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2019-05-03
글 : 주성철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이 한국 개봉 8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예매창이 열림과 동시에 사전 예매량이 무려 100만장을 돌파했고, 멀티플렉스 체인 CGV 공식 홈페이지 서버는 일시적으로 다운되기도 했다. 심지어 CGV 홈페이지에는 기존 홈페이지 화면이 아닌 “하… 그렇게 준비했건만, 이렇게 많이 오실 줄은… 최대한 빨리 해결할게요.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ㅜㅜ”라는 안내문이, 팝콘 통을 떨어트린 캐릭터와 함께 떠 있을 정도였다. 이 정도 속도라면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 2018)의 11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1300만 관객을 동원하여 한국/해외영화 통합 역대 박스오피스 6위에 올라 해외영화 중에서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아바타>(2009)의 기록도 10년 만에 깰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레 <인피니티 워>에 이어 <엔드게임> 또한 필연적으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멀티플렉스 체인 대부분은 <엔드게임>의 상영시간이 3시간이 넘자 상영 횟수를 늘리기 위해 대부분의 스크린을 <엔드게임>으로 채웠다. 전국 3천여개 스크린 중 보통 2700~2800개 수준으로 점유하고 있으니 ‘역대급 싹쓸이’란 표현도 틀리지 않다.

<엔드게임>이 개봉하기 전인 4월15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사실 그동안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하고 수직계열화를 제한하는 내용의 영비법 개정안은 수차례 발의되었으나 단 한번도 상정된 적이 없다. 아마도 <씨네21>에서 관련 기사를 유심히 지켜본 독자 중에는 뭔가 상당히 진척됐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말 그대로 매번 크게 보도만 되었을 뿐 언제나 제자리걸음이었다. 가까이로는 지난 2016년,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화산업의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스크린 독과점은 물론, ‘CJ와 롯데 같은 대기업이 영화배급업과 영화상영업을 겸업할 수 없게 하여’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막고 독립영화를 진흥한다는 내용을 담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2017년에는 안철수, 도종환 의원의 이른바 ‘안도법안’에 이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을 위해 대기업 직영상영관을 대상으로 상한과 하한의 상영제한을 담은 영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상영과 배급을 분리해야 한다는 안도법안보다는 약해진 느낌이지만, ‘대기업 직영상영관은 동일한 영화를 40% 이하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비율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즉 한 영화가 전체 상영의 40% 이상 차지하는 걸 강제적인 법규로 막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우상호 의원의 영비법 개정안은 이들과 비교해 조금 다른 접근법이긴 하나,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주 영화 관람 시간대(오후 1~11시)에 상영하는 총 영화 횟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스크린 상한제’가 주요 내용이다. 시간대까지 지정하여 이른바 ‘퐁당퐁당’ 상영 문제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영화마다 상영시간이 다르기에 ‘상영 횟수’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김성훈 기자는 “여러 의원실이 수차례 상정을 시도한 이전 영비법 개정안들에 비해 내용이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평가했고, 우상호 의원 또한 인터뷰에서 조심스레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했다. 다시 한번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펼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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