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탁 치니 억 하고”를 치면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관한 기사와 게시물이 쏟아져나온다. 21살 청년의 참혹한 죽음에 부검의는 ‘목 부위 압박에 따른 질식사’라는 소견을 내놓았지만, 전두환 정권 말기였던 당시 강민창 내무부 치안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며 단순 쇼크사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SBS <런닝맨> 제작진은 한번도 검색하지 않은 모양이다. 게임을 준비하던 김종국이 “노랑팀은 1번에 딱 몰았을 것 같아”라고 추측하는 순간 마침 노랑팀인 전소민이 사레들려 기침을 하자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 들림”이라는 자막을 넣으면서, 이 ‘드립’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상황을 희화화할 때 써도 될지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제작진 중 누구도 지난해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을 넣어 비판받은 사건을 알지 못했고, 영화 <1987>(2017)을 본 사람도 없었나 보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누군가의 악의일까? 유명한 문구라면 모조리 무차별적 ‘밈’(인터넷상에 재미난 말을 적어넣어 다시 포스팅한 그림이나 사진)으로 소비해버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태도를 거르지 않고 가져와 전파를 타게 만든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예능을 향한 비판에는 언제나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들지 말라’라는 식의 반발이 있지만, 과거로부터 배우는 게 없는 예능에서 웃음은 서서히 죽어갈 뿐이다.