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진지함 따윈 개나 줘버려! ‘병맛’ 히어로 영화들
2019-04-13
글 : 김진우 (온라인뉴스2팀 기자)
<샤잠!>

‘병맛’. 맥락 없는 개그에서 오는 어이없음 혹은 코믹함을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다. 현재 국내외 영화계에도 이런 병맛 붐이 불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병맛 코미디로 유명한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이 1600만 관객들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으며, 할리우드에서는 진지함을 버리고 유머를 택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제작되고 있다.

4월3일 개봉, 국내외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 <샤잠!> 역시 이런 물결의 일환. 과거 슈퍼히어로 영화들에서 중심이 됐던 진지한 분위기, 주인공의 고뇌 따위는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영화다. 대신 시종일관 등장하는 개그 요소를 내세웠다. 거기에 타겟 연령층까지 대폭 낮춘 착한 코미디. 국내에서는 “유치하다”는 혹평도 적잖게 나오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참신한 시도로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샤잠!>처럼 진지함 대신 코믹함, 엉성함으로 승부수를 던졌던 슈퍼히어로 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병맛 영화와 많은 교집합이 있는 B급 영화부터 독특한 일본 영화까지. 병맛 히어로들이 활약했던 작품들을 모아봤다.

<톡식 어벤져> 시리즈

<톡식 어벤저>(1984)

현재 ‘병맛 영화’와 혼용되고 있는 ‘B급 영화’부터 짚고 넘어가자. B급 영화는 1930년대 할리우드의 끼워 팔기용 영화, 혹은 저예산 상업영화를 일컫던 ‘B Movie’에서 유래했다. 적은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조악한 세트, 특수분장이 드러났는데 이것이 오히려 재미 요소로 작용, 의미 세분화를 거치며 지금의 B급 영화에 이르었다. 국내 인터넷상에서 엉성한 만화를 혹평할 때 쓰이다 그것이 웃음 포인트가 되며 신조어로 자리 잡은 ‘병맛’과 일맥상통한다.

<톡식 어벤져>는 이런 B급 컬트영화로 유명한 제작사 ‘트로마’에서 1984년 선보인 히어로 영화다. 소심한 청년 엘빈(미치 코헨)이 화학 약품 속에 빠져 괴물이 된 후, 강한 힘을 얻어 악인들을 응징한다는 내용. 엉성함이 강하게 묻어나지만 세상 진지한 인물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다. 컬트영화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후 세 편의 속편을 배출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에는 뮤지컬로도 제작, 최근까지 국내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공연됐다.

심지어 2018년 12월에는 레전더리 픽처스에서 리메이크를 확정했다. 원작과 달리 많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트로마의 대표이자 원작의 감독 로이드 카우프만이 제작자로 참여한다. 감독, 출연진 등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트로마에서 쌓은 내공을 블록버스터 히어로 무비로 가져온 이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제임스 건 감독. 트로마에서 각본가로 활약했던 그는 <새벽의 저주>, <슬리더> 등의 각본가,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후 마블 스튜디오로 영입됐다.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그의 장기였던 찰진 대사와 코믹한 설정을 활용했다. 일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뜬금없는 춤과 노래로 무마하는 주인공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이외에도 시종일관 “I am Groot”만을 말하는 그루트(빈 디젤) 등 각 캐릭터마다 개성을 부여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MCU에서는 코미디 요소를 부각시킨 <앤트맨>,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제작됐다. 2편까지는 어둡고 진지했던 <토르> 시리즈 역시 3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는 코미디로 잘 알려진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톤을 180도 바꿨다.

<데드풀> 시리즈

<데드풀>

이런 ‘코믹함 뿌리기’ 강세 속에서 빛을 보며 병맛 히어로의 대명사가 된 것이 <데드풀> 시리즈다. 캐릭터 설정을 ‘병맛 코미디’에 접목시킨 성공적인 사례.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는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쉴 틈 없이 농담을 날리며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관객들과 극중 인물들의 경계를 일컫는 ‘제4의 벽’을 허문 신선함도 한몫했다. 거기에 R 등급임에 가능한, 온갖 욕설과 19금 대사들까지 더해져 ‘화장실 코미디’가 히어로 영화에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킥 애스> 시리즈

