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베카신!> 엉뚱한 시골뜨기 베카신의 기발하고 사랑스러운 일상
2019-05-01
글 : 김소미

1905년에 탄생한 만화 주인공을 실사로 구현하되, 원작보다 한층 더 시적이고 애틋한 감수성을 더했다. 프랑스 만화 최초의 여성주인공으로 여겨지는 베카신은 하얀 두건에 초록 원피스, 붉은 오리 우산으로 기억되는 캐릭터. 20세기 초, 파리 근교에서 자라난 베카신(에밀린 바야르트)은 티없이 환한 마음과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다. 영화는 그녀를 둘러싼 지독한 가난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파리 입성을 꿈꾸는 열망 또한 긴 여정 중에 언제든 변경될 수 있는 목표라고 말한다. 그 어떤 것도 너무 무겁거나 슬프게 바라보지 않는 낙관이야말로 <베카신!>의 가장 중요한 무드다. 베카신은 딸 룰로트(마야 콩파니)를 입양한 후작 부인(카린 비아르)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곧 대저택 보모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영화가 그려내는 20세기 초는 목가적 생활 속에 잇따라 신기술이 유입되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환등기를 사랑하고, 겁없이 자동차의 액셀을 밟는 베카신은 격동의 시대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순박함을 유지하는 보기 드문 단단함을 지녔다. 장 피에르 주네, 마르크 카로 감독의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 이후 오랜만에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에 출연한 후작 부인 역의 배우 카린 비아르는 이번 영화를 “냉소주의에 대한 관대한 승리. 산소를 듬뿍 마시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베카신!>의 미덕을 이보다 더 완벽하게 묘사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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