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다시, 봄> 시간은 하루 전 과거로 돌아간다
2019-04-17
글 : 이주현

2018년 8월 17일 23시59분. 병원에 실려온 은조(이청아)는 함께 병원으로 이송된 남자 호민(홍종현)의 사망 선고를 듣는다. 은조가 흐릿하게 정신이 들자마자 시간은 하루 전 과거로 돌아간다. 이날 은조는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자살하기 위해 길을 떠난 참이다. 앞서 은조는 어린 딸을 잃었다. 딸을 죽인 건 치매 노인. 그 노인의 아들이 호민이다. 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죽음을 택했던 은조는 자신이 거꾸로 가는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딸을 되살릴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딸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나온 시간을 반복해서 살아가는 은조는 결국 자신이 아이를 임신한 당시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 시간여행을 멈추기 위한 열쇠를 호민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눈떠보니 어제’라는 설정은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다시, 봄>에서 은조도 잃어버린 딸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 영화가 조금 더 특별한 건, 주인공이 자신의 운명뿐 아니라 자신과 악연을 맺은 대상의 운명까지 바꾸려 한다는 데 있다. 호민이 살인자의 아들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하지 않도록 힘쓰는 은조의 이야기에는 따뜻한 구석이 있다. 다만 시간여행이 한없이 이어지다 보니 이야기가 산만하게 뻗어간다. 가파른 감정의 곡선을 유연하게 소화하는 이청아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라라시스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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