<킥 애스: 영웅의 탄생>

병맛 요소가 가미되기는 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데드풀>은 시각적으로는 완벽함을 자랑한 작품. 반면 매튜 본 감독의 <킥 애스:영웅의 탄생>(이하 <킥 애스>)은 대놓고 엉성함을 드러냈다. 주인공 킥 애스(애론 존슨)의 복장을 보라. 실험복을 연상케하는 그의 코스튬은 집에서 대충 만든 듯한 퀄리티다.(사실 극 중에서도 집에서 만든 설정이다) 거기에 누가 봐도 배트맨을 패러디한 맥크레디(니콜라스 케이지) 등으로 B급의 향기를 강하게 뿜어냈다. 그러나 이런 어설픈 설정은 오히려 찌질한 주인공이 영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설득력을 더하며 재미를 끌어올렸다. <킥 애스>로 호평을 받은 매튜 본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잇는 ‘B급을 가장한 A급 영화’의 귀재로 인정받으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킹스맨>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았다.

사실 <킥 애스> 보다 더한 영화도 있었으니 2010년 제작된 <슈퍼히어로>다. 캐릭터의 외관 등 일부 요소만 패러디한 <킥 애스>와 달리, <슈퍼히어로>는 설정부터 명장면까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했다. 이외 <엑스맨>의 울버린, <판타스틱 4>의 인비져블 등 여러 유명 슈퍼히어로들을 개그 소재로 사용했다. B급 감성을 살렸다기보다는 진짜 B급 영화에 가까운 작품.

<슈퍼히어로>

<그린 호넷>

<그린 호넷>

매튜 본이 병맛 히어로 영화로 인정받았다면, 반대로 명성에 스크래치를 낸 작품도 있다.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감독이 연출한 히어로 영화 <그린 호넷>이다. 재벌 2세 브랫(세스 로건)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케이토(주걸륜)와 함께 슈퍼히어로가 되는 이야기. <그린 호넷>의 병맛 요소는 두 인물의 성격에서 발산됐다. 적들을 보고 오히려 겁을 먹거나 목적지도 모른 채 무작정 출동하는 식이다. 이런 모습들은 장엄한 복수극보다는 두 어른아이의 놀이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아예 코미디는 아닌, 진지함과 가벼움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다소 애매한 작품. 공드리 감독의 장기인 아날로그 소품들과 초고속 카메라 촬영은 도드라졌지만 갈피를 잡지 못한 영화는 혹평 세례를 받았다.

<변태가면> 시리즈

<변태 가면 2: 잉여들의 역습>

후쿠다 유이치 감독은 일본을 대표하는 병맛 영화 장인이다. 그의 대표작은 2013년 제작된 <변태가면>, 만화 <궁극! 변태 가면>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실사 영화다. 가면 대신 속옷을 뒤집어쓰면 히어로로 변신하게 되는 쿄스케(스즈키 료헤이)가 주인공이다. 악인들로부터 연인을 구한다는 평이한 전개지만 <변태가면>은 원작을 200% 구현한 충격적인(?) 비주얼로 확고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병맛 가득한 만화처럼 분장, 복장, CG 등 어떤 것 하나 고급스러워지는 것을 철저히 거부한 영화. 도전에 가까웠던 시도는 판타지아영화제에서 베스트아시아영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인기에 힘입어 후쿠다 유이치 감독은 2016년 속편인 <변태 가면2: 잉여들의 역습>도 제작했으며, <은혼> 등 여러 병맛 만화들을 실사화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더 틱>

아마존 프라임의 TV 시리즈 <더 틱>

번외로 영화가 아닌 TV 시리즈도 추가한다.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에서 제작, 방영한 <더 틱>이다. 제목이자 주인공의 활동명인 ‘The Tick’은 ‘진드기’라는 뜻. 코스튬에는 더듬이도 달려있다. 주인공 아서(피터 세라피노윅)는 집도, 구해줄 연인도, 자신감도 없는 ‘루저’의 집합체. <더 틱>은 그런 그가 멋진 영웅으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 그대로 활약하는 것을 담아냈다. 짠내 폭발 히어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신 사회 문제를 꼬집는 블랙코미디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현재 2019년 공개 예정의 시즌 2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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