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라고 해서 언제나 웃는 얼굴을 유지할 수는 없다. 특히 인터뷰어의 경솔하고 무례한 질문과 맞닥뜨린다면, 스타들도 평정심을 잃을 수 있다. 인터뷰 도중 인터뷰어와 기싸움을 벌이거나, 화가 난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례를 모았다. 판단은 독자 개인의 몫으로 돌린다. 하지만 새삼 말의 무게를 실감케 하는 사례들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리아나는 종종 불필요한 가십성 인터뷰 질문들을 견제해 왔다. 2012년 그는 <배틀쉽> 개봉에 앞서 호주의 <선라이즈>와 인터뷰를 가졌으나 중도에 중단됐다. 영화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가던 리포터는 돌연 리아나에게 “가수로서 다른 스타들과 로맨틱하게 연결된 기분이 어떤지”를 물었다. 당시 리아나는 애쉬튼 커쳐와의 염문설, 전 남자친구 크리스 브라운에게 당한 폭행 사건 등의 문제로 어지러웠다. 단지 배우로서 인터뷰에 자리한 그에게 개인사를 둘러싼 소문을 겨냥한 질문은 리아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리아나는 “굉장히 불쾌하죠. 이런 질문을 받는 것만큼이나요. 질문의 요지가 뭐죠?”라고 물었다. 리포터가 “사람들은 당신을 둘러싼 빅스타(Big-Star)들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자, 그는 굳은 표정으로 “사람들은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갖죠. 하지만 전 관심 없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네요”라고 답했다. 인터뷰는 중단됐다.
영화 <페이퍼 타운> 개봉을 앞두고 카라 델레바인이 생중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 프로그램 <굿 데이>의 사회자는 카라 델레바인을 소개하는 첫마디부터 실수를 했다. 그를 ‘카라(cara)’가 아닌 ‘칼라(cala)’로 불러버린 것. 카라 델레바인은 어렵게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인터뷰는 갈수록 삭막해졌다. 사회자는 그에게 “영화의 원작 책을 읽어 봤느냐”고 물었고 카라는 “읽어보지 못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자들은 카라의 태도에 대해 “너무 바빠서 피곤한 게 아닌지”를 집요하게 물었고, 그들끼리 웃으며 건넨 질문들은 카라 델레바인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난 런던 행사 때와는 달리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묻자 카라는 “아침이라 그렇다”고 답변했다. 한 사회자는 그를 향해 “낮잠이라도 자고 오는 게 어떠냐”는 비아냥을 하기도. 해당 인터뷰는 카라 델레바인과 사회자 양측의 태도에 관해 네티즌들의 설전을 불러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매력적인 캣 우먼으로 변신했던 앤 해서웨이. 수트를 입은 여성 배우에게 몸매 관련 질문은 고질적인 악습인 것 같다. 연예 매체 <엑스트라>는 앤 해서웨이에게 “늘 완벽한 몸매였지만 이번 수트를 입기 위해선 더 신경 써야 했겠다”는 화두를 던졌다. 해서웨이는 애써 언짢음을 감추며 “그건 완벽한 몸매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액션을 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단호한 답변을 들려줬다. 하지만 질문은 계속됐다. “몸에 딱 달라붙는 바디 수트를 소화하기 위해 식습관이나 운동 등 어떤 관리를 했느냐”고 물었고 앤은 “누구나 원치 않는 지루한 것들이죠. 헬스장에 가면 볼 수 있는 것들인데요”라고 웃으며 답변했다. 하지만 아직도 포기를 모르는 인터뷰어. “어떤 특별한 운동법이 있냐”고 집요하게 묻자, 앤은 “체중 감량을 원하세요? 괜찮은데 왜요? 아니 진심이에요. 도대체 뭘 원하는 거죠? 캣 수트를 입고 싶은 거예요?"라고 응수했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인터뷰 영상은 마치 <소셜 네트워크>의 번외 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안긴다. 블로거 출신의 로미나 푸가는 ‘내 이름을 불러줘(Say My Name)’이라는 영상 인터뷰를 그와 진행했다. 아이젠버그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질문자 로미나는 제시와 함께 출연한 배우 ‘모건 프리먼’을 아주 간단하게 ‘프리먼’으로 언급해 버렸다. 이 태도가 불편했던 아이젠버그는 “프리먼이라고요? 그와 야구팀이라도 같이 하나 봐요?”라고 말했고, 로미나는 “네. 제 친구 모기(Morgie)죠”라며 농담을 했다. 이어서 로미나는 아이젠버그의 손가락 마술을 보고 “손가락이 뚱뚱하다”는 말을 했다. 빈틈없는 아이젠버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의 무례함을 제대로 비꼰다. “제 손가락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당신 손바닥엔 뭐가 쓰였죠? 모건 프리먼의 이름을 잊을까 봐 적어 둔거 아니에요? 소프트볼 팀 아이들 마냥 그를 ‘프리먼’이라고 부르지 마세요”라고. 계속해서 지적을 당한 로미나가 “울 것 같다”고 말하자 아이젠버그는 “인터뷰가 끝난 다음에 울라”고 받아친다. 모욕을 당한 로미나가 SNS에 ‘제시 아이젠버그는 굉장히 무례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으나 이후 삭제했다.
