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로망> 신영일 프로듀서 - 사랑이 좋다
2019-04-22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동시에 치매에 걸린 부부가 서로를 돌보는 애틋한 과정을 담은 이창근 감독의 데뷔작 <로망>은 이 따뜻한 러브 스토리의 힘을 믿은 제작자와 프로듀서의 신념이 더욱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신영일 프로듀서는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고 호흡할 수 있는 힘은 살아 있는 캐릭터에서 나온다”라고 운을 뗐다. 신 프로듀서가 현장에서 제작실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조명감독으로 인연을 맺은 유재규 제이지픽처스 대표가 <로망>의 시나리오를 처음 건넸을 때 반려한 것도 “치매와 중풍을 앓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아직은 너무 버겁게 다가온” 까닭이었다. 이후 그는 곽경택 감독의 <사주>를 준비하다 제작이 지연되고, 같은 사무실의 옆방을 쓰던 김태균 감독과 친분을 맺으면서 자연스레 <암수살인>의 프로듀서로 낙점됐다. 그렇게 2~3년 지나 다시 읽어본 <로망> 시나리오는 개인적인 슬픔에서 한발 물러나 영화적으로 다가왔다. 적은 예산으로 완성해야 하는 <로망> 같은 작품을 운용할 때는 특히 감독과 프로듀서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노부부가 시간의 대부분을 집 안에 머물고 생활반경이 그리 넓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한 신영일 프로듀서는 “집 장면만큼은 최대한 원하는 그림을 많이 뽑아내도록 어떻게든 예산을 할애해 세트 촬영을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나는 휴먼드라마쪽이 좀더 당기는 사람. 장르적으로는 코미디를 선호한다”는 신영일 프로듀서의 말은 <역전에 산다>(2003), <어린 신부>(2004), <제니, 주노>(2005), <가루지기>(2008) 같은 작품에 제작실장, 라인 프로듀서 등으로 참여한 오랜 이력 속에서도 뚜렷했다.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해 감독을 꿈꿨던 그는 <산책>(2000) 제작부로 영화계에 입문, 쓰레기를 치우고 장비를 지키는 일에서 시작해 어깨너머로 후반작업 과정까지 지켜보며 “프로듀서는 한편의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일임을 실감했다”. 왕가위의 <열혈남아>, 레오스 카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 이명세의 <첫사랑>을 인생 영화로 꼽은 그는 “많이 다른 영화처럼 보이지만 내게는 다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고 말한다. 현재 신 프로듀서가 준비 중인 신작 <휴가>(각본 유영아, 감독 미정) 역시 모녀의 뭉클한 사랑을 다룬다. 확고하고 호감 가는 취향, 사랑과 코미디에 민감한 기질이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4색 볼펜

신영일 프로듀서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예산을 짤 때 항목별로 색을 구분해 꼼꼼히 기록한다. 보조출연 파란색, 세트는 빨간색, 로케이션 검은색, CG는 녹색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누구에겐 그냥 2천원짜리 볼펜이지만 내겐 한편의 영화를 기획하고 개봉하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다 책임져주는 물건이다.”

프로듀서 2019 <로망> 2017 <암수살인> 2014 <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1 <러브픽션>

최신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