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스케일이 남다르네! 대륙에서 흥행한 중국의 영화들
2019-04-23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매년 무시무시한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의 영화 시장. 2016년 2월에는 약 10억 5000만 달러(이하 우리 돈 1조 1943억 원, 이하 4월22일 환율 기준)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산업 규모에 있어서 북미 시장을 앞질렀다. 국내를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서도 중국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실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베놈> 등 혹평 세례를 받았던 작품들도 중국에서의 흥행으로 엄청난 흑자를 남겼다.

그러나 중국 박스오피스에서는 아직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자국 영화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톱 10(2019년 4월22일 기준) 가운데 8편이 자국 영화다. 이 8편의 영화를 알아봤다. 흥행 톱10 가운데 해외 영화는 글의 말미에 따로 소개한다.

▶ 매출지표는 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CBO 중국표방 (http://www.cbooo.cn/)을 참고했다.

Top 1 <특수부대 전랑2>

56억 7886만 위안 (이하 우리 돈, 약 9646억 원)
<특수부대 전랑2>

중국 흥행 1위는 약 56억 7886만 위안(약 9646억 원)의 수익을 거둔 <특수부대 전랑2>(이하 <전랑2>)다. 중국의 영화 티켓 가격은 20~40위안 사이. 평균을 30위안으로 잡고 나누면 약 1억 8929만 명이 <전랑 2>를 봤다. 거기다 조금 더 흥행했다면 흥행 수익은 1조원이 됐을 것. 상상이 잘 가지 않는 관객수, 액수지만 약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의 인구를 고려한다면 그리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참고로 2015년 제작된 1편 <스페셜포스: 특수부대 전랑>의 수익은 5억 4555만 위안. <전랑 2>는 1편의 10배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전랑 2>는 배우 출신 감독 오경이 전편에 이어 연출과 주연을 도맡은 영화다. 특수부대 전랑 출신의 렁펑(오경)이 테러 집단에 맞서 인질들을 구출한다는 내용. 악역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크로스 본즈를 연기한 프랭크 그릴로가 맡았다.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지나친 애국 감성으로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화려한 액션만큼은 나름 호평을 받았다. 현재 <전랑 3>도 제작이 확정, 5월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연출, 캐스팅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 투자 없이 오경 감독이 직접 제작비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op 2 <유랑지구>

46억 56만 위안 (약 7814억 원)
<유랑지구>

2위는 4월18일 국내 개봉한 <유랑지구>. 현재 중국 극장에서도 상영 중이다. 박스오피스 10위권 아래로 떨어진 것을 보아 <전랑 2>를 앞지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유랑지구>는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류츠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태양의 소멸에 직면한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지구를 다른 태양계를 옮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지금껏 중국 내에서는 드물었던 SF 장르에 할리우드 못지않은 CG까지 구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북미에서 개봉한 중국영화 중에는 <미인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이에 힘입어 지난 2월 넷플릭스가 <유랑지구>의 판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Top 3 <오퍼레이션 레드 씨>

36억 4727만 위안 (약 6195억 원)
<오퍼레이션 레드 씨>

중국인들은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듯하다. 3위는 임초현 감독의 <오퍼레이션 레드 씨>. <전랑 2>와 마찬가지로 특수부대가 테러와 내전을 막아내고 인질들을 구하는 이야기다. 다만 실제로 발생했던 예맨 교민 철수작전을 바탕으로 허구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전랑 2>와 유사한 줄거리만큼 영화 자체에 대한 평도 비슷했다. 스토리나 메시지 면에서는 허술하지만 현실적인 액션은 눈을 사로잡는다는 평.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CG를 최소화하고 살제 폭파 장면 등을 촬영했다고 한다. 참혹한 전투 신으로 국내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기도 했다.

Top 4 <당인가탐안2>

33억 9666만 위안 (약 5769억 원)
<당인가탐안2>

엉성한 탐정들의 추리 과정을 그린 <당인가탐안 2>가 4위다. 2015년 개봉한 <탐정 당인: 차이나타운 살인사건>의 속편. 태국이 배경이었던 1편과 달리 2편은 뉴욕의 차이나타운으로 무대를 옮겼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콩트를 보는 듯한 인물들의 행동으로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했으며, 추리물답게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과 반전도 등장했다. 성동일, 권상우 콤비의 <탐정> 시리즈와도 유사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중국에서 입지를 탄탄히 굳힌 시리즈. 마지막에는 3편을 예고하는 쿠키영상도 등장했다.

