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서스페리아> 마녀들이 운영하는 무용단
2019-05-15
글 : 이주현

1977년, 통일 이전의 베를린. 정신과 의사 클램페러를 찾아온 패트리샤(클로이 머레츠)는 무용 아카데미에 마녀들이 산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의사는 진료 노트에 ‘자신이 만든 괴담을 사실로 믿고 있다’며 패트리샤의 이야기를 망상이라 기록한다. 한편 블랑 선생(틸다 스윈턴)의 지도를 받기 위해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건너온 무용수 수지(다코타 존슨)는 무용 아카데미에 입단해 블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선생들은 수지를 패트리샤, 올가에 이어 마녀 마르코스에게 바칠 제물로 여기지만 블랑은 수지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걸 직감한다. 수지 역시 블랑에게 춤을 배우며 잠재된 내면의 능력을 일깨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다리오 아르젠토의 클래식 호러 <서스페리아>(1977)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마녀들이 운영하는 무용단이라는 원작의 설정에 좀더 다층적인 상징과 맥락을 심어 놓는다. 이를테면 청산하지 못한 과거에 반항하는 과격한 적군파 이야기는 무용 아카데미 내부에서 벌어지는 파괴와 전복의 서사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톰 요크의 음악이라든지, 시선을 압도하는 춤과 더불어 뼈가 뒤틀리고 내장이 노출되는 하드고어한 이미지까지 영화의 여러 요소가 강렬하게 부딪힌다. 틸다 스윈턴의 1인2역 연기와 카리스마, 다코타 존슨의 매력까지, 홀린 듯한 기분으로 2시간30분간 아찔함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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