2005년 <우주 전쟁> 홍보 차 NBC의 <투데이 쇼>에 출연한 톰 크루즈. 진행자 맷 라우어와 함께 그는 정신 의학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서 크루즈는 약물 복용에 대해 반대하는 개인적인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진행자는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한 스타 브룩 쉴즈의 이름을 언급하며 항우울제의 복용으로 정신적인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약물 치료는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브룩 쉴즈의 행동을 비난했다. 게다가 “브룩 쉴즈가 매우 재능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배우로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인터뷰를 보고 발끈 한 브룩 쉴즈가 “외계인 퇴치에나 신경 쓰고 여성들의 산후우울증 치료는 여성들에게 맡기라”고 반박했다. 사이언톨로지교의 독실한 신자로 알려진 톰 크루즈의 신념이 정신 의학을 믿지 않는 태도와 연결되면서 대중들은 그에게 따가운 비난을 보냈다. 이후 1년이 지나 톰 크루즈는 "당시 브룩 쉴즈를 비난한 행동에 대해 후회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어린이들도 <킬 빌>을 봐야 한다”는 발언이 한 기자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뉴스의 생중계를 통해 두 사람은 지독한 설전을 벌였다. 타란티노는 “부모님과 함께라면 괜찮다. 12세 이상이면 훌륭한 관객이 될 수 있다”면서 “쿨(cool)한 부모들이라면 <킬 빌>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글쎄요. 이 영화가 만약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영향을 준다면요?”라고 묻자, 그는 “우마 서먼은 여전사에요. 귀여운 여자가 짧은 옷을 입고 나오는 이야기, 혹은 주인공의 여자친구로 나온다거나, 공격할 땐 허락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건 여성에 관한 영화라니까요. 한 여성이 명예라는 원칙에 죽고 사는 복수극이라고요”라고 대답한다. 흥분한 두 사람의 언성이 점차 높아진다. 기자의 “왜 그렇게까지 불쾌하고 잔인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타란티노는 소리친다. “왜냐면 너무 재밌으니까요!!” 이어 기자가 “정말요? 당신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당신이 길을 가다 얻어맞는 장면을 보고 싶네요”라고 말하자 타란티노는 “지금 혼동하고 계시잖아요. 나는 영화를 얘기하는데 당신은 실제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후 인터뷰는 걷잡을 수없이 흘러간다.
밀라 요보비치의 물컵 사건도 꽤 유명한 일화다. 밀라 요보비치는 세르비아인 의사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배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요보비치가 5살 때 가족들은 정치적 이유로 미국 이민을 택했고, 부모는 1991년 이혼했다. 그런데 이후 의사 일을 재개하던 아버지가 불법 의료 행위로 20년 형을 선고받는 사건이 발생했고, 감형으로 5년간의 옥살이를 하고 풀려났다. 배우로 유명해진 밀라 요보비치는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을 알고 있었으나, 당연하게도 인터뷰에서 듣고 싶은 질문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토크쇼에 출연하기로 한 요보비치는 ‘아버지 관련 질문을 하지 말 것’을 사전에 제작진과 협의했으나, 사회자는 무리하게 아버지의 감옥 생활을 묻는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화가 난 밀라 요보비치는 생방송 도중 물컵을 날려버리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대중들은 대체로 그의 돌발 행동을 이해한다는 분위기. 그리고 밀라 요보비치의 통쾌한 물컵 ‘짤방’이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