Top 5 <미인어>

33억 9211만 위안 (약 5762억 원)
<미인어>

아마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익숙한 중국 감독 중 한 명이 아닐까. 5위 <미인어>는 <서유기> 시리즈, <희극지왕>, <소림 축구>, <쿵푸 허슬> 등으로 중화권 코미디 영화의 대가로 자리 잡은 배우 겸 감독 주성치의 최근작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가 류현(덩차오)을 암살하려는 인어들과,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마는 인어 산산(임윤)의 이야기다. 조악한 분장과 CG, 뜬금없는 유머코드 등을 활용해 주성치 특유의 B급 감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작은 어항 속에 있는 인어의 모습 등에서는 의외로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도 묻어났다. 앞선 영화들이 후에 개봉하며 점점 순위가 밀려났지만 2016년 개봉 당시에는 중국 내 최고 흥행작, 북미에서 개봉한 중국영화 흥행 1위 두 가지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Top 6 <나는 약신이 아니다>

30억 9997만 위안 (약 5265억 원)
<나는 약신이 아니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많은 화제를 낳았던 중국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가 6위다. 코미디 장르처럼 보이는 포스터에 속으면 안 된다. 종종 주인공 청융(서쟁)의 개그는 등장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짙은 휴머니즘 드라마를 강조했다. 순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도산 불법 백혈병 약을 수입, 판매했던 청융은 여러 위기들을 겪으며 진심으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려 한다. 실존 인물인 루융을 모티브로 중국의 의료체계를 비판하는 작품. 다만 검열(중국은 사전 검열을 받아야 영화 개봉이 가능하다)에 통과하기 위해 신랄한 비판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했다. 그렇게 오락성과 메시지 모두를 잡은 영화는 큰 흥행과 함께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금마장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Top 8 <서홍시수부>

25억 4757만 위안 (약 4327억 원)
<서홍시수부>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8위를 차지한 <서홍시수부>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코믹하게 그려낸 영화다. 2015년 데뷔작 <굿바이 미스터 루저>로 주목받은 염비, 팽대마 콤비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경기 도중 사람을 물어 출전 금지를 당한 축구 골기퍼(심등)가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한 달 동안 10억 위안(약 1695억 원)을 다 쓰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담았다. 다소 허무맹랑하는 스토리지만 앞서 말한 주성치 감독처럼 밑바탕으로 깔려있는 코믹한 톤으로 이를 무마했다.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송운화가 심등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Top 9 <몬스터 헌트>

24억 2659만 위안 (약 4122억 원)
<몬스터 헌트>

중국 영화 흥행 9위는 <슈렉 3>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라맨 허 감독의 <몬스터 헌트>다. 중국에서는 CG를 이용해 요괴, 귀신 등을 구현한 판타지 사극이 빈번히 제작된다. <몬스터 헌트>는 그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인간과 요괴가 전쟁 중인 가상의 세계에서 의도치 않게 아기 요괴의 부모가 몬스터 헌터(바이바이허)의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코믹한 톤을 유지, 후반부 가족애를 강조하는 대중적인 코드를 내세웠다. 짧은 등장이지만 국내에서도 유명한 탕웨이가 조연으로 출연,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8년 2월 개봉한 속편 <몬스터 헌트2: 요괴사냥단>도 약 22억 위안을 벌어들이며 역대 흥행 영화 12위로 이름을 올렸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중국 박스오피스 톱10 가운데 중국 영화 8편을 알아봤다. 위 순위에서 빠진 7위와 10위는 외화가 차지했다. 심지어 같은 시리즈다. 중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분노의 질주>가 그 주인공. 7편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24억 2548위안으로 10위를, 8편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 26억 7096 위안으로 7위를 기록했다. 두 편 모두 중국에서의 흥행이 전 세계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0년 개봉 예정인 <분노의 질주 9>, 스핀오프 <분노의 질주: 홉스&쇼> 등이 중국에서 얼마큼의 위력을 보여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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