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악인전> 용씨네 PICK, 경계를 넘어선 악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2019-05-10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장영엽 기자, 이원태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김현수 기자(왼쪽부터).

“여러분은 지금 <악인전>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를 보고 계십니다.”(장영엽 기자)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이 5월 7일 CGV용산아이파크몰 11관에서 열린 용씨네 PICK 관객과의 대화(GV) 시사회에서 처음으로 국내 관객과 만났다. 보통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은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하기 마련인데 <악인전>은 이에 앞서 국내 언론과 관객에게 먼저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영화를 연출한 이원태 감독과 제작자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가 참석했다. 집 앞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다가 초청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이원태 감독은 “마음이 붕 떠서 한 시간 동안 밖을 서성거렸다. 그랬더니 아내가 ‘까불지마’라고 한마디하더라. 아직까지는 까불지 않고 있다”며 기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끝까지 간다>(2014)를 제작해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이미 한 차례 초청된 바 있는 장원석 대표는 “아마 발표 순간에 술을 마시고 있었을 거다. 라인업을 발표하는 공식 채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칸국제영화제가 한국의 장르영화를 선호하는 것 같다”면서 최근 칸에 초청된 <부산행>(2016),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공작>(2018) 등을 언급한 장영엽 기자는 최근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해외 영화인들의 시각을 전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악인전>은 우연한 사고로 연쇄살인범에게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긴 조직폭력배 두목 장동수(마동석)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범인 검거가 목표인 강력계 형사 정태석(김무열), 그리고 두 사람의 공통 타깃인 연쇄살인마 K(김성규), 세 사람이 벌이는 악다구니를 다룬 영화다. 시종일관 에너지 넘치는 세 남자의 대결 구도가 속도감은 물론 액션의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종종 잔인한 연출 수위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지독한 악역 연기를 선보여도 왠지 모르게 호감형이 되고 마는 ‘마블리’ 마동석 배우의 매력으로 불편함을 희석시키는 묘한 범죄 스릴러영화다. 김현수 기자가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신조어를 언급하면서 “마동석이란 배우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다. <악인전>은 그 마동석 장르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파워풀한 배우의 매력을 보여준다”고 하자, 장원석 대표가 “<이웃사람>(2012) 이후 그가 겉으론 무섭지만 선한 사람들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왠지 그라면 지독하게 악한 역할도 해보고 싶을 것 같았다”며 그에게 시나리오를 제안했던 이유를 들려줬다. 이원태 감독은 “그가 외모와 달리 마블리라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그것 자체로도 물론 좋지만 마블리에 가려져 있는 배우 본연의 잠재력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초 한번도 안 본 마블리, 즉 이번엔 '마 보스'를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악인전>

“흔히 한국 범죄영화 속 깡패 캐릭터에서는 지역색을 느낄 수가 있는데 장동수는 묘하게 지역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극중 충청도 출신이라는 설정이 등장하지만 캐릭터의 방향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나?”라는 장영엽 기자의 질문에 이원태 감독은 “전라도, 경상도 등의 전형적인 지역 깡패처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안 그럴 것 같은 충청도 사람으로 설정해 의외성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원태 감독은 이어서 “마동석 배우와의 작업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장영엽 기자는 이어서 극중 연쇄살인마를 연기하는 김성규 배우에 대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통해서도 얼굴이 알려진 배우다”라고 소개했고, 이원태 감독도 “꽤 오래전부터 그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캐스팅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시나리오 작업할 때 가장 힘들었던 인물이 바로 K였다”면서 “연쇄살인마와 관련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다 보니 살인하는 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보여줘야겠다 싶어 캐릭터의 전사는 다루지 않고 세명이 팽팽하게 끝까지 속도감 있게 달려가는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현수 기자는 앞서 이날 오후에 열린 언론시사회 기자회견 자리에서 배우 김무열이 남긴 말을 인용하며 “그가 마동석과의 액션 촬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을 두껍게 만들고 체중을 15kg이나 불려야 했다”는 고생담을 전하자 이원태 감독이 “액션의 방향이 김무열과 생각이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타격감을 살릴 수 있는 장동수의 액션, 빠르게 치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K의 액션에 이어 정태석 형사의 액션은 몸으로 방어를 많이 하는 액션이어야 했다”면서 체중을 불려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평소 누아르영화를 좋아하던 이원태 감독이 전작 <대장 김창수>(2017)를 만들기도 전에 이미 시나리오는 물론 제작 계획까지 마쳤던 <악인전>은 그에 따르면 “선과 악이 공존해 있는 사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 우리 주위에 늘 악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악인전>은 이미 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도 전해졌는데 이날 행사 말미에 장원석 대표가 지난 1월부터 마동석 배우와 함께 할리우드로 찾아가 루소 형제, 제임스 완 감독, 워너브러더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관계자 등과 만나 나눴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좋은 기회에 리메이크가 성사됐고, 칸국제영화제 초청 소식과 함께 마동석 배우의 캐스팅이 결정됐다. 나 역시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됐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흥행이 잘되면 잘될수록 리메이크 제작에 힘이 될 거다. 국위선양하고 오겠다”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이원태 감독 역시 “칸 초청 소식에 들뜨지 않고 국내 개봉 성적을 기다리겠다”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씨네21>과 CGV용산아이파크몰의 용씨네 PICK은 앞으로도 매달 진행되며, <씨네21> 독자 인스타그램과 이벤트 페이지에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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