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2012)의 이제훈, <카트>(2014)의 도경수 등으로 이어지는 ‘명필름의 남자들’ 계보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는 아마 ‘마초’일 것이다. 명필름과 조이래빗이 공동 제작한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어린 세하(신하균)로 분한 안지호는 이들의 16살 시절 같은 배우다. 실제로 <카트>의 최철웅 캐스팅 디렉터가 그의 매력을 발견했다. 아직 못 본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를 당했을 때 화가 난 게 아니라 “눈물이 핑 돌았”고, VIP 시사회 뒤풀이에서 악수를 청한 조인성 선배가 너무 멋있다며, “심장이 뛰고 손을 씻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벅찬 얼굴로 말하는, 말간 소년을 만났다.
-세하는 지체장애를 가진 캐릭터다. 어떻게 오디션과 촬영을 준비했나.
=의자에 앉아 힘을 풀고 눈빛과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훈련을 했다. 화가 나거나 슬프면 무의식중에 몸을 움직여서 연기하기 너무 어려웠다.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현빈이랑 대사 연습을 할 때마다 서로 이상한 점을 얘기해주곤 했는데, 영화 내용처럼 다른 고민을 하는 둘이 함께해서 도움받은 부분이 많았다.
-<나의 특별한 형제>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주변에 장애인의 행동을 따라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보기 좋지 않다. 국어 중간고사 시험 범위에 세하처럼 신체장애가 있는 장영희 작가님이 쓴 <킹콩의 눈>이라는 수필이 있는데, 영화 덕분에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수줍음이 많은 것 같다. 영화 연기를 잘하는 것과 별개로 처음에 어떻게 배우가 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초등학생 때 전교 부회장 선거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연기학원에 리더십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등록했다. 그런데 연기 수업도 같이 하더라.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결국 전교 부회장도 회장도 됐는데, 이런 감투를 쓰려면 공부를 잘하거나 인기가 많아야 한다. (웃음)
=어….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중학교와 달리 초등학교는 축구만 좀 잘해도 선거에서 유리하다. 내가 축구를 좋아하니까 애들이 뽑아준 거 같다. 지금도 축구를 좋아한다. 치아교정을 시작하고 작품을 잠깐 쉬면서 중학교 축구부부터 들어갔다. 포지션은 윙이고, 좋아하는 선수는 네이마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인 <보희와 녹양>은 기존 성역할을 뒤집은 소년, 소녀 캐릭터를 보여준다. 안주영 감독에 의하면 보희 캐릭터와 평소 모습이 똑같다고.
=내가 옥수수를 먹을 때 녹양 역의 김주아가 돼지라고 놀리기에 “너는 멧돼지 같다”는 말로 복수했다. 이런 식으로 정말 별것 아닌 걸로 싸웠다가 화해하곤 했다. 평소에도 친구들한테 장난도 많이 하고 개그도 잘 친다. 친해지면 말이 많아진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인성이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 할아버지랑 같이 사는데 ‘사람은 착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 그래서 욕을 안 하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나쁜 말인지 모르고 한번 쓴 거 말고는 지금껏 한번도 욕을 한 적 없다. 게임할 때도 그냥 말 자체를 거의 안 하고, 정말 화가 나면 혼자 한숨을 쉰다. 욕을 하면 뭔가 사람이 멋이 없어지는 거 같다.
-함께 작품을 하고픈 감독이 있나. 또 중학생이라 독서를 하라는 압박이 자주 들어올 텐데(웃음), 최근에 읽은 책이 있다면.
=너무 말도 안 되는 대답 같긴 한데, 크리스토퍼 놀란…. (일동 폭소) 어렸을 때 책에서 읽었는데 CG를 거의 안 쓰고 <인터스텔라>(2014)의 옥수수밭도 직접 만들었다더라. 정말 대단하다. 최근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걷는 사람, 하정우> 그리고 <파리 대왕>을 완독했다.
영화 2019 <우리집> 2019 <보희와 녹양> 2019 <나의 특별한 형제> 2018 <궁합> 2017 <신과 함께-인과 연> 2016 <가려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