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전담기관 모나크의 과학자 엠마(베라 파미가)는 2014년 고질라로 인해 초토화된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들을 잃는다. 이후 남편 마크(카일 챈들러)는 은둔에 들어갔지만 엠마는 연구를 지속한 끝에 거대 괴수와 소통할 수 있는 장치, 오르카를 개발한다. 하지만 오르카를 노린 테러집단에 딸 매디슨(밀리 바비 브라운)과 함께 납치되고, 테러집단은 오르카를 이용해 타이탄이라 불리는 고대 괴수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몬스터버스가 시작됐다. 2014년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에서 이어지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2014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작에서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은 인간의 시점에서 미지의 존재에 대한 압도와 공포를 축으로 이야기를 짰기에 결정적인 순간에만 고질라를 등장시켰다. 반면 마이클 도허티 감독은 고질라의 크기와 액션, 볼거리를 더 많이, 더 자세히, 더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놓는 데 집중한다. 게다가 이번엔 기도라, 모스라, 로단 등 일본 도호사 괴수물의 인기 캐릭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제목 그대로 몬스터의 왕을 겨루는 괴수 대결전인 만큼 여기에 인간 따윈 곁가지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들이 활약하는 파트의 드라마는 대체로 부실하거나 안일하거나 식상하다. 한마디로 거의 불필요하다. 괴수들을 제압하는 산소탄(1954년작 <고질라>에 등장한 옥시전 디스트로이어)을 비롯해 원작의 명장면과 설정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오마주한, 오리지널에 충실한 괴수대백과다. 물론 괴수에 집중한 방향성이 틀린 게 아니다. 문제는 화면 가득한 괴수들의 위용을 제외하곤 나머지 요소가 앙상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이다. 괴수에도 신경 쓴 것과 괴수에만 신경 쓴 것의 작지만 큰 차이다. 괴수물에 애정이 있는 팬이라면 반가울 수도 있지만 파도처럼 몰아치는 스펙터클로 인한 피로감을 무시하긴 어렵다. 창대하게 시작해서 둔감하게 끝나는 2시간짜리 놀이기구 혹은 추억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