시 밀림이 주는 웅장함은 1화에서 묘사된 현대적인 공간들과 대척점에 있는 감각을 안긴다. 이어지는 3화에선 밀림을 빠져나와 도시 중심부를 무대로 삼았다. 화씨 10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도심 곳곳에 잔뜩 예민해진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외지인이 상상할 법한 평화로운 하와이안 드림과는 동떨어진 광경이다. 꽉 막힌 도로 곳곳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경적 소리, 짜고 눅진한 땀으로 범벅된 육체들. 그 속에서 크고 작은 범죄가 급증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편에선 은행 절도범이 활개를 치고, 또 다른 한편에선 파이브-오팀의 신참 멤버들이 차량을 도난당해 골머리를 앓는다. 이 모든 것들이 단 3화 만에 일어난 하와이의 드라마틱한 이모저모다.

간단, 시원, 명료

범죄 수사물의 범람 속에 <하와이 파이브-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고퀄리티 수사물을 표방하는 <CBS> 작품들을 여럿 나열해놓고 보아도 <하와이 파이브-오>의 색깔은 명확하다. <NCIS>는 해병대의 세계로 관심사를 집중해 남성 관객층을 겨냥했고, <크리미널 마인드>는 범죄자의 입장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프로파일링 구도를, <멘탈리스트>는 심령술사를 겸하는 수사관을 등장시켜 독특한 심리 수사극을 구축했다. 2000년대 이후 범죄 수사극은 대체로 테마를 세분화해서 특정 장르의 관습을 파고든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개성이 강하고 마니아층을 동원하기에도 유리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즌1부터 정주행하면서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따라가고 학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 시리즈에 비하면 <하와이 파이브-오>는 <CSI 라스베이거스> <CSI 마이애미> <CSI 뉴욕> 등의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와 가장 가까워 보인다. 시즌과 에피소드의 연결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되고, 사건의 발생부터 해결까지 쾌속 전개가 이어진다. <CSI 과학수사대>가 추리 과정의 묘미에 방점을 두는 탐정물의 성격이 강하다면, <하와이 파이브-오>는 액션과 스펙터클, 에피소드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시즌1부터 지금까지 파이브-오팀의 리더를 맡아온 호주 배우 알렉스 오로린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욱 강하고 노련한 면모를 자랑한다. 복잡한 고민 없이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스티브 맥개럿 캐릭터야말로 단순하고 통쾌한 드라마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입증한다.

배우진 교체도 성공적

장수 시리즈답게 <하와이 파이브-오>에도 한차례 위기는 있었다. 시즌7을 끝으로 주요 캐스트로서 존재감이 컸던 두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킴, 그레이스 박이 하차한 것이다. 시리즈의 오랜 팬들이 느끼는 아쉬움 그리고 아시아계 배우들의 출연료 차별 논란으로 작품 안팎이 혼란스러운 듯했지만 우려는 금세 종식됐다. 대니얼 대 킴의 자리에 비우라 코알레가, 그레이스 박의 자리에 메간 래스가 영입되면서 분위기가 한층 젊고 트렌디해졌다. 배우 메간 래스가 연기하는 캐릭터 타니 레이는 극중에서 종종 “여자 스티브”라고 불린다. 거침없고 저돌적인 성격, 일단 부딪치고 보는 대담함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굳이 꼽자면 파이브-오팀의 고정 멤버 중 여성 캐릭터의 수가 1~2명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은 작품성 면에서 아쉬운 요소였다. 때문에 시리즈를 거듭한 끝에 능동적이고 자기 목소리가 강한 여성 인물이 보다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반가운 변화로 다가온다. 이라크 참전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땡큐 포 유어 서비스>(2016) 등에 출연하면서 영화계에서도 신예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뉴질랜드 배우 비우라 코알레는 <하와이 파이브-오>에 전에 없던 감성을 불어넣는 주역이다. 스티브 맥개럿이 슈퍼맨 같은 육체와 정신력을 자랑하는 캐릭터라면, 비우라 코알레가 연기하는 주니어 레인스는 드라마에 다양한 감정의 결을 형성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결론적으로 공동체의 결속력이 끈끈해질수록 에피소드를 따라가는 관객의 긴장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과 사고가 터지는 특수수사반의 소용돌이 속에서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다치거나 희생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9은 이렇게 수사 액션물이 주는 선명한 즐거움을 넘어 드라마적 깊이 또한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 <하와이 파이브-오9>(Hawaii Five-0 9)

방송일자: 4월 8일(월) 오전 11시 캐치온1 국내 최초 방영 매주 월·화 오전 11시 방송

출연: 알렉스 오로린, 비우라 코알레, 메간 래스, 스콘 칸, 치 맥브라이드, 조지 가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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